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완(전주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비타민> 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요즘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우리가 즐겨먹는 식품 속에 우리의 질병을 다스리는 성분들이 있음을 알려주는 “위대한 밥상”이라는 코너라고 한다. 몇 년 전부터 전국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웰 빙 붐과 함께 잘 먹음으로서 잘 살 수 있음을 알려주는 유익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방송되었던 내용이 책으로까지 출판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애독되고 있다고 하고, 실제로 방송된 식품이 방송 후 바로 시장에서 동이난다고하니 이 프로그램이 실제로 인기가 있긴 한 것 같다. 그리고 이런 프로그램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을 보니 현대인들에게 질병 없이 장수하는 것이 큰 관심이긴 한 모양이다. 비타민>
필자도 몇 번인가 이 프로그램을 본 일이 있다. 토마토가 몸에 좋다고 하면 토마토를 꼭 먹어야할 것 같았고, 시금치가 몸에 좋다고 하면 시금치를 꼭 먹어야할 것 같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매회 프로그램이 진행될수록 몸에 좋은 식품들이 하나씩 늘어나면서 <비타민> 이 주장하는 것처럼 10년 젊고 건강하게 살기위해서는 매일 매일 먹어야할 식품들이 너무 많아 도저히 다 먹을 수가 없게 된다는 사실이다. 결국 매일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 편하게 골고루 섭취하면 우리 모두 건강하고 젊게 살 수 있는 것인데 너무도 단순한 이 사실을 그동안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이다. 비타민>
이와 같은 현상은 다만 음식문화에 국한된 현상만은 아닌 것 같다. 이는 우리 문화 전반에 걸쳐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몇 해 전만해도 대중들과 쉽게 만나기 힘들었던 뮤지컬이 요즈음 새로운 대중예술매체로 급부상하고 있다. 해외에서 크게 각광받는 한국 오리지널 뮤지컬들이 제작되고 있고, 뮤지컬 배우들이 새로운 스타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해외에서 인기 있는 외국작품의 한국 공연을 통해 한국 뮤지컬 연출의 독창적인 시각이 평가받기도 하고, 외국 뮤지컬 스타들에 견주어 뒤지지 않는 한국 뮤지컬 배우들의 능력이 재평가되기도 한다. 뮤지컬 배우들의 팬클럽도 활성화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뮤지컬의 발전은 대중 예술의 다양화의 측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새롭게 부상하는 뮤지컬의 위상이 다른 대중문화를 위축시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아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연극계가 뮤지컬로 위축되지 않고 상호작용을 통해 함께 발전하기를 바란다.
최근 뮤지컬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각 대학의 연극학과들이 뮤지컬학과 만들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연극학과가 연극학과라는 이름을 없애고 뮤지컬학과와 통합하여 공연예술학과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발전이 연극과 뮤지컬이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한 음식이 몸에 좋다고 그 음식만 먹어 건강할 수 없듯이 건강한 예술문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매체에 대한 다양한 관심들이 꾸준히 있어야 할 것이다.
/정수완(전주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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