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사회시스템 개선 수직적 양성평등 이뤄내야
여성주간(7월 1일∼7일)을 맞아 정봉희(52) 전북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을 만나봤다. 여성단체협의회는 여성의 발전과 복지 사회를 이룩하는 일에 여성이 적극 참여토록 권장하고, 여성들의 의견을 정부와 사회에 반영함으로써 여성의 권익보호를 위한 활동을 목적으로 지난 1975년 4월 발족됐다. 지난해 임기 2년의 회장제12대)에 취임한 그는 역대 최연소 회장으로서 도내 20개 회원단체와 14개 시군 여성단체협의회를 대표하고 있다. 갈수록 급변하는 사회에서 여성들의 역할과 사회참여 확대, 양성평등, 복지 실현을 위한 방안은 무엇이고, 향후 과제는 무엇일까.
-해마다 이맘때면 '여성주간'을 맞습니다. 여협회장으로서 여성주간을 보내는 감회는 무엇입니까.
▲여성주간이라는 말이 있다는 것 자체가 아직도 양성평등과 남녀가 함께하는 행복한 가정만들기, 그리고 여성들의 역량강화를 위한 과제가 남아있다는 것을 웅변하는 것입니다.
해마다 여성주간을 맞아 진정 여성을 위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되지 못하고, 의례적 행사에 그친 경우도 있었습니다. 올해 여성 주간을 보내면서 "여성들이 정말 행복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 방안에 대해 고민해 봤습니다.
계량화는 어렵겠지만 10년전, 20년전, 30년전에 비해 여성들의 권익이 향상된게 사실입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두드러진 변화가 있었음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남성들이 가정에서 기죽어 산다"며 양성평등이 완전히 실현된 것처럼 말합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현실은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여성 고위직은 거의 없습니다. 공직사회를 예로들면 도청이나 시·군에서 사무관(5급)이상 여성 고위직이 몇이나 됩니까. 얼마전 있었던 일이지만 해당자가 없다는 이유로 전북도 복지여성보건국장에 여성을 임명하지 못했습니다. 선거때마다 정치권에서 "제대로 된 경력과 역량을 갖춘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말을 할때마다 여성단체 회장으로서 안타깝고 무력감을 느끼곤 합니다.
-양성 평등의 기초는 여성권익 신장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여성들의 권익신장을 위한 방안은 어떤게 있습니까.
▲한마디로 말하면 여성의 자기계발 노력이 있어야 하고 사회 시스템이 크게 바뀌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에 앞서 남성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죠. '찾아가는 남편교실'이란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때 남편들에게 묻습니다. "만일 다시 태어나면 현재의 아내와 결혼하겠느냐"고 말이죠. 그러면 80% 이상의 남성들이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겠다고 합니다. 그들이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겠다는 이유를 들어볼까요. "시댁에 너무 잘해줘서.." "집안에서 내조를 너무 잘해줘서" 등등 입니다. 여성은 하나의 객체일뿐 철저하게 남성중심의 사고에 의해 판단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게 있습니다. 여성들은 지금의 남편과 다시는 결혼하지 않겠다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살아가는게 너무 힘들다는 겁니다. 꼭 지금의 남편이 싫어서가 아니라, 여성의 권익이 아직 제대로 실현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최근들어 일하는 여성이 크게 늘어나면서 직장이나 사회에서의 양성평등 문제가 심심치 않게 논란이 되곤 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너무나 많은 여성들이 사회 각계각층에 참여하면서 이젠 여성들도 프로정신으로 무장해야만 합니다. 여성이나까 좀 예외를 둬야 한다는 아마추어적 사고로는 결코 최고가 될 수 없습니다. 여성들도 세련된 매너와 풍부한 전문지식, 그리고 말 한마디, 글 한줄이라도 제대로 쓰는 능력이 있어야만 살아남는 시대가 된만큼 개인적으로 노력하고, 저희 단체에서도 각종 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가 간과해선 안될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직장내 문화를 보면 수평적으로는 양성평등이 이뤄져 있습니다. 하지만 수직적 양성평등은 갈길이 엄청나게 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들어 외국인과 결혼하는 다문화가정이 크게 늘고 있는데 남녀평등을 실현하는데 있어 이 문제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세대와, 문화 격차가 너무나 큰 상태에서 결혼하면서 파생되는 문제점은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여성단체에서도 더 관심을 갖고 충분한 교육을 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한국음식 요리방법 교육 등도 병행돼야 합니다.
-전북여협은 스스로 30만 회원을 가진 단체라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계 목소리를 크게 내지 못하고, 어떤때는 관에 휘둘리는 듯한 인상도 없지 않습니다. 당면 과제는 과연 어떤게 있습니까.
▲여성들의 권익 신장을 위해서는 여성단체들의 결속력이 더 강화돼야 합니다. 여성계를 대변하는데 있어 회장인 제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충고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정치권이나 관공서를 비롯, 사회 각계에서 능력있는 여성들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전북여협의 경우를 보면 오양순 전 회장이 국회의원을 지냈고, 이영조·유유순 전 회장은 도의원을 역임했고, 시군의회에도 많은 회원들이 진출해 있습니다. 앞으로 역량있는 분들이 지방의회 등에 더 많이 진출해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습니다.
한가지 더 강조할 것은 이젠 우리 여성단체도 단순히 양성평등만을 외치는데 그치지 않고, LH유치 등 지역 현안이 있을때는 적극 참여하고 우리의 것을 쟁취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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