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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회 - "문화복지, 중장기 사업계획 먼저 마련해야"

'복지'와 '경제 민주화'가 2012년 대선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면서 정부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지자체도 소외계층뿐만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향수권을 확대하는 '문화 복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지난 19일 본보 편집국에서 열린 좌담회에서는 도가 추진 중인 생활문화예술동호회, 문화예술의거리 조성사업, 예술인 복지법 등 관련 현안이 집중 논의됐다. 이날 좌담회에선 최영만 전북도청 문화예술과 과장, 장세길 전북발전연구원 부연구위원, 문동환 전북도의회 정책연구원, 문화코디네이터 이수영씨가 참석했다.-도가 올해 3억6700만원으로 시민들의 동아리 활동을 진작시키고자 '생활문화예술동호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여기엔 5인 이상 최소 3개월 이상 활동한 순수 아마추어 동호회 대상으로 684곳 1만2351명이 접수됐다. 그러나 도가 생활문화예술동호회 활성화를 위해 기획한 페스티벌(11월3~4일)을 두고 '전시 행정'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장세길 = 도가 구축한 생활문화예술동호회 네트워크를 들여다 보면, 시군 동호회, 장르별 분과 위원회가 모여 자발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160개팀 1890명의 시민들이 페스티벌을 준비하면서 더 적극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최영만 = 생활문화예술동호회 네트워크를 관의 성과주의 사업으로 보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페스티벌 관련 예산이 2억4000만원 밖에 안된다. 자기 가족이 페스티벌에 참여한다고 오겠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말릴 정도다. 초반에 관이 네트워크를 안정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판을 깔고 나머지는 민간이 알아서 하도록 할 것이다.△문동환 = 첫 시작치고는 연착륙하고 있다고 본다. 지자체가 이와 같은 사업을 진행할 때 민관 거버넌스를 운운하지만, 이것이 제대로 작동한 적은 없었다. 결국 성패는 사람에 달렸다.△이수영 = 그런 점에서 민간의 자발성을 키울 수 있게 하는 매개 인력인 문화코디네이터 역할이 중요하다. 실제로 잘 운영되는 문화의집을 보면 민간위탁 제도 때문이 아니라 헌신하는 관장이나 기획자 덕분이다. △장 = 그러나 현재의 문화코디네이터가 시군 전반을 아우르는 사업을 진행하기는 힘들다. 코디네이터 역량도 제각각이다. 현장을 네트워킹하는 역량 강화 교육이 이뤄져야 하고, 인력을 늘리는 일도 병행돼야 한다. 이들의 처우 역시 개선돼야 능력있는 문화기획자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다. △문 = 문제는 이같은 사업을 조율할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것이다. 전북문화재단이 설립됐다면, 문화복지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중장기적으로 끌고 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화예술의거리 조성사업이나 예술인 복지법 등과 같은 현안이 나올 때마다 도는 용역을 준다거나 TFT를 꾸려 대응하는 게 전부다. 안타깝다. -문화예술의거리 조성사업의 궁극적 목표는 외부 기업유치시 주민들에 대한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넓히고, 시민들이 주체가 되는 예술공간을 조성하는 데 있다. 전북도가 전주군산익산남원시와 40억(도비 20억, 시군비 20억)을 들여 추진하는 문화예술의거리 조성사업이 본래 취지대로 운영되지 못한다는 우려의 시선이 많다. △최 = 우선 추진 상황을 이야기하겠다. 전주는 동문거리 일대 갑기원 사거리~새누리당사(260m14억), 군산은 월명동 인근 청소년문화광장~국도극장(200m8억), 익산은 황해사~구 이리극장길(320m12억), 남원은 구 군청사거리~하늘중학교(250m6억)에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역별 거리구역을 설정하고,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데 시일이 걸렸다. 전주는 동문거리 내 예술창작촌(시민예술촌), 군산은 우일극장을 거점으로 한 창작공간, 익산은 빈 점포를 매입 활용해 시민예술촌, 남원은 광한루 관광사업과 연계해 창작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장 = 지역 문화계의 우려의 시선은 관이 하드웨어만 구축하고, 소프트웨어를 고민하지 않는다는 시각 때문이다. 하지만 문화예술의거리 조성의 출발은 관이 끊고, 운영 방향은 민과 관이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부분이다. △문 = 하지만 관이 문화예술거리로 규정한 뒤 시설을 만들고 예술가들을 불러들여 조성하는 방식이 최선인가 하는 부분은 있다.△이 = 비슷한 예로 부산의 원도심 창작공간'또따또가'('똘레랑스'와 '따로 또 같이'의 합성어)를 들 수 있을 것이다. 2010년 부산시가 지역 예술가들이 거주하고 있던 중구 중앙동 40계단 주변과 동광동 일대의 빈 상가 18곳을 임대리모델링해 그들을 위한 공간을 조성했다. 전북의 문화예술거리가 관의 지원으로 외부 지역 예술인들을 불러모으는 방식과는 달랐다. -이른바 '최고은 법'이라 불리는 예술인 복지법 시행령(안)과 시행규칙(안)이 최근 입법예고됐고, 11월 18일부터 법이 시행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예산이 그대로 확정되면 내년에 예술인 4만여 명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예술계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4대 보험 혜택이 대부분 무산된 점, 느슨한 '예술인 기준'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이와 관련해 별다른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최 = '예술인 복지법' 논란은 복잡하다. 문화체육관광부도 '누구까지가 예술인인가'라는 개념 정의 논란에 이러다할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시행령에 따르면 예술 활동 실적, 예술 활동 소득(연간 120만원 이상), 저작권 등록 실적 등 4개 기준 가운데 하나만 충족돼도 예술인으로 등재된다. 길거리 무료공연을 3년간 3회 이상만 해도 누구나 예술인이 될 수 있는 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전북도 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도 실태조사를 못하는 상황이다.△이 = 이 기준대로라면 문화의집 관장을 했고, 문화코디네이터로 활동하는 나도 예술인에 속한다. 더욱 안타까운 대목은 외롭게 예술하는 작가들이 아니라 아마추어 동호인까지 포함될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문 = 정부가 '예술인 복지재단' 논의를 구체화하고 있다. 개인이 예술인 등록을 하게 돼 있지만 도가 지역 예술인들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사전준비가 필요하다.△장 = 도가 별도 TFT를 통해 지역의 예술인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기초조사를 시행할 계획이다. 적어도 기초자료가 나온다면 예술인 복지법 관련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끝)※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12.10.24 23:02

