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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식자재업 진출한 대전지역 가보니 "매출 30% 이상 뚝… 더는 버티기 힘들어"

"도·소매업체서 폭리 취했다는 눈총이 더 서운" 대기업 유통매장 맞설 '대전유통연합회' 설립

▲ 대전시 대덕구 농수산물도매시장 인근 상가들이 대기업 식자재 유통업 진출 반대 현수막을 내걸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매출은 30%이상 떨어졌지만, 그보다 그간 폭리를 취했다는 눈총이 더 서운합니다."

 

대전에서 10년 넘게 1톤 트럭을 이용해 골목식당에 식자재 납품을 하고 있는 천년식품 대표 김양훈씨(46)는 지난해 대전시 대덕구 오정동 농수산물도매시장 인근에 들어선 대기업의 식자재업 진출로 실직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김씨의 마진은 5~10%선에 머물지만 매출이 30%이상 급감해 최근에는 유지·관리비는 고사하고 적자에 허덕이며 폐업을 심각하게 고려중이다.

 

김씨의 삶이 이처럼 피폐해진 건 지난해 5월 대상그룹의 자회사 대상베스트코가 이곳에 대형 유통물류단지를 열면서부터.

 

이곳에 들어선 식자재 도매매장 A물류는 약800㎡ 규모로, 인근 상가보다 10~20%이상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도내 식자재업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바로 그 대기업이다.

 

그는 "지난해 5월 문을 열 때만 해도 좀 규모 있는 유통 가게가 들어서나 생각했었다"며 "대기업에서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이렇게 주변 상권을 초토화시킬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고 했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일부품목은 도매업체에게 넘겨지는 가격보다 더욱 저렴한 것도 있다고 했다.

 

김씨는 "거래하던 식당에 마요네즈를 가져다줬더니 비싸다며 눈총을 받았다"며 "알고 보니 내가 받아오는 가격보다 저렴하게 A물류에서 소비자 판매를 하고 있었다"고 분개했다.

 

특히 "거래처들에서 그간 폭리를 취해온 것 아니냐는 눈총까지 받고 있다"며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다는 생각만 든다"고 토로했다.

 

이로 인해 김씨는 요즘엔 생계가 달린 이 일을 제쳐두고 대기업의 유통매장과 맞설 '대전유통연합회' 설립에 매달리고 있다.

 

대전유통연합회는 A물류가 추진하고 있는 대전지역 4곳의 추가 대리점 설립을 막아내기 위해 상인들이 급히 설립을 서두르는 상인단체다.

 

상인들이 갑자기 발끈하고 나선 것은 식자재만을 판매할 것 같았던 A물류에서 농산물을 비롯해 냉동, 잡화, 육가공, 축산, 수산물까지 모든 영세 상권을 초토화시키고 있는데 따른 것.

 

이에 따라 상인단체에는 대전 전지역에서 농산물 판매업체를 비롯해 냉동, 잡화, 육가공, 공산품판매 상인들까지 1000여명이 참여하고, 각 업종별 공동대표 체제로 꾸릴 계획이다.

 

연합회 총무를 맡게 된 김씨는 22일 창립총회 자리에서 "대기업들의 식자재 시장진출로 수많은 중소상인들의 실업화와 시장의 독과점구조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정부의 소상공인 육성정책 보완을 요구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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