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과 해학의 무대 고은 시인 '만인보' 연극공연
분단 60년. 자기 성찰이 필요한 때다.
전주시립극단이 올리는 고은 시인의 '만인보'는 6·25전쟁 60년을 맞아 '전쟁과 사람'을 주제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인간 군상들의 넋을 위로하는 진혼굿을 펼쳐보인다.
시립극단의 「만인보」 공연은 이번이 두번째. 1990년 「만인보」 1~3권의 고향 정황(情況)을 무대에 올려놓은 적이 있다. 조민철 상임연출은 "「만인보」를 올리기 위해 10명도 안됐던 극단 식구들을 50명 가까이 모으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준비해 온 아이디어를 쏟아내며 생소한 시를 장면으로 꾸리고 한숨과 함께 거두고 다시 시작하기를 반복했었다"고 회고했다.
「만인보」는 말 그대로 역사 속에서 나타났다가 사라져간 숱한 이들의 기록. 이번에는 16~18권을 기초로 6·25전쟁 당시 가공할 폭력과 시대를 살아낸 유무명의 인물 700여명의 고통스러운 역사와 의미를 되묻는다. 20년 전 대표집필을 맡아 공연대본을 정리했던 곽병창 우석대 교수가 다시 작가로 나섰다. 곽교수는 "작품에는 없는 '용말'이라는 가상의 마을을 만들어 전쟁에 시달리며 한 시기를 견디다 간 이들의 이야기를 이리저리 중첩시켜서 이야기로 꾸몄다"며 "막간극이라는 이름으로 역사적으로 기억할 만한 이름의 몇 사람을 끼워넣어서 그 시대를 좀더 생생하게 짐작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조 상임연출은 "이 작품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이야기하거나 이데올로기의 한 편에 서려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극한 상황에 내몰린 인간의 변화와 대응에 현미경을 들이대 유한한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를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만인보」는 1980년 고은 시인이 내란음모 혐의로 육군교도소에 수감 중일 때 처음 구상한 것으로 시대와 사람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살아있다. 1986년 1~3권이 처음 출간된 이래 25년이 지난 2010년 총 30권의 시서집으로 끝을 맺었다. 「만인보」에 실린 전체 작품 수는 4001편. 등장인물만 해도 5600여명이다.
'만인보' 공연은 18일 오후 7시, 19일 오후 3시·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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