프랑스 파리 '카페 문화' - 커피가 빚어낸 문학·예술·철학의 숙성

파리 사람들은 몸속에 '카페 유전자'를 지니고 태어난다고 얘기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출근길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홀짝 마시고 떠나는 직장인들, 볕 좋은 날 테라스에 앉아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 푹신한 카페 소파에 몸을 묻고 책을 읽거나 토론을 하는 학생들, 한밤 중 공연을 보기 위해 서둘러 카페로 발길을 옮기는 동네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카페 내 금연법 시행과 함께 와이파이가 되는 '스타벅스'와 같은 테이크 아웃 커피 전문점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25만여 개나 되던 카페가 매년 줄어 4만여 개로 급감됐다. 정부가 카페 활성화 대책을 고심할 만큼 파리지앵의 사랑을 받아온 카페는 파리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문화공간. 파리에 카페 문화가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무렵부터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이제는 회의실, 강의실, 도서관, 갤러리, 영화관, 콘서트 홀 등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거듭난 프랑스 파리의 카페를 엿본다.△ 살롱에서 문화 공간으로 거듭난 카페 파리에 머물렀던 이방인이 보기에 카페는 파리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은 물론 프랑스 철학과 예술의 향기가 녹아 있는 곳이었다. 18세기 프랑스 문화와 지성의 산실이었던 '살롱'(Salon)에서 당시의 문인과 귀족들은 술을 곁들여 식사를 하고, 책을 읽고, 공연을 즐기고, 춤을 추며 토론을 했다. 이같은 문화공간으로서 살롱은 현재 파리 전역 수천 개의 카페들로 이어왔다. 특히 카페는 창조적인 문화예술을 이끌어온 프랑스 문화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공간에 문화가 담겨지지 않는다면 그 공간은 단순한 기능적 장소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공간에 '참여와 창조'라는 철학이 담긴다면 사회를 변화시키고 역사를 발전시키는 힘이 될 수 있다. 파리에서의 카페는 단순한 만남의 장소가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는 문화공간이다. 샹젤리제 거리나 몽마르트, 바스티유 광장 같은 명소뿐 아니라 호젓한 주택가 골목골목까지 파고든 카페에 앉아 있으면 파리의 화려한 얼굴부터 삶에 지친 사람들의 무거운 표정까지 모두 지켜볼 수 있다. 이처럼 카페는 수없이 다양한 모습으로 시민들 사이에 존재하는 비밀의 화원 같았다.△ 파리의 다앙한 예술사 만나보는 공간100년 전 파리의 화려함을 느끼고 싶다면 몽파르나스 대로변에 자리잡은 '라 쿠폴'을 가봐야 한다. 철학가 장 폴 사르트르가 가난한 조각가 자코메티에게 커피값을 내준 인연을 맺게 한 곳으로도 유명한 카페. 지난달 19일 오전 10시에 찾은 이곳은 실내가 유난히 넓어 느긋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다. 이곳에 앉아 신문을 보거나 햇살을 온몸으로 받는 파리지앵이 많았다. 쿠폴에서 절대 빠뜨려서는 안 될 볼거리는 안쪽 벽에 전시된 사진들. 자주 들렀던 예술가들의 면면과 쿠폴의 역사가 오롯히 담겼다. 파리 오페라극장 바로 옆에 위치한 '카페 드 라페' 역시 명성이 높다. 관광명소 옆에 위치해 있어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들 카페는 한 시대를 풍미한 예술과 정신의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이 곳은 고흐, 고갱, 모딜리아니, 마네, 르누아르, 보들레르, 랭보, 헤밍웨이 등 그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사람들의 예술과 사랑이 싹트고 무르익었던 공간이었다. △ 문학의 향기 느끼고, 치열한 토론까지 '생 제르맹 데 프레' 한복판에 위치한 '카페 드 플로르'는 카페 문화를 이끌어온 대표적인 명소다. 생 제르맹 데 프레 교회를 중심으로 건물 건너편과 교회 뒤쪽에서 오데옹으로 이어지는 구역, 세느강까지 연결되는 '생 제르맹 데 프레'에는 또 다른 카페들이 모여 있다. 이곳은 실존주의 작가인 장 폴 사르트르가 애인 시몬 드 보부아르와 자주 찾은 곳으로 유명하다. 지난달 19일 오후 2시에 이곳을 찾았을 때 인근에 대학과 교회가 많아 고풍스럽다는 인상을 풍겼다. 여기서는 매주 첫 번째 수요일 오후 영어로 진행하는 철학토론 모임이 열린다. '카페 드 플로르' 바로 옆에는 녹색 테라스 카페 '레 되 마고'가 있다. 이곳 역시 에밀 졸라, 오스카 와일드 등 유명 문인들이 단골이었던 곳. 현재 '카페 드 플로르'와 '레 되 마고'는 자체 문학상을 제정해 신진 작가 양성까지 하고 있다. 서점과 출판사들이 몰려 있는 오데옹에 위치한 '레 제디퇴르'('편집자들'을 뜻함)는 출판인들이 모여 문을 연 곳으로 알려져 있다. 단골 손님은 출판 관계자들로 2층 살롱은 클럽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작가와 편집자가 원고 뭉치를 앞에 두고 언성을 높이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바스티유 광장의 '카페 데 파르'에 가면 아침 일찍부터 모여든 사람들이 철학 교수와 마이크를 주고받으며 토론을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소르본 대학 철학 교수였던 마르크 소테가 1992년 이곳에 토론을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대학가를 중심으로 철학 카페가 속속 생겨났고 지방으로까지 퍼져나갔다. '카페 필로' 혹은 '비스트로 필로'라고 불리는 이같은 경향은 일주일에 한 번 철학에 관심을 가진 대중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철학자나 대학 강사의 주관 하에 어떤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철학 세미나 성격을 띈다.△ 전 세계 음악가들이 몰리는 카페지난달 21일 오후 4시 생 마르탱 운하 근처에 위치한'카페 셰 아델'을 찾았다. 오래된 간판을 보수하지 않아 일부 글자들이 떨어져 나갔으나 세계의 음악가들이 모여드는 '카페 셰 아델'에는 혼자 온 젊은 사람들이 바 둘레에 말없이 앉아 있었다. 자그마한 홀에서 두 사람이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이 파리의 이국적인 느낌을 풍겼다. 공연을 끝낸 이들은 모자를 들고 다가왔다. 모자 속은 거의 텅 비어 있었으나 표정은 즐겁고 넉넉해 보였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0.17 23:02

