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도지사배 전국론볼대회 160여명 출전 성황…서울 보훈팀 '종합 우승'
"각이 너무 좁아. 좀 더 바깥으로…."
'제1회 전라북도지사배 전국론볼대회' 이틀째인 16일 오전 10시 전주론볼경기장.
2인1조로 겨루는 2복식 토너먼트 경기가 한창이다.
휠체어를 타거나 목발을 짚은 선수들은 공을 던질 때마다 반대편 40여m 떨어진 흰색 '표적구' 근처에 서 있는 같은 편 지시에 따라 공의 각도와 힘을 조절했다.
타원 모양의 공은 안과 밖의 무게가 달라 포물선을 그리며 굴러갔다.
선수 1명당 모두 4개의 공을 굴렸다. 공이 손에서 떠날 때마다 양팀에선 환호와 탄성이 엇갈렸다. 상대 편 공이 자기 편 공을 건드려 '표적구'와의 거리가 순식간에 뒤집혔기 때문이다.
론볼(lawn bawling)은 언뜻 볼링(bawling)과 비슷했다.
실제 론볼 선수들이 공을 굴리는 자세는 영락없이 볼링장에서 보던 모습이었다.
하지만 볼링이 실내에서 무거운 공을 굴려 '핀'(pin)이라고 하는 나무 표적들을 쓰러뜨리는 경기라면, 론볼은 실외 잔디(lawn) 경기장에서 타원형 공을 굴려 '표적구' 가까이 놓는 경기다.
론볼은 우리나라에서 장애인 종목으로 잘못 알려져 있지만, 이 종목이 처음(13세기 말) 시작된 영국과 호주 등에선 비장애인들 사이에서 더 인기라는 게 충북 대표팀 감독 겸 선수인 이상용 씨(48·척수장애 1급)의 설명이다.
이 씨에 따르면, 론볼은 1988년 서울장애인올림픽 때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됐고, 현재 대한장애인론볼연맹(회장 탁경률) 회원만 1216명이다. 국내 장애인 종목 가운데 선수가 가장 많고, 세계에서도 장애인 선수가 가장 많은 나라가 우리나라라는 것.
이 씨는 "론볼은 과격하지 않고, 경기 중 머리를 많이 쓰며, 연습할 때는 (경기장을) 수십 번 오가기 때문에 운동 효과가 커 중증 장애인들의 초기 재활 운동으로도 최고"라고 말했다. 그는 "충북엔 2009년 충주시에 론볼 전용 경기장이 처음 만들어졌고, 대전 등 일부 시·도는 아직 경기장이 없거나 원주시같이 경기장을 잘 지어놓고도 방치하는 곳도 있다"며 "전북은 론볼 전용 경기장이 3개로 전국에서 제일 많고, 선수들 실력도 전국 상위권"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대한장애인론볼연맹 회장도 탁경률 대한민국상이군경회 전북지부장이 맡고 있다.
김종열 전북론볼연맹 부회장(56·뇌병변장애 2급)은 "2004년 익산에 처음 론볼 전용 경기장이 생겼고, 2006년 정읍, 올 6월 전주(송천동)에 경기장이 만들어졌다"며 "현재 전국 대회는 20개가 넘고, 도내엔 이번 도지사배를 포함해 익산시장배, 정읍 우수선수 초청대회 등 3개가 있다"고 말했다.
전라북도장애인체육회(회장 김완주 지사)가 주최하고, 대한장애인론볼연맹과 전북장애인론볼연맹(회장 박현목)이 공동 주관한 이번 대회엔 전국 16개 시·도 160여 명의 선수가 출전했으며, 종합 1위는 서울 보훈팀, 2위는 충북 대표팀, 3위는 광주 대표팀, 4위는 전남 대표팀이 각각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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