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시설 건립때까지 국립전주박물관 기탁보관
태조 이성계 어진의 전주 환안이 확정됐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문화재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인식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전주가 조선왕조 본향임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 태조 어진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태조 어진이 돌아오면 2010년 경기전 내 유물전시관이 건립될 때까지는 국립전주박물관에 기탁보관된다. 그러나 어진의 원본을 직접 보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원본 대신, 모사본을 전시하는 방안이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태조 어진이 전주역사박물관이 아닌, 국립전주박물관에 보관되는 것 또한 아쉬운 대목이다. 보존이 첫째 목표인 유물이 수장 여건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국립전주박물관으로 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는 반대로 전주를 대표하는 역사박물관의 수장시설이 미비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유물 재질에 따라 보존에 적합한 온도나 습도가 다르기 때문에 종류별로 나누어 보관해야 마땅하지만, 현재 역사박물관 수장시설은 유물을 따로 분류하지 않고 함께 보관해야 하는 처지다.
전문가들은 "경기전 유물전시관 건립도 단순히 개관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진을 비롯한 각각의 유물 특성에 맞는 보관 영역을 구분해 건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어진을 제외하고 그동안 방치하다시피한 경기전 관련 유물들에 대한 가치도 재인식해야 한다. 박지선 용인대 문화재보존학과 교수는 "태조 어진 뿐만 아니라 신연, 산, 선, 장막 등 경기전에 포함된 모든 의식구들이 보존돼야 할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일반공개해 손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전 유물 보존을 위해서는 원래 유물의 손상원인을 제거해 좋은 보존환경에 수장하고, 전시는 복제본을 제작해 활용해야 한다는 데 다들 동의하고 있다. 회화사를 전공한 이원복 국립전주박물관 관장은 "현재 경기전에 있는 모사본도 당시 수준으로서는 최고겠지만, 원본에 대한 보호 차원에서라도 최고 실력자에게 두 벌 정도 다시 모사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모사하는 과정에서는 재료, 기법 등에 대해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조사 및 연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또 어진 훼손 사실이 적발되기 전부터 "전주시가 주위 경관이나 경기전 조성에는 신경을 쓰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어진을 보관하고 있는 정전에 대한 관심은 소홀한 것 같다"고 말했던 김홍식 문화재위원의 지적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그는 "한옥이 통풍이 잘 된다고는 하지만 경기전은 지형적으로 우려가 된다"고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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