'카페 데 파르' 진행자 엔자베르트 - "40~50대 다양한 전문가들, 함께 성찰하기 위해 모이죠"

지난달 23일 오전 10시 '카페 데 파르'. 60여 명 남짓한 시민들이 카페에 들어섰다. 매주 일요일 심지어 크리스마스에도 철학 카페가 진행돼서다. 이날도 정치·사회·심리 등 다양한 분야의 주제가 어수선하게 검토됐다가 다수결에 의해 '광기는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치는가'로 모임의 주제가 정해졌다. 모임을 진행한 클라우딘 엔자베르트(58)는 "공식적인 대표는 없고 가장 오래 이곳을 지킨 사람이 대표 역할을 한다"면서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아 철학 카페에 애정을 갖는 이들에겐 각별한 해"라고 말했다. 엔자베르트는 "이곳 모임은 작가·교사·의사·예술가 등 40~50대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 돼 있다"고 소개했다. 고등학교 수학 교사인 미첼 터리니를 비롯해 이곳을 찾은 지 20~30년을 넘긴 이들이 상당수.엔자베르트는 "'실망하지 않기 위한 최선의 삶을 살기 위해' 혹은 '함께 생각하고 찾는 삶의 의미를 위해' 사람들이 열심히 모여든다"면서 "토론이 끝난 뒤에도 진지한 분위기는 이어질 때가 있고, 이런 분위기가 싫다면 도중에 나가도 된다"고 했다. 이날 모임에서 가장 많이 논의됐던 게 미셸 푸코의 '광기의 역사'였다. 토론자들은 "광기는 이성 중심의 서구 문화가 포용하지 않고 배척했던 인간적 특성이다","정신병원은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곳이 아니라 이성중심적 사회가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기준으로 광인을 추방하고 감금해온 장소"라고 지적하면서 중세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보여진 사회적 광기를 거론하며 그 개념 형성과 변화 과정, 역사를 훑었다. 딱딱한 주제였음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모임의 운영비는 없는 게 특징. 누구든 이곳에 들어오고 나가는 게 자유롭다. 그는 "철학 카페에 참여하고 싶다면 챙겨야 할 단 한 가지는 2유로(3000원)"라고 씽긋 웃으며 덧붙였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0.17 23:02

예술 시민 양성하는 로자메어 부자 "소득 적으면 수강료 저렴…배움의 문턱 크게 낮췄죠"

지난달 18일 오후 5시에 찾은 파리 몽갈레 활동센터. 우리나라로 말하면 문화의집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활동센터는 파리 시청의 문화정책을 바탕으로 예술가가 아닌 예술을 즐기는 시민들을 양성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비교적 저소득 계층이 많은 파리 외곽에 위치한 이곳은 다양한 문화를 향유하기 위한 시민들로 수강 등록을 할 때면 아침부터 줄을 길게 선다. 한창 수강 등록변경을 받는 기간이라 그런지 센터 안은 분주해 보였다. 시로부터 위탁을 받아 활동센터를 운영하는 길버트 로자메어(63)와 다미엔 로자메어(29) 부자(父子)는 "시민들이 활동센터를 많이 찾는 데에는 소득 수준에 따라 수강료를 달리 주는 정책 덕분"이라고 소개했다. 사회당이 집권하면서 각 가정의 소득 수준을 파악하는 조사를 진행해 파리에 50여 개 활동센터를 만들어 문화예술 향수권을 확대시키려고 노력해왔다는 것. 길버트는 "1시간 단체 활동 수업의 경우 연간 수강료는 소득 수준에 따라 10여 만원(69.60 유로)에서 40여 만원(277.80 유로)까지 차이가 난다"고 했다. 지역문화회관, 만인의 집, 청소년문화회관, 여가문화센터 등 각기 이름을 달리한 지역의 활동센터는 민간 위탁으로 5년 단위 재계약이 이뤄진다. 수강료를 차등 지급해 시민들의 문턱을 낮춘 정책 덕분에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이 매주 6800여 명이 넘는다. 다미엔은 "선착순으로 수강 신청을 받기 때문에 아쉽게도 등록을 못한 시민들은 다른 센터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면서 "여기에도 값비싼 수강료를 요구하는 센터 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총 45개 수업 중 압도적으로 인기 있는 수업은 춤운동악기 연주다. 공예사진미디어 등 다양한 장르의 수업은 예술가가 아닌 예술 감각은 갖되 국가의 다양한 기관의 교육을 거치고 인증을 받은 자들만 진행한다. 길버트는 "그러나 유명 예술가는 아니고 예술품을 생산해 낼 만한 소질이 있는 지를 보고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전문가"라면서 " 아쉽게도 이들 역시 생활비를 벌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수업료는 아니기 때문에 대개 교직으로 눈을 돌리게 한다"고 했다. 프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0.10 23:02

