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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농촌의 모델, 기찻길 작은도서관 - 주민들 일상의 삶 '문화적 삶'으로 탈바꿈

주부독서회·리본공예 등 주민 수요 맞춘 프로그램 인기 / 주5일 수업 따라 토요일 논술교육…아버지들 참여 과제

▲ 작은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

참여 3년 전 전주에서 완주군 상관으로 보금자리를 옮긴 강미영씨(40, 주부)는 도시보다 더 '문화적'인 삶을 산다. 전주에 살 때 주부들끼리 모일 경우 아이 키우는 이야기와 시댁 이야기로 시간을 때우는 '수다'가 고작이었지만, 지금은 시간 나는 대로 공예를 배우고 문학을 이야기 한다.

 

그는 이곳으로 이사 온 후 테디베어(곰인형)에 냅킨아트, 리본공예와 도자기 등을 배웠다. 특히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과 책으로 소통하는 일상은 삶의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

 

그 중심에 바로 '작은도서관'이 있었다. 작은도서관이 생기면서 그의 삶이 크게 바뀌었다. 그는 2년 전부터 이 도서관 주부독서회 회장을 맡고 있다. 20여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주부독서회는 도서관을 매개로 매월 2차례 정기모임을 갖고 독서토론을 벌인다. 가장 최근에는 소설'우아한 거짓말'(김려령 저)을 읽고 회원들간 의견을 나눴다. 여기에 참여하는 회원들은 30~40대 주부들이 주축이지만, 회사원과 공무원·논술강사·공예 강사들도 있다. 이들 회원들은 책읽기에 그치지 않고 도서관 책정리도 도와주고,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각종 프로그램에도 열성적으로 참여한다. 도서관 이용자로서 뿐 아니라 도서관 운영에서도 중심적 역할을 하는 셈이다.

 

지난 2009년 3월 완주군 상관면 신리 지큐빌신세대 아파트 내에 문을 연 '기찻길 작은도서관'은 전북도가 도내 80여 곳의 작은도서관 중에서도 손꼽을 만큼 농촌지역 작은도서관의 모델이 되고 있다. 하루 평균 도서관 이용객 수 50~60명에, 하루 평균 100~150권 정도의 책 대출이 이루어진다. 소장 도서는 9500권정도.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이 열려 있다.

 

 

▲ 리본공예 배우기에 열심인 주민들.

리본 공예 강사 겸 주부독서회 회원으로 활동하는 김경은씨(37)는 무거운 감이 드는 큰 도서관에 비해 친밀도가 높은 점을 강점으로 이야기 했다. 책 읽는 사람들에게 독서실도 되고, 쉼터와 사랑방 역할까지 가능한 게 작은도서관이란다. 또 최근 그가 맡았던 리본 공예 강습 프로그램에 20여명이 참여할 정도로 참여도가 높았다. 아파트 내 도서관에서 주민들이 원하는 여러 프로그램들을 수강할 수 있어 교통비·수강료 등 경제적 부담을 덜고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

 

여러 지역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기찻길 작은도서관이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것과 관련, 이유미 도서관 관장은 아파트내 단지라는 입지적 요인을 먼저 꼽았다. 전주 통근 거리에 위치한 아파트에 700여 세대 주민들이 있어 문화와 여가를 누리는 데 제격이다. 또 아파트에 공예가, 논술지도사, 독서지도사, 문인, 외국어 강사, 애니메이터 등 다양한 전문직 종사자가 거주하고 있어 강사활용과 재능기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데 좋은 여건을 갖췄다. 도시 인근이면서 또한 농촌이라는 점에서 주민들간 정서적 교감도 도서관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이 관장은 덧붙였다.

 

이 도서관은 주민 수요에 맞춘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으로 작은도서관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주5일제 수업에 따라 매주 토요일 '휴 클래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게 한 예다. 초등학교 저학년과 고학년 반으로 나눠 실시하는 논술수업에 2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개인 과외나 학원에 다니지 않고도 도서실에서 해결한다.

 

또 각종 공모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프로그램의 다양화를 가능하게 했다. 문학작가 파견사업에 응모해 유강희·이경진 시인을 초빙해 글쓰기 지도와 시낭송회를 열었다. 올 여름방학중에는 주민이기도 한 탁영환 애니메이터를 초청해 아이들에게 애니메이션 교육을 통한 꿈을 키워주었다. 전북도문예진흥기금을 받아 도자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었고, 지난해에는 문화관광부 다문화인식개선사업에 선정돼 지역내 도서관을 모두 찾아다니며 프로그램을 운영할 정도로 외연을 넓혔다.

 

이같은 활발한 활동에도 아버지들의 참여가 아직 저조하다는 게 이 관장의 아쉬움이다. 도서관에서 '책읽어 주는 아빠'를 그리며 프로그램을 추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아버지들을 도서관으로 끌어내기 위해 가족단위 행사들을 많이 생각하고 있단다. 최근 마련한 도자기 체험에 가족단위로 참가 자격을 제한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 도서관은 현재 완주군내 다른 작은도서관(봉동, 이서, 구이, 소양, 화산)처럼 군 직영체제로 운영된다. 관장은 공무원이며, 주민 1명을 보조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주부독서회 등을 중심으로 주민참여가 활발해 주민자치의 운영체제로의 전환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이 관장은 말했다. 이 도서관이 주민자치 작은도서관의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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