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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동암고 '학생자치법정' 들여다 보니

스스로 소통하고 대안 찾는 '학생 자치 본보기'

동암고등학교 제2회 학생 자치법정이 6일 본교강당에서 열린 가운데 검사와 변호사 역활을 한 학생들이 '두발규제 방식이 문제다'란 주제로 공방을 펼치고 있다. 추성수([email protected])

"두발검사에 걸렸는데 바로 다음날 또다시 검사한다고해서 이발하기 위해 담을 넘었습니다. 잘못된 것은 알지만 밤 10시에 학교를 마치면 미용실에 갈 시간이 없습니다."

 

6일 오전 전주 동암고에서 열린 학생자치법정에 과벌점자로 나온 김한식군(2·가명)은 지난 10월 18일에 두발검사와 월담, 그리고 제2외국어 시간 무단결과 등 하루에 3번의 벌점을 받았다.

 

학교 규정에 따라 봉사활동 등 처벌을 받는 대신 이날 법정에 나온 김군은 자신의 독특한 외모 때문에 이발을 하지 않았다가 적발됐으나 빨리 이발하고 싶은 생각으로 담을 넘게 됐다며 수업을 빠지게 된 부분에 대해서는 담당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선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해당 미용실 관계자를 인터뷰한 자료를 동영상으로 제시하면서 한식군도 빨리 이발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사람들이 많아서 늦어졌다는 점을 호소했다.

 

변호인과 검사측의 밀고 밀리는 줄다리기에 이은 배심원단의 합의를 거쳐 재판장이 내린 판결은 학생부장 선생님과 면담하여 규정개정을 건의할 것과 월담방지를 위한 후문지킴이 1주일, 무단결석에 대한 책임으로 담당학급 출석부 담당 1개월, 그리고 다음번 자치법정에 배심원으로 참여할 것 등이었다.

 

이날 자치법정은 동암고 학생들이 올들어 마련한 두 번째 자리. 실제 과벌점자 2명이 자신의 실명으로 출석해 두 차례에 걸쳐 법정이 열렸으며, 검사측이 과벌점자를 '피고'로 지칭한데 대해 재판부가 위화감을 조성할 우려가 있다며 학생의 이름을 부르거나 과벌점자로 호칭해 달라고 요구하는 등 인권에 상당히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또 과벌점을 받게 된 이유와 과정에 초점을 맞추며 서로 소통하고 대안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자치의식이 돋보였다.

 

임동민 자치법정 회장은 "서로를 물어뜯고 힐난하는 법정, 지루한 원칙만 나열하는 법정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학교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것"이라며 "오늘 법정은 픽션이 아니라 실제이며, 일회성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철 지도교사도 앞으로 한달에 한번 정도는 이런 자리를 마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진태 교감은 총평을 통해 "교사들의 일방적인 지도가 아니라 서로 소통하고 토론하면서 학생들의 합리적 생각으로 학급과 학교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자치법정에는 양문선 전북도 고등학교학생회 회장을 비롯한 각 학교 학생회장 30여명과 법무부 관계자 등이 참석해 학생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이성원기자lee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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