⑮ 프랑스-파리市 주민 친화적 문화정책 - 파리지앵에게 문화 불평등은 없다

프랑스 정부나 지자체가 문화예술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최우선 목표는 '문화와 예술 앞에 누구나 평등하다'는 것이다. 문화 다양성을 최우선으로 치는 프랑스 사회가 겉으로는 다양한 문화가 비교적 잘 조화를 이루는 것 같아 보여도, 실제 저소득층을 차지하고 있는 건 흑인아랍계로 사회 통합의 과제는 여전히 어려운 숙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시의 정책적인 방향은 문화 불평등을 해소시켜 사회 통합의 간극을 해소하는 데 있다. 파리 시청이 추진하는 주민 친화적 문화정책을 알아보았다.△ 10월엔 조명으로 물들이는 '백야 축제'파리의 백야(白夜Nuit Blanche) 축제는 고요한 파리의 밤을 즐기던 파리지앵들을 잠 못들게 한다. 2001년 취임한 사회당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 시장은 2002년 10월 첫 번째 토요일에 백야 축제를 기획했다. 토요일 일몰과 함께 시작 돼 다음날 일요일 정오에 끝나는 축제는 파리의 밤을 형형색색 조명으로 화려하게 물들여 밤만 되면 깜깜해졌던 파리의 또 다른 면모를 즐길 수 있게 한다. 아랍세계연구소자만스키 타워프랑스와 미테랑 도서관 등 파리 명소에는 각종 조명이 설치되면서 밤 늦게까지 박물관은 무료 개방된다. 축제는 2005년부터 콘서트, 비디오설치미술, 퍼포먼스 등이 추가되면서 훨씬 다양한 모습을 띄게 됐다. 특히 국내외 유명한 예술가와 작품을 직접 만나도록 주선해 축제 기간 파리 자체를 하나의 커다란 현대 예술작품으로 변모시키는 인상을 받게 한다. 또한, 시는 시민들이 효과적으로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장소들을 연결하는 산책로를 제시하기도 했다. '파리 중심을 가로지르는 산책로', '새로운 물결', '축제의 밤', '웃기는 장소', '천국의 길' 등으로 운영해왔으나 최근엔 파리 중심부동부서부외곽세느강 일대 등으로 나누어 분포됐다. 시는 자전거 2000대를 준비해 시민들에게 무료로 빌려주고, 밤새도록 버스와 유람선이 운행되도록 하는 등 참가자들의 편의를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백야축제의 성공은 유럽의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쳐 2003년부터 로마와 브뤼셀이 가담, 2004년부터 몬트리올에서도 백야축제가 열리고 있다.△ 7~8월엔 세느강변에서 바캉스를파리는 7월 중반부터 8월 중반까지 세느강 일대(3.8km)를 해변처럼 꾸미고 자동차 통행을 금지하는 '파리 플라주'(Paris Plage)를 전개해왔다. ()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이 행사는 파라솔야자수 등을 동원시켜 바캉스를 떠나지 못한 파리 혹은 인근 주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세느강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파리 시민 40% 이상이 승용차가 없는 데다, 승용차 비율을 점차 줄이고 대중교통을 활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시의 정책적 방향과도 일치했다. 그 결과 세느강을 따라 비치가 설치되고, 강쪽으로 난 2차선 길은 자전거인라인 스케이트보행자 산책로 등으로 이용됐다. 행사 기간 내내 70여 개의 공연이벤트는 물론 암벽 타기골프낚시 등 각종 스포츠 강습실, 7~12세 아동들을 위한 미니 클럽까지 다양한 계층을 껴앉는 결과 매년 200만 여 명이 이곳을 다녀간다. 결국 이는 들라노에 시장의 정치적 성공으로 이어졌고, 이 성공에 힘입어 파리 플라주는 연중 행사로 자리잡게 됐다. 하지만 세느강 일대 교통 통제는 우파와 좌파의 정치 공방으로 이어지긴 하나, 상업성을 배제한 문화행사로 이끌어9가겠다는 시장의 확고한 의사로 인해 성공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8월 3일간 4300원으로 영화 관람을"여행을 하다가 우연히 극장을 찾았는데 저렴한 요금 때문에 깜짝 놀랐어요". 지난 18일 벨기에 출신 올리비에 드부아는 기분 좋은 웃음을 짓고 있다. 지난 18일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위치한 UGC 조르주생크극장의 매표소 앞에는 영화를 기다리는 관객들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약 1만5000원(10.5 유로)이던 관람료가 4300원(3유로)로 낮아져서다. 시가 2002년부터 프랑스국립영화협회(FNCF)와 새로운 영화 시즌을 여는 의미에서 매년 8월 3일간 4300원(3유로)로 모든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주선한다. 이는 감독에겐 작품 제작의 기회를, 제작자에겐 안정적인 투자를, 영화 기술인들에겐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한다. 파리에 있는 400여 곳 모든 영화관들 또한 다양한 할인 행사와 제도를 통해 관객들의 영화 사랑을 부추긴다. 영화광들에게는 한화로 월 3만원에 해당 극장 체인에서 영화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회원제 카드(고몽 & 파테 극장의 르 파스, UGC & MK2의 일리미테)가 있다.아이들이 조르는 바람에 이곳을 찾았다는 크리스토프 장 밥티스트는"2만5000원(17.5 유로)에 온 가족이 영화를 볼 수 있다. 평소라면 둘이 볼 가격으로 다섯 식구가 보는 셈"이라고 했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외에도 영화 비수기에 해당하는 369월도 다양한 할인 이벤트가 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0.10 23:02

"단순 강의 아닌 미술에 접촉할 기회 제공"

국립 조르주 퐁피두센터는 특히 어린이 갤러리라고 불러도 될 듯 싶다. 특화 프로그램인 어린이 아틀리에를 진행하고 있는 이사벨 프란츠 말티는 "나도 퐁피두센터의 아틀리에를 통해 미술을 접하고 전문가로 성장했다"고 했다.20년 째 어린이 아틀리에를 진행해온 그는 기존 프로그램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늘 새로운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게 어렵다고 고백했다. 우리나라엔 없는 교육담당부서엔 각 분야별 전문가와 만든 통합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은 퐁피두센터의 '품질 보증서'나 마찬가지이기 때문. 매주 세 번씩 운영되는 어린이 아틀리에는 예술가 초청, 소장품을 통한 활동 등을 통해 놀이로 접근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는 "마티스·피카소 어린이 체험교실을 예로 들면서 강사의 지도에 따라 공중에 달아놓은 작품을 전시한 4개의 방(선·색·형태·구성과 색채)을 돌아보면서 작품 본래의 경향을 파악하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배우는 방식"이라고 했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아틀리에가 단순히 강의하는 방식이 아니라 미술에 접촉할 기회를 제공하고, 창작으로 작품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 특히 매주 수요일에 쉬는 학교의 문화예술교육과 연계한 프로그램 기획으로 유치원부터 중·고등학교까지 답사를 오는 경우도 많다. 그는 "퐁피두센터에서 문화예술에 흥미를 얻은 학생들이 관련 분야로 전공해 이곳의 자원봉사자나 프로그램 기획자로 참여하면서 센터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고 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0.04 23:02

