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오거리 라스트포원광장 조성…전통-현대 어우러진 새 명소 각광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라는 책이 있다. 그 책 이름과 비슷하게 고색창연한 전주객사(全州客舍) 기둥에 기대어 서서… 비보이들의 격렬한 춤동작이 뒤엉키는 배틀을 본다면 어떨까.
전북 전주라면 이상할 것이 없다. 전주객사는 전주 시내 중심가에 위치해 있다. 한쪽에는 입구에 비보이를 입체 형상화한 조형물로 시작되는 '청소년의 거리(옛 전주백화점~기린오피스텔)'가 조성되어 있다. 한쪽에는 라스트포원광장(오거리문화광장)으로 이어지는 '걷고 싶은 거리'가 뻗어 있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전북 전주의 모습이다.
전주가 비보이 메카임을 전국에 알리기 위해 2007년 10월 '전주 비보이 그랑프리 배틀 대회' 첫 행사가 열렸다. 그리고 뒤이어 2008년 3월 '라스트포원광장'이 준공되었다. 광장 전면에 '라스트포원'의 로고가 새겨져 있고 무대 바닥에 '라스트포원' 멤버 12명의 핸드프린팅과 무대 양측에 이들을 기념하는 조형물이 있다. 전주시의 가장 중심부에 위치, 구도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는 비보이 공연 등 다채로운 문화 행사를 상시 개최, 전주시의 새로운 명소가 되고 있다.
또한 매년 열리고 있는 '전주 비보이 그랑프리 배틀 대회'는 성장을 거듭, 그동안 행사 규모도 커지고 인지도도 높아졌으며 국내 및 해외 참가자도 크게 늘었다. 더욱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회의 격도 한층 높아진 셈이다. 전국 팝핀대회, 락킹대회, 체험부스, 사진전시 등 부대행사도 다채로워져 국제대회로서 손색없는 행사로 자리를 잡았다.
비보이는 미국에서 건너온 것이기에 한국 문화라 여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 비보이들은 어느새 세계를 누비고 있다. 그들의 공연 비디오는 해외에서 교과서같이 간주된다. 근년에 가장 히트한 문화 브랜드는 단연 비보이(B-boy)다.
비보이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공연에 초청 받는 등 새로운 한류를 이끄는 주역으로 부상했다.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를 필두로 공연이 줄줄이 이어졌고 CF에서도 가장 '때깔 좋은' 모델이었다. 케이블 TV에선 경연대회를 연일 중계했고 지상파 드라마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영화. 게임. 서적 등 각 분야에서 카멜레온처럼 자기 변신도 거듭, 길거리 문화에서 주류 문화로 성큼 성장했다. 그 중심에 전주 출신의 비보이 그룹 '라스트포원'이 있었으며, 전주가 비보이의 메카가 된 것 역시 '라스트포원'의 활동이 큰 계기가 됐다.
전통 예술에서 정중동(靜中動)을 본다면 '라스트포원'을 비롯한 한국의 비보이들의 비보잉에서 동중정(動中靜)을 보게 된다. 빠르고 현란한 움직임 속에서 높은 집중력이 느껴지고 가쁜 숨 사이로 평온이 전해진다. 동작에서도 순간 순간 멈추는 동작을 빠르게 만들어가기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는 인상을 받는다.
또 몸을 거꾸로 세워 '프리즈(춤을 추다가 역동적인 자세로 일시정지를 하는 무브)'를 하고 있는 비보이의 모습에서 한글의 비스듬한 'ㄹ'자와 같은 자모 낱자가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착각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고도의 집중을 이끌어내는 한국 비보이들의 뿌리가 우리 전통에 닿아 있기 때문은 아닐까. 비보이가 만들어진 태생에는 평화와 안식을 갈구하며, 폭력과 가난의 질곡인 현실로부터 벗어나려는 자유의지, 저항의식이 담겨있다고 한다. 우리네 민중정신과 맥이 통하는 정서다.
멋스런 동작 동작이 한지 위에 날 듯 멈춰있는 서예를 닮았고, 힙합의 비트는 전통 타악의 비트와 멀지 않다면 어떨까. 우리 비보이들이 이 땅의 아이들이라면 희미할지언정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확연히 달라 보이지만 공통점을 찾아 우리 것으로 만들고 그것이 세계적인 것이 된다면 그것은 분명 우리 미래의 것으로 가꾸어 갈만한 것이 된다. 옛 것을 가지고 뒤만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먼 앞을 내다볼 수 있을 때 새로운 전통이 만들어지는 것이리라. 전북의 아이들이 제 심장의 박동으로 우리의 미래를 열어가기를 기대해본다.
/양승수 문화전문객원기자(전주세계소리축제 프로그램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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