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진(본보 논설위원)
얼마 전 TV토론에 나갈 기회가 있었다. 주제는 지역 최대 현안인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통합문제였다. 패널이 4명인데 모두 통합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방송국 설명으로는 찬성측을 섭외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요즘 지역분위기가 그렇다. 그것은 단 하나, 혁신도시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아다시피 토공은 전주·완주 혁신도시, 주공은 경남 진주 혁신도시에 입주하는 선도기관이다. 그리고 토공은 통합에 반대하고 주공은 통합에 찬성한다. 핵심은 통합본사로, 서로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북의 경우 토공이 차지하는 비중은 14개 기관중 인원 28%, 지방세 수입 98%(지난해 469억원)에 이른다. 혁신도시 성패의 키를 쥐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섣불리 '통합 찬성'이란 말을 꺼낼 수 있겠는가.
최근 흐름을 보자. 김완주 지사와 14개 시장군수, 시군의회 의장단이 모였다. 지역 국회의원들이 모여 '배수진'을 치고, 범도민비대위가 발족했다. 김 지사는 담화문도 발표했다.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는 눈물겨운 노력이다.
경남 역시 비슷하다. 절실함이 덜하긴 해도 시민대토론회가 열리고 발전대책위가 이달말 발족한다. 다른 점은 주공 때문인지 찬성여론이 만만치 않다. 또 통합본사를 가져올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어 보인다. 다행인 것은 두 지역 모두 이 문제로 지역갈등의 망령이 되살아나선 안된다는데 대한 공감대다.
이 두 기관의 통합문제는 그동안 5차례 거론되었다. 그때마다 실패로 끝났다. 그만큼 어렵고 첨예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번에는 혁신도시까지 맞물려 있다. 경제문제에서 이젠 정치적, 지역적 문제로 커져버린 것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왜 공기업 개혁, 즉 통합에 반대하는가를. 우리 지역에 들어 올 토공이 반대하니까? 아니면 이명박 정부가 미덥지 못해서?
통합 찬반은 나름대로 논리를 갖췄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김대중 정부시절 만든 용역보고서가 제일 정답에 근접하지 않은가 싶다. 2001년 4월에 만든 이 보고서는 156쪽 분량으로 국토연구원(당시 원장 이정식)과 KDI(원장 강봉균)가 맡아 수행했다. 결론은 '선단기구조조정(6개월 내외) 후통합'이다. 통합 효과로 중복기능의 조정을 통한 효율성, 택지개발과 주택건설의 일원화, 중복자산의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꼽았다. 이중 재무구조 개선은 부채과다로 정부의 재정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금은 당시보다 두 기관이 더 비대해졌고 특히 주공의 역할은 임대주택 건설 등으로 축소되어야 마땅한 상황이다.
또 이들이 주장하는 통합 찬반은 주도권 다툼 성격이 짙다. 재미있는 것은 두 기관이 같은 사안도 다르게 보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토공은 통합하면 아파트 분양가가 오른다고 주장하고 주공은 내린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서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공격한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두 기관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 '신이 내린 직장'에 안주하며 부실 및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통합은 대세요 당위다. 문제는 통합에 찬성하되, 혁신도시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하는 것이다. 정부와 전북, 경남이 함께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조상진(본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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