14. 프랑스-국립 조르주 퐁피두센터(2) - 소수 엘리트 위한 박물관 문화에 도전한 걸작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국립 조르주 퐁피두센터는 소수 엘리트를 위한 박물관 문화에 도전한 걸작이다. 퐁피두센터의 도서관은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노숙자들의 터전으로까지 이용된다. 공동 제작자 리처드 로저스(영국)와 렌조 피아노(이탈리아)는 나이와 종교, 이념, 빈부를 초월해 모든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어야 한다는 철학을 퐁피두센터를 통해 반영시켰다. 지난달 20일 오후 5시에 찾은 퐁피두센터. 센터의 창설에 힘쓴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1977년 개관된 퐁피두센터는 실내를 가로 지르는 철골배관 등을 그대로 드러나도록 지어 가장 현대적인 파리의 맨 얼굴 같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좌파 대통령의 귀족 취향과 우파 대통령의 서민 취향이 엇갈리는 아이러니"라고 지적하지만, 건축물 하나에도 다양한 접근법을 수용할 줄 아는 프랑스 국민성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다. 센터 앞 넓은 광장엔 매일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 음악을 듣거나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떠는 젊은이들로 가득하다.△ 전 세계 현대미술의 산실에서 미래지향적 복합문화공간으로지하 1층, 지상 6층 센터 내 기둥이나 벽이 전혀 없어 탁 트인 공간엔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관광객에게 퐁피두센터는 현대미술관이 가장 먼저 다가오지만, 파리지앵에게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퐁피두센터는 본래 프랑스 정부의 엄격한 박물관국 규정 때문에 국립근대미술관의 미술품을 효율적으로 소장관리하기 위해 건립됐으나, 이제는 건축디자인음악연극을 위한 문화전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1층에 들어서면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을 입체적으로 본 뜬 설치물이 걸려 있다. 건물은 1층 아트샵, 2~3층 음악음향탐구조정연구소와 공공정보도서관, 4~5층 국립현대미술관, 7층 현대미술 전람회장으로 구성 돼 있다. 피카소마티스샤갈 등 4만 여 점이 전시 돼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특별전'마티스, 짝과 연작'이 연장 전시되고 있었다. 아쉽게도 이날 특별전과 연계한 퍼포먼스는 볼 수 없었으나, 센터측은 대개 작품에 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마티스 작품 앞에서 주제와 부합하는 춤을 추는 무용수 등을 만나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요일별 각기 다른 문화예술교육퐁피두센터는 다방면에 걸친 선도적인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를 제안해왔다. 어린이들이 낯선 예술에 관한 호기심과 흥미를 불러 일으키도록 하는 어린이 아틀리에, 인문계실업계 고등학생들을 겨냥한 창작 아틀리에, 가족들이 함께하는 주말 아틀리에 등이 요일별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퐁피두센터가 1977년부터 특화시켜온 어린이 아틀리에(6~12세)는 미술, 환경, 기술, 음악 등 영역에서 특별히 계획된 프로그램과 활동을 접목시켜 현대미술을 접하도록 매개하는 프로그램.센터 내 큐레이터들은 각 학교를 찾아다니면서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참가를 요청하는 등 고독한 싸움을 벌인 끝에 교육적 효과와 의미를 꼼꼼히 따져 프로그램을 선정하고 있다. 일례로 집중력이 짧은 아동(2~5세)들을 위한 개설됐던 '윙크'(clin d'oeil)의 경우 대개 한 가지 주제로 형태리듬색상 등을 익히도록 말하기몸짓노래 등을 통해 공감각적인 이해를 하도록 도움을 준다. 패트리스 차조테스 퐁피두센터 교육총괄담당자는 "연간 50회 정도의 전시가 진행되는데, 다른 미술관은 할 수 없는 특별한 것을 위해 노력한다"면서 "창의적이지만 관람객의 호응을 받지 못할 수도 있는데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밀고 나간다"고 했다. △ 미술관 내 교육부서 설치우리나라에서도 창의성과 감수성을 높이는 문화예술교육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실제 교육 프로그램이 어린이를 제외한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하다 보니 눈높이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이 어렵다. 이유는 국내의 경우 미술관 혹은 박물관 교육 담당자와 미술전문가가 프로그램을 개발하되 외부 강사가 진행하는 반면, 프랑스 등 선진국들의 경우 미술관 내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교육담당부서가 주제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때문이다.퐁피두센터의 경우 교육담당자는 학교와 연계해 미술뿐만 아니라 역사사회문학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토론을 거쳐 통합 학습이 이뤄지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특히 국내에선 많은 시간이 요구되는 실기 위주 프로그램이 교육으로 채워진다면, 퐁피두센터에선 주로 소장품 감상을 통한 교육이 간단히 이뤄져 진행시간이 짧고 실기 작업이 병행되는 것도 대조적. 퐁피두센터에선 학년연령별로 프로그램이 세분화 돼 학교 교육과 구체적으로 연계되는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0.04 23:02

