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11 17:27 (수)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화일반
일반기사

[문학] '신비의 나라' 인도의 어두운 속살

아라빈드 아디가 '화이트 타이거' 출간

지난해 맨 부커 상 수상작인 인도 소설가 아라빈드 아디가(35)의 '화이트 타이거'(베가북스 펴냄)는 인도의 어두운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소설 속에는 이국적인 향취로 가득한 매혹의 나라도, 중국과 더불어 고속 성장을 거듭하는 막대한 잠재력의 신흥 경제대국도 없다.

 

소설은 '화이트 타이거'라는 별명을 가진 자수성가한 인도 기업가 발람이 중국 원자바오 총리에게 쓰는 편지의 형식으로 돼 있다.

 

"기술 및 아웃소싱의 세계적 중심지" 인도 방갈로르에 사는 발람은 원자바오 총리가 "인도의 몇몇 기업가들을 만나서 그들의 성공 사례를 직접 듣기" 위해 방갈로르를 방문한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방갈로르의 진실"을 들려주고자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쏟아낸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제대로 학교도 다니지 못한 채 하인이 된 발람은 온갖 부조리와 불합리를 몸소 체험하다 "인간답게 살 기회"를 위해 주인을 죽이고 방갈로르로 와서 기업가로 성장한다.

 

언론인 출신의 젊은 작가는, 인도의 허상에 속고 있는 외부 사람들에게 그 불편한 진실을 들려주고자 오래 품었던 살인의 기억을 털어놓는 주인공의 능청스럽고 냉소에 찬 목소리를 마치 제 것인 양 생생하게 들려준다.

 

블랙 유머로 가득 찬 문체는 편지글이라는 제한적인 형식 속에서도 흡인력을 갖는다.

 

"만약에 제가 국가를 하나 만든다면, 무엇보다 먼저 하수처리 파이프부터 먼저 설치하고, 그다음에 민주주의를 갖다 놓고, 그리고는 다른 사람들에게 간디에 대한 팸플릿이나 조각을 주든가 하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뭘 알겠습니까, 전 기껏해야 살인자에 불과하니 말이죠?"(120쪽)

 

작가가 조국의 어두운 속살을 낱낱이 드러내면서까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주인공이 그토록 원했던 '자유'일 것이다.

 

"저는 말할 것입니다. 단 하루라도, 단 한 시간이라도, 아니, 단 일 분이라도, 하인으로 살지 않는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된 것은 참으로 가치 있는 일이었다고."(364쪽)

 

권기대 옮김. 370쪽. 1만2천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