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용(원광대 한국문화학과교수)
요즘 세상의 변화되는 속도는 정신을 가다듬고 있어도 가늠하기 조차 어려울 정도이다. 다양한 문화채널 속에 내던져진 현대인들에게 삶과 죽음의 경계가 무너진 것처럼 진실과 허구의 구별 역시 불가능할 정도가 되었으니, 다른 부분은 어떠하랴. 민심이 그렇고 정치도 그러하다. 격변(激變)이라는 말 그대로이다.
그러면 과연 오늘의 우리는 어떤 흐름 위에 살고 있는가? 변화하는 세계상을 조망한 메이너드 2세는 ??제4의 물결(The Fourth Wave)??(1993)에서 제4의 물결을 예고하고 있다. 주지하는 앨빈 토플러의 문제작 ??제3의 물결(The Third Wave)?? (1980)에서 제시한 모델을 이용하여 바라다 본 것이다.
제4의 물결이란 인류문명사를 압축한 말이다. 농업의 확산이 제1의 물결이요, 공업화와 부합되는 제2의 물결, 그리고 현대적 공업국에서 강화된 탈공업화 내지 정보화 현상을 제3의 물결로 본다. 그리고 이에 뒤이어 오는 '통합이 요청되는 세계상'이 제4의 물결이다.
레이너드 2세가 본 세계관에 의하면, 제2의 물결에서는 '우리는 분리되어 있으며 경쟁하지 않을 수 없다'는 흐름에 서 있고, 제3의 물결에서는 '우리는 연결되어 있으며 협력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이에 대하여 제4의 물결에서는 '우리는 하나이며 공동창조를 선택한다'라는 명제가 주어진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세계관을 요청하는 사회변화 양상을 첫째 의식(意識)의 변화, 둘째 과학주의로부터의 각성, 셋째 권위와 권력의 내면적 원천, 넷째 사회의 재 정신화(再精神化, Respiritualization), 다섯째 물질주의 몰락, 여섯째 정치적 경제적 민주화, 일곱째 탈국적 현상 등으로 지적하고 있다. 우리사회에 있어서 근래에 전개되는 다문화현상을 보더라도 이러한 흐름은 쉽게 이해가 되는 일이다. 우리사회는 이제 제4의 물결 한 복판에 서 있다는 말이 된다.
이러한 제4의 물결이론은 21세기 사회에 있어서 기업활동에 필요한 모델설정을 위한 시도였다. 그런데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기업에서 뿐만 아니라 문화활동 영역에서도 시사받을 바가 적이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우리사회가 전승해 온 문화재, 문화풍토를 금후 어떻게 전승시켜 나갈 것인가에 있다.
그런데 방금 끝난 지자체 선거에 있어서 지역문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어떠하였는가? 봉공인(奉公人)을 자처하는 수많은 정치인들이 내놓은 공약을 들여다 보면 문화정책의 방향이 공허함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우리는 지자체를 이끌어갈 인물들이 이 고장이 갖는 역사문화의 위상에 걸맞는 문화의식을 갖도록 염원하고, 또 촉구한다. 시민들의 삶이 문화적 주체성을 가지고 영위될 때 정책을 펴나가기가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시대는 바야흐로 제4의 물결에 들어 하나의 세계 속에서의 공동창조를 요청하고 있다. 정책을 세우고 실행해 나갈 때 폭을 넓혀 모두를 감싸안을 수 있는 심량(心量)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노력자체가 문화적이니, 문화정책도 그 안에서 바람직하게 전개될 것이라 기대해 본다.
/양은용(원광대 한국문화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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