13. 프랑스-문화정치는 프랑스의 발명품이다(1) - '문화' 비밀무기로 세계 관광대국 1위 고수

지난해 젊은 시나리오 작가 한 명이 사망했다. 그녀가 남긴 마지막 쪽지의 내용은 "남은 밥 있으면 주세요"였다. 전설로 불리던 가수 임재범은 100만원 안팎의 저작권료로 근근이 살아간다. 연극배우들은 보험 설계사, 카페 서빙을 해야만 생계를 이을 수 있다. 문화에 발을 담그는 예술가들이 한국 사회에서 감내해야 하는 굴욕은 우리나라가 문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전북 문화예술의 대중화, 길을 찾다'는 문화강국 프랑스를 찾았다. 수십 년 간 프랑스는 문화라는 비밀의 무기를 통해 아비뇽 연극제, 칸 영화제 등을 성공적으로 치러내 세계 관광대국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정부의 문화예술 대중화 정책은 시민들에게 "자신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 행복을 주는" 문화적 자부심까지 심어줬다. △ 문화를 공공재로 제도화프랑스는 1946년 헌법에 문화의 권리를 명시하면서 문화와 교육을 통한 사회 건설에 나선다. 문화 사업부를 창건한 장관이자 작가인 앙드레 말로는 예술가들이 국가로부터 존중받아야 할 권리를 지니고 있음을 확산시켰다. 그러나 엘리트 위주 문화에서 지방 분권화되고 시민 자치화된 문화 정치로 연결되기엔 간극이 존재했다.이후 자크 뒤아멜 문화부 장관은 퐁피두 대통령을 설득해 예산을 0.47%(1972)에서 0.55%(1973)까지 늘리고, 국립 조르주 퐁피두 문화예술센터(당시 국립문화예술센터) 건립을 구체화시킨다. 앙드레 말로는 예산 확보엔 재능이 없었던 반면 뒤아멜은 프랑스 행정 전반에 문화의 중요성을 설득시킬 줄 알았던 것. 1980년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에 이르러 문화 정치는 꽃을 피운다. 정치적 동지인 자크 랑을 문화부 수장으로 10년 간 재직하게 하면서 특권층에만 한정된 문화가 아닌 모두를 위한 문화에 혜택을 주기 위한 정책으로 대규모 문화시설 건립을 추진한다. 오르세 박물관, 빌레트 공원, 신 개선문 등이 대표적이다. 실험적인 성공 축제로 꼽히는 아비뇽 연극제 역시 정부의 국립예술배급소, 실험연극 아카데미, 국립연극센터 등 크고 작은 연극 관련 기관 건립에 힘입은 바 크다. △ 행정, 문화교육부 협력 모델로 문화예술 교육 활성화음악과 미술은 학교 선생님 보다는 예술가에게 교육받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프랑스 정부는 문화예술 교육 활성화를 위한 문화부와 교육부를 합병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 끝에 1983년 첫 번째 공동 규약을 체결한 뒤 5년 뒤 예술가들이 학교 문화예술 교육에 참여하면서 활성화된다. 심지어 정부는 대학의 3기 교육 과정 중 23기 교육 과정을 예술 창작과 연결시켰다. 문화정치에 앞서 존재해온 예술이 사회 모두를 이롭게 하는 공공재 역할을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정부가 예산의 1% 정도를 문화부에 투자한 게 오히려 관료화된 예술인들을 배출하고 그들이 상업적 성공을 경멸하게 했다는 반론도 있다. 일례로 프랑스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지휘자 제임스 콘론윌리엄 크리스티나 연극인 로버트 월슨 등이 자국민이 아닌 외국 이민자나 북아프리카 출신이라는 점에서 프랑스 출신의 진정한 예술가는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 하지만 프랑스는 한 국가의 문화적 저력은 예술가들의 인종적 순수성이 아니라 이들을 동화하는 힘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반기를 들고 있다.△ 지자체 문화정책 목표, 젊은층 지역을 안 떠나게 하는 것프랑스와 같은 문화 강국에서도 문화에 있어 중앙 집권화가 계속됐다. 문화부는 1990년부터 지방에 예산의 50% 할애하기 시작하면서 지자체의 문화정책이 활성화됐다. 문화가 노년층의 사회 동화, 농촌의 공동화 등과 같은 사회적 통합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된 것. 오랫동안 프랑스 정부의 무관심의 대상이었던 음악은 뒤늦게 지방 분권화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정부가 음악적 위엄을 갖춘 오페라 극장 등을 짓고 지자체 지원으로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는 방식. 특히 문화재 관리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온 정부는 지자체에 문화재 보호 재량을 위임하면서 문화정치의 지방 분권화를 이뤄낸다. 문화부 산하 박물관국에 속하는 박물관 제외한 나머지 박물관 감독을 지자체로 이관시킨 결과 문화재박물관 정책이 지역의 문화관광과 결합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같은 지자체의 궁극적인 문화정책 목표는 젊은이들이 지역을 떠나고 싶지 않도록 하는 데 있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9.27 23:02

어린이 전용 문화공간 왜 필요한가…어릴 적 경험, 문화적 삶의 토대

어릴 적 문화경험은 성인이 돼서도 문화적 삶의 토대가 된다. 문화예술 영재가 아니더라도 어린 시절의 예술교육은 감성을 키우는 지름길로 여겨진다. 선진국들이 아동·청소년 시기의 문화향유를 강조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유치원이나 학교·사회교육시설 등에서 문화예술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특히 주5일제 교육 등으로 가족단위의 어린이 프로그램 개발이 절실해졌다. 이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가족단위 및 어린이 전용 문화공간이 각광을 받고 있다.자치단체 차원에서 경기도가 2010년 국내 처음으로 독립된 어린이박물관을 만들었고, 청주시가 체험 어린이미술관을 개관했다. 인천광역시도 문학경기장의 일부 공간을 어린이박물관으로 이용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민속미술관 내에 어린이 전용박물관이 설립됐고, 국립현대미술관은 어린이 전용 스튜디오를 추진중이다.이에 앞서 삼성문화재단이 95년 국내 처음으로 삼성어린이 박물관을 만들어 지금까지 500만명 이상 이곳을 다녀갔다. 이곳에서는 직업의 세계 체험하기, 공사장 일꾼이 되어 집짓기, 생활에서 만나는 다양한 음악듣기, 전통미술 체험하기, 무대체험과 악기활동 해보기 등의 체험 중심으로 꾸며졌다.지난해 개관한 경기도어린이박물관도 부러움의 대상이다. 12세 미만 어린이들을 주요 대상으로 한 이 박물관은 기획전시실, 도서실, 자연놀이터, 강당, 교육실, 건축작업장, 박물관 속 미술관, 미니 극장 등을 갖추고 있다. 오는 26일로 개관 1주년을 맞는 박물관측은 이를 기념해 백남준 등 기발한 예술가들의 작업실을 통해 보는 예술세계를 비롯, 보스톤 어린이박물관 관계자들을 초청해 교류의 장을 열 계획이다. 또 교육실 프로그램으로 '다시 태어나는 종이'를 통해 환경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강당 프로그램으로 오페라와 놀이극을 펼친다.이에 비해 전북은 어린이 전용 공간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다. 전북어린이회관이 있지만, 전시와 행사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어린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이다.전북발전연구원 장세길 박사는 "문화복지정책 중에서도 아동·청소년의 정책이 중요하다"며, 어린이 전용문화공간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 박사는 전북어린이회관을 새로운 개념의 어린이박물관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시군별 문예회관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거점별 특화된 문화공간 조성을 제안했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09.20 23:02

