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지역 문화공간화 위한 자원조사 보고회
#1. 중인동 황소마을. 삼천지역의 세시풍속을 대표하는 이 마을 당산제는 마을에 전염병이 돌거나 좋지 않은 일이 생길 때 지내는 비정기적 제의다. 남성들은 당산제에 관여하지 못하며, 미혼·기혼 가리지 않고 여성들만 모여 제사를 올린다. 이웃마을에서 훔쳐온 디딜방아를 당산나무에 거꾸로 세워매고 여성의 속곳을 입힌다.
#2. 삼천 3동 함대와 평화 2동 중평. 혼례, 출생의례, 갑례, 상장례, 제례 등 이 곳 주민들의 일생의례를 정리해 보니, 액땜을 위해 ‘근친’하는 혼례가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였다. 근친은 신랑과 신부의 궁합이 너무 좋지 않을 경우, 신부를 처가에 보내 액땜을 하도록 하고 해를 넘겨 데려오는 것이다. 그러나 근친 풍속 역시 경제적으로 어려운 집에서는 하지 못했다.
#3. 삼천 3동 함대, 평화 2동 중평·원석구·원당마을. 호남지역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선놀이 후제사형’의 쌍줄 대신, 이 곳에서는 원석구에서 외줄을 조사할 수 있었다. 원석구의 줄은 규모가 작은 외줄이지만 ‘선제사 후놀이형’의 줄당기기였다. 함대와 용리가 벌인 씨름판은 대농놀이의 일반적 문법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원석구의 여성들은 얼마나 잘 빼입고 잘 놀았던지 화전놀이를 가면 남성들이 몰려들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삼천 주변의 문화자원과 삶의 현장이 입체적으로 기록됐다.
사단법인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전북지회(지회장 임명진)가 진행하고 있는 ‘삼천지역 문화공간화를 위한 문화자원조사 결과보고회’가 27일 오후 4시 최명희문학관에서 열렸다.
삼천을 중심으로 도심 밀집지역과 주변 농촌동마을이 공존하고 있지만, 이를 아우르는 문화공동체가 없는 현실에서 이번 조사는 현대도시문화와 전통문화예술이 어우러지는 전통문화마을 육성모델 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세시풍속과 민속놀이, 일생의례, 식생활 등 삼천지역의 민속분야를 조사연구한 손우승씨(안동대 민속학과 강사)는 지역의 민속놀이를 문화자원 삼아 축제로 엮어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백중 전후 술멕이판이 벌어졌던 것을 모델로, 삼천천 주변에 축제판을 조성하고 줄당기기나 씨름, 기접놀이 등을 축제의 중심연행으로 세워 역동적인 판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이 중심이 되는 당산제를 주목한 그는 호남지역 내에서도 전주만의 특성을 지닌 ‘유형’을 도출해 내고, 이를 통해 공동체 제의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여성들의 역할과 지위를 재인식시키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지역 통과의례 특성을 문화콘텐츠화해 지역문화에 대한 지식을 축적하고 이를 인터넷을 이용한 체험과 박물관 전시, 축제, 교육용 교재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씨는 그동안 이 지역에 대한 민속조사가 미흡했다고 지적하고 자원화 방안 모색과 함께 지속적인 문화자원 발굴과 체계적인 정리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식 팀장(삼천지역 문화공간화를 위한 문화자원조사팀)은 “문화공동체를 통해 내부의 결속을 다지고 그들만의 전통을 생산하고 만들어진 전통을 지속적으로 공유해 소속감과 일체감을 얻을 수 있다”며, 문화자원의 발굴과 보존, 활용을 위해 전수조사를 통한 무형(민속)문화자원 분포지도 제작과 D/B구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문화생산과 향유과정에서 지역주민이 주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외부 문화인력의 참여를 늘려 현장의 전통문화를 활성화시키는 동시에 해당지역의 학교교육을 활용, 세대전승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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