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일(본보 객원논설위원·전북향토문화연구회 이사)
서구사회의 부자들은 벌어들인만큼 사회에 환원하는것을 미덕으로 삼는다. 미국의 카네기나 록펠러 같은 부자들이 자선단체나 대학 문화예술계등에 거액을 기부한 사례는 이미 고전이다. 세계적인 정보산업분야 대부 빌게이츠나 투자의 귀재 워렌버핏 같은 사람도 이미 수십억 달러씩 기부해 그 분야에서도 큰 손으로 추앙받는다. 미국에서 가장 돈 잘쓰는 박애주의자로 불리우는 미디어업계의 테드 터너란 사업가는 한 해에 전재산의 3분의1에 가까운 10억달러를 유엔에 쾌척해 화제를 불러 일으킨 일도 있었다. 그가 한 말이 인상적이다. '돈을 은행금고에만 쌓아 둔다면 누가 그것을 선(善)이라 하겠느냐'
호화스러운 생활과 사치의 극을 누리면서도 이런 부자들이 사회에서 비난받지 않고 오히려 존경의 대상이 되는것은 서구사회의 도덕률인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이들이 몸소 실천하기 때문이다. 열심히 노력해서 부(富)를 쌓되 개인의 영달보다는 이를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얻는 성취욕과 청교도적인 봉사정신, 이것이 오늘날 미국을 떠받치는 자유 평등 복지와 같은 이상주의의 밑바탕 힘이라고 나는 믿는다.
사실 세상을 사는데 돈(富)이란 더 없이 좋은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돈으로 모든 행복을 살수는 없다. 부자들중에는 의외로 불행한 사람도 많다. 가난에 근심 따르듯이 돈에도 근심이 따르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부자들이란 돈의 노예이지 결코 주인이 아니다. 돈을 많이 가진 죄(?)로 오히려 파멸에 이르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우리나라 부자들 중에서 특히 그런 경우가 많다. 세금은 제대로 내지 않으면서 변칙적인 방법으로 재산을 모으거나 부동산 투기로 떼돈 번 사람들이 2세들에게 음성적인 방법으로 재산을 상속하는 졸부들의 행태가 탐욕과 부도덕의 대표적 사례로 사람들의 입줄에 오르내린다. 나는 지금도 종합부동산세 부과논란이 한창일때 서울 강남의 최고급 아파트 현관에서 TV카메라를 향해 일갈하던 한 졸부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 그는 종부세 찬성론자를 향해 그랬다. '저희들이 게을러서 못사는것은 반성하지 않고 부자들의 등골을 빼먹으려 하는 병신들'이라고. 이번에 헌법재판소가 일부 위헌판결을 내린데 대해 그는 뭐라고 할까? '위대한 헌법판단으로 조세정의가 살아난데 대해 감사한다'쯤 될까?
연전에 평생 모은 재산 220억원을 불우이웃돕기에 써달라고 KBS에 맡긴 실향민 노인의 미담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일이 있다. 엊그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최고액을 기부한 사람이 탈렌트 문근영으로 밝혀져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요즘 몰아닥친 경제위기로 서민들의 삶이 IMF때보다 더 힘들다는 하소연들이다. 진정한 부자들의 자신과 겸양, 봉사의 미덕이 절실한 시점이다. 졸부보다는 그런 부자들이 아직도 세상에는 많다.
/김승일(본보 객원논설위원·전북향토문화연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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