12. 어린이 전용 문화공간 : 대전어린이회관 사례 - 놀이 통해 안목 넓히고 예술적 감수성 키워

전주동물원 가는 길목에 전북어린이회관이 그럴 듯하게 자리잡고 있다. 1993년 개관한 전북어린이회관은 3만여㎡의 부지에, 연건평 7000㎡에 이른다. 이런 좋은 시설임에도 평소 이곳에는 어린이가 없다. 고작 어린이날 축제와 인형극 공연, 9월 과학축제와 10월 유아축제 때나 살아있는 공간이다. 어린이날 혹은 주말에 전북의 영유아들과 학교체험단이 대전으로 향하고 있다. 대전에 어린이회관이 만들어지면서다.△개관 3년간 55만명 이용전북보다 훨씬 늦은, 2009년도에 개관한 대전어린이회관이 왜 전북의 어린이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을까. 대전어린이회관은 번듯한 독립 건물도 아니다. 유성구의 대전월드컵경기장 공간을 리모델링해서 활용하고 있다(실내 3750㎡, 야외 2250㎡). 그럼에도 개관 이후 3년간 55만명이 다녀갔다. 하루 평균 800~900명이 이용한단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예약을 해야 할 정도다.그 비결은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프로그램 운영에서 찾을 수 있었다. 전북어린이회관이 1회성 이벤트로 끌어가는 반면, 대전어린이회관은 상시 프로그램과 함께 어린이들의 호응도에 따른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수시로 개설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가족뮤지컬. 9월중 진행되고 있는 뮤지컬은 '보물섬'이며, 다음달에는 '안녕, 무지개'가 준비되고 있다. 매월 새 얼굴로 어린이들을 만난다. 평일과 주말 똑같이 하루 3회 공연이 이어진다. 250석의 공연장 좌석은 벤치형이다. 가족간 스킨십을 고려한 배려다. 다음달에는 부모님과 함께 하는 동화체험(동화구연)이 준비되고 있고, 체험실별 어린이들의 관심을 끌 만한 프로그램들이 즐비하다. 체험존은 크게 7가지. 세계문화체험존에서는 여러 국가들의 주요한 문화현상들을 살펴보고, 체험을 통해 세계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세계관에서 만국기 도미노게임을, 중국관과 이집트관에서 각각 만리장성피라미드 쌓기를, 프랑스관에서 나폴레옹에 대해 알아보기를, 북극관에서 이글루 만들어보기를 체험하게 하는 식이다.아틀리에 그림방에서는 그림 그리는 것을 놀이삼아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인식시킨다. 흙을 재로로 한 전통문화체험을 하게하고, 어린이 작품을 갤러리에 전시해 감수성과 미적 감각을 발달시키게 한다.'우리 대전사람들'은 직업체험존. 어린 꿈나무들이 지역사회의 삶의 모습과 함께, 생생한 직업체험을 통해 올바른 직업관과 미래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다양한 과학의 원리를 아이들이 직접 체험하면서 과학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키는 에코존, 400여점의 장난감으로 꾸며진 '도담도담'이 있다.가족과 함께 즐기는 요리교실과, 책을 만들고 퍼포먼스 미술을 경험하는 창의교실도 어린이들에게 인기다.지난 여름방학때는 '역사야 놀자'가 단연 인기였단다. 6주간 역사를 공부하면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친구들 모두 자신만의 책을 만들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계획이란다.△민간위탁으로 자립도 70%이런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데는 회관 구성원들의 의지와 역량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현재 회관을 운영하는 곳은 사회복지법인 기독교연합봉사회. 대전시가 민간위탁 공모를 통해 이 단체를 선정했다. 당초 엑스포과학공원과 월드컵경기장을 두고 저울질한 끝에 접근성이 좋은 쪽을 선택했다. 대전시는 57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했으며, 연간 6억원을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나머지는 자체 수입으로 충당한다. 자체 재원이 70%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관 조직은 기획관리팀사업운영팀상담팀으로 구성돼 있으며, 25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주말에는 자원봉사자들이 나서 안전지도와 소품들을 정리하고, 필요에 따라 전문요원들이 파트타임제로 투입된다. 이곳은 자원봉사 활용 평가에서도 지난해 전국 4위 평가를 받았다."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즐거워 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문화센터 등과 같은 곳에서 운영하는 경직된 프로그램 보다 자연스럽게 가족들이 함께 하는 시간을 갖게 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 입니다."이연화 사무국장(37)은 실제'엄마랑 노는 날''아빠와 함께 하는 요리' 등과 같이 가족이 같이 하는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또 어린이 상당프로그램도 회관이 내세우는 간판 프로그램. 놀이와 체험을 하면서 부모와 아이가 안고 있는 고민들을 나눈다. 전문 상담사 자격을 가진 인력으로 상담팀이 꾸려져 운영하고 있다. "말이나 글이 아닌, 몸으로 배우는 것이 평생 잊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놀이를 통해 안목을 넓히고 잠재적 끼를 깨우칠 수 있습니다."프로그램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이희민 팀장(36)은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가족간 유대를 돈독히 하는 프로그램 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뒤 지역에서 연극활동을 하다 이곳에 입사했다.그러나 아쉬움도 있단다. 초중학생 대상의 과학관이나 놀이시설이 부족하다. 공간이 협소해 현재는 영유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이용객들이 외면하지 않도록 시설 역시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과제로 삼고 있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09.20 23:02

11. 대전의 '배달 강사제' - 주민이 부르는 곳 달려가는 강좌

△ 대전 대덕구 첫 시도 "무료 강좌 배달이오" "자장면처럼 강좌도 배달해 줍니다."대전 대덕구는 2009년 전국 최초로 강좌를 배달해 주는 평생교육 서비스 '배달 강좌제'를 시행했다. 대덕구가 평생학습센터를 건립하려다 재정 여건상 어렵게 되자 주민들이 원하는 곳에 강사를 보내자는 역발상으로 제안된 것. 반응은 물론 폭발적이었다. 이번주 '전북 문화예술 대중화, 길을 찾다'는 대전의 '배달 강좌제'를 통해 평생교육으로 접근하는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돌아본다.'배달강좌'는 주민 5명 이상이 모여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강좌를 배달해준다. 문화·예술부터 인문·교양, 건강, 생활·스포츠, 어학 등 분야에 제한이 없다. 구민의 주문에 의해 개설되는 강좌는 1인당 연 2개 강좌로 20번까지 무료 서비스가 제공된다. 수강생은 재료비만 부담하고, 강사료와 기자재 사용료는 전액 무료. 이 강좌의 가장 큰 특징은 장소에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전체 강좌의 73.4%는 집에서 이루어졌을 정도.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 외에도 육아 등의 이유로 발이 묶여 있는 30대 주부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주부들은 "학원에 나가서 뭔가 따로 배울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는데, 선생님들이 이곳까지 와서 원하는 수업을 해주니 정말 좋았다"고 전한다.집 근처에 강좌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구민들에겐 인근 초·중·고교와 협의해 학교 교실에서 배달강좌를 들을 수 있도록 신경썼다. 경로당·기업체 등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면 된다. 공간을 스스로 마련하지 못하는 구민들에게는 주민자치센터 등 공공기관의 공간을 연결시켜주기도 했다.대덕구는 이 제도를 통해 '배달강사'라는 작지만 새로운 일자리창출도 이뤄졌다. 각종 분야의 자격이나 면허를 갖고 있는 구민들이 대덕구 평생학습홈페이지에 강사 등록을 하면 심사를 거쳐 배달강좌 참여자를 정한 뒤 강사비를 지급하기 때문이다. 비록 정규직은 아니나 고학력 경력 단절 여성들을 포함한 1500여 명의 유휴인력을 경제활동인구로 유입시키고 있다. △ 대전 광역시 전반 확대…전담기구'대전평생교육진흥원' 개원이같은 호응에 힘입은 배달강좌제는 연속 세 차례 전국 최우수 평생학습도시 대상, 전국 6대 광역시 지자체 중 유일하게 창조지역산업 선정(2010) 등 화려한 성적표를 남겼다. 대전광역시가 지난해 배달강좌제를 동구·중구·서구·유성구까지 확대 시행하게 된 결정적 이유다. 시는 한 발 더 나아가 이를 관리할 전담팀이 필요하다고 보고 '대전평생교육진흥원 조례'를 제정해 지난해 7월 (재)대전평생교육진흥원(원장 김춘겸)까지 열었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다. 일부에선 전액 세금(총 10억여 원)으로 운영되는 강좌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복지 프로그램들과는 달리 기초생활수급자나 사회복지시설 등 소외계층에 대한 분명한 지원기준이 없어 세금이 무분별하게 쓰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같은 운영실태를 점검하고 체계적 관리를 위해 조직된 '모니터링단 딜링'은 상시 모니터링 활동을 하고 있다. 대전시 배달강사로 37명으로 구성된 '딜링'은 학습자와 강사, 진흥원 간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배달강좌 개선·보완점에 대한 회의를 매월 정기회의를 통해 △ 매월 100강좌 방문 점검 △ 블로그 등 온라인 네트워크 형성 및 사례 홍보 등을 하는 방식.또한, 평생교육진흥원은 우수 배달강사 양성을 위한 수준별 맞춤형 직무연수·워크숍, 학교폭력 예방 혹은 쉬는 토요일 활용을 주제로 한 우수 강의안 공모전, 우수 배달강사 선발·시상, 배달강사 자격요건 강화·전문 선정위원회 특별 관리 등을 통해 보완해가고 있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8.30 23:02

