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11 21:50 (수)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세상만사
일반기사

[세상만사] 워룸(War Room)체제와 경제난 꺾기 - 최동성

최동성(본보 기획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생각할수록 야속하다. 경제난에 서민들이 단순히 내뱉는 앙앙불락이 아니다. 경기불황인 요즘 퇴근길에 '술 한잔 꺾자'는 말이 더 늘고 있다. '꺾다'는 말은 그 뜻이 많다. 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이 예시한 것만 보아도 무려 8가지에 이른다. 하지만 난국 돌파를 위해서 지금 꺾어야 할 것은 대통령의 위기꺾기다. 서민들이 하루속히 공포의 끼니걱정에서 벗어나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얼마 전에 서울 가락시장을 찾았다. 언론보도를 보면 이 대통령은 서민들의 애환을 듣고는 감정이 북받쳐 말을 제대로 맺지 못하기도 했다고 한다. 무와 시래기를 파는 노점상 할머니에게는 20년동안 쓰던 목도리도 풀어주었다고 전한다. 그런 마음도 중요하지만 더욱 기대하는 것은 냉혹한 현실에서 국민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는 눈앞의 대책이다.

 

통계청의 3분기 가계조사를 보면, 전국가구의 실질 소비지출은 3분기에 2.38%나 감소해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의 비율인 평균소비 성향도 77.5%로 1.4%포인트 하락해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소비성향은 2분위 계층을 제외한 전 계층에서 떨어졌다.

 

가계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면서 소비지출이 급격히 줄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계 소비심리는 10월 이후 더 악화됨으로써 10월 소비재 판매액 지수는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3.7% 감소해, 5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한국은행의 11월 소비자동향 조사를 보면 불안한 앞날에 대처하기 위해 허리띠를 바짝 조이면서, 소비자 지출전망 소비자동향지수가 1999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3월 위기설'이 실체없이 나돌고 있다. 물론 근거 중엔 부풀려진게 많다고는 한다. 하지만 위기설의 골자는 내년 3월께 결산을 맞는 외국 은행들이 한꺼번에 투자금을 회수해갈 가능성이 높아 우리 경제가 내년초 더 출렁대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이쯤 되면 국가경제 지휘부는 당연히 위기의식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할 게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들의 체감은 현장과 많은 차이가 있다.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몇 일전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상황이 악화하면 (정부의 거시경제협의회를)'워룸(War Room: 전시작전실)'체제로 전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민생은 파탄의 늪에 빠져 몹시 고통스러운 지경인데 도대체 언제까지 준비만 하고 있을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마냥 버티기만 하면 경제는 살아남는 것일까?

 

오바마 미국대통령 당선인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1분도 허비할 틈이 없다"면서 주지사들에게 당적을 초월해 경제 위기 극복에 협력할 것을 요청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도 한 초청 강연에서 "감세보다 재정확대가 더 필요하다"며 "서민생활 안정과 실업대책부터 맨 먼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부시 대통령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 일(경제위기)이 일어나게 돼 미안하다"면서 "경제위기에 직면했을 때 대공황을 피하기 위해 더 대담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며 초기 대처가 미흡했던 점을 시인했다고 한다. 난 듣기 싫다. 이제 와서 어쩌자는 것인가. 지금이 국민에겐 중요하다. 정부는 경제난 꺾을 시기를 놓쳐서는 안된다.

 

/최동성(본보 기획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email protected]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