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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축제 강좌 릴레이] '노자와 현대문명' 동양 사상 체계적 연구 필요

② 김충열(고려대 명예교수, 대한민국학술원 회원)

초나라 사람 노자는 젊은 시절 전쟁의 환란 속에서 고향을 떠나 객지를 유랑했고, 당시 정치의 중심이었던 주나라에서 인간의 온갖 추악상을 목격하고, 인간 사회와 문화를 부정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의 품 안으로 돌아가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반문화, 반사회, 반정치를 표방하게 되었다.

 

자연은 천지만물에게 모든 것을 베풀면서도 자기를 내세우지 않지만, 위정자들은 국가 권력을 이용하여 백성들에게 은혜를 베풀기는커녕 백성을 수탈하고 괴롭혔다. 노자는 문명을 반대하고 국가와 법령을 불신하며 인, 의, 충, 신 등의 전통적 윤리도덕과 가치관을 배격하고 언어문자라는 문화의 수단을 허망과 가면의 도구로 고발하는 등 비판적 자세를 견지했다. 그것은 권력과 조직을 장악한 위정자들이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영토확장의 전쟁을 벌이면서 국가제도와 법령을 이용해 백성들에게 과중한 세금과 노역을 강요하고 전쟁에서 목숨을 잃게 함으로써 백성의 희생을 강요했기 때문이었다. 노자의 주장은 바로 그와 같은 당시의 시대적 문제들에 직면해서 부르짖은 총체적 분노였으며, 난세 속에서 고통받는 백성들을 대변한 생명의 절규였다.

 

노자는 1960년대 유럽에서 현대물질문명에 반대하는 문명비판의 흐름에 영향을 주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히피문화를 만드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사실 서양에서 동양을 연구하던 것은 근대초로 되돌아간다. 마테오 리치는 중국에 와서 중국의 많은 서적을 서양에 전함으로써 서양의 근대화에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서구제국은 근대화를 거치면서 급속도로 발달된 과학기술과 군사력을 앞세워 동양을 수탈하는 식민지정책을 펴게 되었다. 이때 동양의 여러 나라에서도 서양의 실용적 학문을 적극 수용하여 국가 발전을 꾀하는 노력을 하게 되었다. 가히 근세는 서양의 우수한 과학기술 문명이 동양을 유린한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시대였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와 과학 기술문명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근대의 서양의 무한 우주관에 기초한 발전론은 자원의 고갈, 자연환경의 파괴, 폭발적인 인구증가, 인간의 소외 등 많은 문제를 낳게 되었다. 이에 따라 1972년 MIT대학이나 로마클럽에서는 『성장의 한계』라는 책을 내면서 서양물질문명의 위기를 진단하고 그 대안으로 동양사상에 주목하게 되었고, ‘오직 하나뿐인 지구’, ‘생태계의 균형’, ‘과정’ 등의 개념들을 강조했다.

 

노자는 자연이 삶의 유일한 바탕이므로, 자연의 이러한 허정하고 무위함을 본받아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물질을 아끼고 자연에 감사하며 항상 자족할 것을 요구한다. 인간과 자연의 화해를 모색하는 동양사상은 지구생태계의 위기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많다.

 

이제 21세기는 동서양 문명이 대등한 관계를 시작할 수 있는 시대다. 지금까지는 서양에서 동양을 연구하고 이를 활용했지만, 이제는 동양에서 체계적인 학문연구와 그 연구성과를 통해 우리의 문화와 정신세계를 세계무대로 발신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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