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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친절의 힘 - 전성환

전성환(전북도 홍보과장)

"여보세요! 거기 아무개 식당이죠? 점심 예약 좀 하려고 하는데요."

 

"그냥 오시면 돼요. (뚝!)"

 

똑같은 경험을 두 번이나 했다. 나는 전주 음식을 좋아하고 전주의 문화를 사랑하는 편이지만, 이런 식의 불친절한 태도에는 도무지 익숙해질 수가 없다. 한번씩 이런 경험을 하고 나면 그 집 음식이 아무리 맛있다 해도 다시 가기가 싫어진다. 내가 새삼 이 말을 꺼내는 이유는, 음식점의 불친절함을 고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친절의 가치를 알지 못하는 태도가 너무나 안타까워서다. 왜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더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키우지 못하는가? 조금만 친절하면 되는데.

 

최근 스티븐 M. R.코비의 〈신뢰의 속도〉라는 책을 흥미 있게 읽었다. 신뢰가 얼마나 강력한 자산인지를 밝혀낸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대다수가 믿고 있는 것과 달리 신뢰는 실증이 어려운 관념적이 것이 아니며, 실행 가능한 유형의 자산이다."라고 말한다. 신뢰가 있으면 강력한 정부, 성공하는 기업, 번영하는 경제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신뢰가 없으면 이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어버릴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를 테면 기업의 회계부정, 테러리스트의 위협, 조직 내 관계의 단절은 신뢰를 떨어뜨리게 되고, 그로 인해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신뢰만 있다면 이러한 비용을 줄일 수 있으니 그 경제적 가치가 얼마나 큰 것인가!

 

나는 '신뢰'라는 단어 자리에 '친절'이라는 말을 슬쩍 대입해 본다. "친절은 글로벌 경제에서 살아남기 위한 핵심 역량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친절의 속도만큼 빠른 것은 없다." 신뢰가 결과적 가치라면, 친절은 신뢰를 불러오는 과정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친절하면 신뢰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그것이 곧바로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친절은 이자까지 붙어 되돌아온다〉의 저자 에드 호렐은 "친절은 우리 몸속의 세라토닌 호르몬을 분비시켜 만족과 감동을 유발시키고 고객을 끌어당긴다."고 말한다. 때로는 경제적인 손해까지도 감수할 만큼 친절의 힘은 강력하다. 수수료는 저렴하지만 기계가 업무를 보는 은행과, 수수료는 좀 비싸지만 친절한 직원이 있는 은행 중 어느 곳을 선택하는가를 실험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자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25년 전 도쿄 디즈니랜드가 개장했을 때 3년을 넘기지 못하고 폐장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지금 도쿄 디즈니랜드는 미국 본사가 인정한 최고의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것은 친절의 힘이다. 디즈니랜드의 친절 매뉴얼 북은 무려 300권을 넘는다. 그들은 알고 있다. 친절하지 않음으로 해서 지출해야 할 비용과 친절함으로 해서 얻게 될 경제적 효과를.

 

과연 전라북도는 '친절'이라는 자산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가? 아무리 훌륭한 문화유산이 있고 맛있는 먹을거리가 있고 독보적인 스토리가 있다 해도, '친절'이라는 무형의 인프라가 뒷받침해주지 않는다면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사람의 발길이 미치지 않는 예향,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맛의 고장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전성환(전북도 홍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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