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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천년전주, 한옥마을의 승부수 - 홍성덕

홍성덕(전북대 박물관 학예연구사)

전주는 전통을 꿈꾼다. 정확하게 전통에 기반한 현대 생활문화를 지향하고 있지만 ‘전통’이 갖는 시공간적 의미와 평가에 대해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어서 언급할 필요가 없다는 착각 속에 빠져 있기도 하다. 전주가 가지고 있는 전통의 문화자산들은 분명 조선시대에 크게 발전하였거나 만들어진 것은 분명하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하는 우리의 전통문화도 조선시대 유교이념에 의해 형성된 문화를 지칭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선지 전주의 한옥마을에 대해서도 막연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한옥은 조선시대 기와집’이라는 생각 때문에 전주를 방문한 여행객들이 “한옥마을이 어디에요?”라고 묻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조선시대에 형성된 마을이 아닌 전주 한옥마을에는 우리가 보았거나 알고있는 생각 속의 한옥이 없다. 한옥마을의 우수성을 이야기 하는 것은 한옥이라는 건물의 외양이 갖는 전통성이 아니다. 한옥이라는 기와집 형태의 가옥이 전근대에서 근현대에 이어지기까지 자생적으로 발전해 오고, 전주사람들이 그 속에서 살아 왔기 때문이다. 1999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옥마을에는 일복식 목조건물이 11%를 차지하고 있고, 일제시대에 지어진 가옥이 46%, 해방 이후 70년대까지가 49%를 차지하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전주 한옥마을은 조선시대 마을이 아니라는 것이다. ‘도시한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전주한옥마을의 역사 때문이다.

 

지금 전주 한옥마을은 공사 중이다. 곳곳에서 낡고 칙칙한 한옥을 걷어내고 조선시대 형식의 한옥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마을의 자생적 발전이 탄력을 받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다 천년전주, 전주한옥마을만의 색깔과 목소리는 없어져 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정비례해서 쌓이고 있다. 도시한옥과 주미의 생활은 사라지고 무늬만 조선시대인 한옥과 가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몇 년이 지나면 도심 속에 자리잡은 민속촌이 하나 형성될 듯하다. 그때가 되면 우리는 전주한옥마을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전주 한옥마을의 정체성은 근현대 100년의 가옥과 생활에 있다. 경제적 논리에 의한 변화는 최소화하고 한옥마을이 가지고 있는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는 정책이 시행되어야 할 때이다. 시대별 주거의 변화와 근현대 생활사를 느낄 수 있도록, 시기별 대표적인 한옥을 매입하여 당시 생활상을 복원하고, 그 점들을 연결하는 한옥마을 관광루트를 개발해야 한다. 아울러 현재 남아있는 도시한옥에 대해서라도 종합적인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조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그 속에 살았던 사람들에 대한 조사이다. 한옥은 껍질이고 사람은 알맹이이기 때문이다. 알맹이를 빼놓고 껍질만 바라보는 것은 ‘앙꼬 없는 찐빵’과 다름없다. 전주한옥마을의 승부수는 조선시대로의 회귀가 아니라 근현대 100년의 문화자산을 끌고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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