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환(전북대 교수)
가슴 아픈 얘기
MP3 '아이리버 신화' 주역의 몰락, 레인콤 창업 멤버 L씨 친정 회사서 기술 도용 진정서 제출해 구속이라는 가슴 아픈 기사가 신문에 실렸다. 삼성전자 엔지니어로 고속 승진, 34세에 개발담당 부장, 레인콤을 설립, 2000년 당시 소니 · 필립스 등 세계 굴지의 업체들이 진출해 있는 MP3플레이어 사업에 '멀티 코덱' 기술과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뛰어들었고, 시장의 반응은 뜨거워 미국 진출 6개월 만에 점유율 1위, 2004년 매출액은 4540억 원. 세계 MP3 시장의 11%를 차지했다.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아이리버를 공개 시연회에서 수차례 소개할 정도였다.
그러나 미국 애플사가 '아이팟'을 출시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매출은 줄어들고 적자가 쌓였고 2006년 8월 L씨는 창업멤버 4명과 함께 퇴사했다.
배 아픈 얘기
'이분들… 전화기 때문에 이러고 계십니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사진 두 장과 함께 실렸다. 왼쪽 사진 -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 쇼핑가에서 동물 탈을 쓰고 세계 22개국에 동시에 출시되는 애플의 3세대(3G) '아이폰'을 사기 위해 줄지어 앉아 있는 일본 소비자들. 오른쪽 사진 - 미국 뉴욕 5번가 애플 매장에서 '아이폰'을 구매하기 위해 지난 4일부터 애플 매장 근처에 캠프를 차려 판매 개시를 일주일간 미국 소비자들은 기다렸다.
'아이팟', '아이폰', 그리고 스티브 잡스. 멀쩡하게 잘 나가던 회사를 쓰러뜨리고 멀쩡한 사람들을 1주일 동안 한시적 노숙자로 만드는 사람. 그렇게 해서라도 갖고 싶어 하는 것을 만들 줄 아는 사람. 그의 말대로 소비자들에게 그들 스스로가 바라고 있었는지 조차 알지 못하는 것을 디자인해서 보여주는 사람. 스티브 잡스는 디자이너가 아니다.
문제를 정확히 알고 해결하는 창의력을 가진 사람. 디자인을 잘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다.
뼈아픈 얘기
서울시교육청, 디자인과목 신설 결정. '문제 해결-창의력에 도움'. 디자인이 21세기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2010년부터 서울시내 중고교에 디자인 과목을 신설하기로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교육청은 "새 정부의 중점과제 가운데 하나가 '창의적인 디자인 강국 육성'일 정도로 디자인의 중요성이 경제나 실생활에서 커지고 있다"며 "이 같은 시대적 추세를 반영해 디자인 과목을 중고교 교육과정에 도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요즘 디자인에 대한 엄청난 관심에 정작 디자이너인 나조차도 어리둥절할 때가 있다. 기업에서, 지자체에서 드디어 중고교에서 부터 디자인을 가르친단다. 전주가 아니고 전라북도도 아니고 왜 또 하필이면 서울에서 부터냐.
우리는 언제 우리의 스티브 잡스를 키우지. 우리의 스티브 잡스는 또 서울보다 한참 후에 나타나는 걸까.
/정성환(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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