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가 말고는 문학업적 만날 수 있는 공간 없어…계획 앞당기고 문인들도 추진위 설립나서야
익산시가 가람 이병기 문학관 건립을 포함한 가람시조마을 조성사업 계획을 내놓았지만, 건립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익산시는 내년 가람시조마을 조성을 위한 기본 계획 및 실시 설계에 들어가 2013년 착공, 2016년까지 사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가람시조마을 조성사업에는 문학관 건립과 시조 교육·체험관 건립, 전시관 건립, 걷고 싶은 테마길 조성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지역 문인들은 "현재 가람 선생의 생가만 덩그러니 남아 있을 뿐 선생의 문학적 업적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며, 문학관 건립 및 가람시조마을 조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가람 이병기 선생(1891∼1968)은 익산시 여산면 원수리에서 태어나 현대시조를 만들고 시조 부흥 운동을 통해 시조 문학의 중흥을 이뤄낸 인물. 일제시대와 해방 이후에는 조선어연구회를 조직해 우리말 연구에도 앞장섰다.
이택회 익산문인협회 회장은 "제1회 가람문학상 수상자이자 가람 선생 제자인 정완영 선생도 그의 호를 딴 백수문학관이 2008년 경북 김천에 세워졌다"고 말했다. 가람 선생의 후배인 월하 이태극 선생을 조명한 월하문학관은 지난 17일 개관했다.
전문가들은 "자치단체가 계획을 세우고서도 몇 년이 지나도록 지지부진한 경우가 많은데, 우리 지역도 신석정문학관이나 김환태문학관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며 자치단체장의 강한 의지를 주문했다.
가람 선생의 제자이자 시조문학의 맥을 잇고 있는 최승범 시조시인은 "몇 년 전에도 시민들이 중심이 돼 가람문학관 건립을 요구했지만 예산 문제 등으로 표류하고 말았다"며 아쉬워 했다. 한 원로 시인은 "다른 지역의 경우 해당 자치단체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문학관을 건립하고 있는데, 가람 선생이 돌아가신 지 40년이 지나도록 문학관이 세워지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익산시장의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기우 최명희문학관 기획연구실장은 "가람시조마을 조성사업 안에서도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문학관 건립은 특히 서두를 필요가 있다"며 "문학관처럼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시설물을 우선적으로 만들어 놓는다면 사업에 대한 관심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사업 진행도 자연스럽게 빨라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문학관 건립 및 가람시조마을 조성사업이 구체화되기까지 문인들의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문화예술인은 "자치단체에게만 책임을 맡길 것이 아니라 문인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가람문학관 건립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시민을 대상으로 가람 선생의 업적을 알리고 시조마을 조성 의미를 알릴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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