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경제생활팀장)
최근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상승하면서 손해보험사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자동차 손해율이란 손해보험사가 전체 자동차보험 가입자로부터 받은 수입보험료를 사고가 난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으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당연히 손해율이 높을수록 손해보험사의 손실폭이 커진다.
그동안 우리나라 손보업계의 손해율은 70%대에서 오르락 내리락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상승추세가 더 강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1990년 손해율은 73%에 불과했다. 10년이 지난 2000년의 손해율은 75%로 뛰었고, 최근 손해보험업계가 밝힌 2009년 11월말 기준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8.4%였다.
올해 손해율만 따져도 크게 오르는 추세선을 보였다. 3월의 경우 64.5%로 대단히 양호한 상태였다. 6월에도 70%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7∼8월 휴가철에 73%로 뛰었고, 9∼10월에는 75%까지 오르더니 11월에는 78.4%를 기록했다.
이처럼 손해율이 상승하는 것에 대해 보험업계는 늘어나는 교통량과 소규모 교통사고, 경찰의 계도 위주 교통위반 단속, 값비싼 수입차 증가, 겨울철 눈과 빙판길 등을 주요인으로 꼽고 있다.
현대사회는 자동차가 주요 이동수단이다.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에 고객을 빼앗기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부족한 주차공간'이 지적될 정도다. 실제로 자동차 대수도 크게 늘어났다. 2000년 1205만 9276대였던 자동차 등록대수가 지난해 말 기준 1677만 8884대로 증가했다. 하지만 교통사고 발생건수, 사망자수, 부상자수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의 29만 481건이던 교통사고 발생건수가 2008년들어서는 21만 5822건으로 줄었지만, 이는 대인사고 집계일 뿐이다. 대물사고건수까지 합한다면 줄어든 것이 아니다.
자동차 사고도 많고, 그에 따른 사연도 많다. 회사원 A씨는 몇년 전 1년여동안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하지 못했다. 자동차를 구입한 뒤 계속 가입해 온 보험사가 어느날 갑자기 보험 가입을 기피하고 나섰고, 결국 다른 보험사들을 찾아 다니며 가입을 요청했지만 모두 허사였다. 몇번의 사고 처리가 원인이었다. A씨는 새차를 구입한 뒤 도장 긁힘 등 소소한 사고처리를 두세번 했다. 50만원 이하 소액이었고, 평생 사고처리 한 번 하지 않는 우량고객으로서 이 정도가 무슨 문제가 되겠냐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보험사의 집단 따돌림이었고, 그는 1년6개월가량 무보험상태에서 운전해야 했다. 그는 "자동차 없이는 생활이 안되는 세상이다. 무보험차를 운전할 수 밖에 없었는데, 항상 조마조마 가슴을 졸여야 했다"고 털어놨다.
보험사가 손해율을 빌미로 평생 고객의 가슴을 멍들여놨다. 사실 A씨 입장에서 보면 너무 억울한 일이다. 보험사는 절대 손해를 봐서는 안되고, 고객은 단돈 20∼30만원짜리 2∼3회 처리한 보험사고 경력 때문에 모든 보험사로부터 보험인수 거부를 당했다. A씨가 큰 교통사고를 내기라도 했다면 그 결과는 너무 끔찍한 일이 아닌가.
손보사들은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손쉽게 보험료를 올리기 전에 보험사가 자구 노력을 벌이는 게 우선"이라는 권고를 받고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문제는 보험사들이 일단 사고경력이 많은 운전자와 차량에 대해 보험인수를 꺼리는 등 심사를 강화하는 방식을 취할 것이라는 점이다.
사고가 많은 운전자들은 손보사는 물론 다른 보험가입자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히고 있기 때문에 응분의 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조치가 보험사의 집단 횡포가 돼서는 안될 것이다.
/김재호(경제생활팀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