도내 무형문화재 현황과 문제 - 道지정 66건 전국 최다

지난 6월 1일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와 전승자들이 대거 전주를 찾았다. 2012 전주 아시아·태평양 무형문화유산 축제와 국립무형유산원의 건립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서다.내년 개관 예정인 국립무형유산원은 우리나라 무형문화유산 정책 반세기를 정리하고 무형문화유산의 가치 재창출을 주도해 나갈 기관으로, 현재 전주시 완산구 동서학동 구 전북산림환경연구소에 건립 중에 있다. 문화재청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무형문화유산 보존·전승·활용의 복합문화공간인 국립무형유산원을 국내 무형문화유산 활성화와 대중화, 전통 한류문화 확산을 선도하는 기관으로 키울 계획이다.무형문화재 제도는 현대화의 영향으로 사라져가고 있는 전통문화를 보존·전승하기 위해 1962년부터 문화재보호법을 통해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국가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 전승지원(보유자 100만원, 전수조교 50만원), 전수교육관 건립지원, 기타 의료급여 및 학점인정제 등의 혜택이 따른다. 전국적으로 133개 중요무형문화재가 있으며, 도내에는 이리농악·임실필봉농악·이리향제 줄 풍류·백동연죽장·위도띠뱃놀이·윤도장 등 6개가 지정됐다.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와 별도로 시도별로 무형문화재를 운영하고 있다. 전북도 지정 무형문화재는 총 34종에 66건으로, 전국(전체 454건)에서 가장 많다. 서울 42건, 부산 17건, 광주 17건, 충남 43건 등과 대비된다. 문화적 자산이 많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너무 양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기도 하다. 문화재 보유자에게 월 70만원, 전수 장학생에게 10만원의 장학금이 지원되는 게 고작이다.다른 시도의 경우 전수교육관 건립까지 지원되지만, 전북의 경우 재정적 여건 등의 이유로 전수교육관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다. 도지정 무형문화재중 전수교육관이 있는 곳은 익산기세배보존회, 순창농요금과들소리, 부안무형문화재전수관(농악, 죽염장, 사기장, 대목장, 가사) 정도다.무형문화재가 박제되지 않고 살아있는 문화로 되살아날 있게 하기 위해서는 문화재 보유자들의 노력과 함께 전수관 등을 통한 대중화를 꾀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08.23 23:02

10. 문화재 대중화 길 연 임실 필봉농악 - 마을굿축제로 전국 중요무형문화재 교류 '물꼬'

소중함이 곧 대중성을 확보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중성과 거리를 둬야 소중한 것으로 비쳐지는 경우도 있다. 무형문화재가 그렇다.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가 큼에도 자체 생명력을 갖지 못해 '문화재 보호'라는 호흡기에 연명하는 사례가 허다한 게 무형문화재다. 그러나 인공호흡기로는 한계가 있다. 국민이 사랑하고 아낄 때 호흡기를 떼고 당당히 설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임실 필봉농악은 무형문화재가 어떻게 가야할 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것 같다.△농악의 대중화에 씨앗24일부터 이틀간 열릴'필봉 마을굿축제'를 앞둔 임실 필봉문화촌. 한 낱 뙤약볕 한쪽에서 축제장을 꾸미고 홍보 안내시설을 설치하는 등의 축제 준비로 땀을 흘리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대학생들이 무리지어 장고를 메고 연습에 한창이었다.'필봉 마을굿축제'는 바로 마을굿이 전국적인 축제로 우뚝 설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다. 전국의 중요무형문화재들이 축제의 무대에 서고, 대학과 사회 풍물동아리들이 '밤샘 탈놀이'를 펼치며 지역민들이 풍물로 하나 되는 장을 연출한다. "그동안 전국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5개 농악들간 교류가 없었습니다. 외부의 관여나 지원 없이 농악단들의 자발적 의지로 한 자리에 서는 기회가 마을굿축제를 통해 마련됐습니다."필봉 마을굿 축제는 1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필봉농악의 오늘이 있게 한 필봉 양순용 선생을 추모하기 위한 취지로 출발했다. 양순용 선생은 60~70년대 농악의 대중화에 씨를 뿌렸다.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그의 지도를 받았다. 김명곤 전 문광부 장관도 그중 한 분이다. 당시 필봉에게서 배웠던 제자들이 현재 필봉농악보존회 단원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마을굿 축제의 또다른 힘은 자원봉사자다. 매년 30~4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나서고 있다. 축제 1기부터 17기까지 자원봉사자들간 모임이 이루어질 정도로 끈끈하다. 마을굿에 걸맞게 주민들과 함께 준비하는 것도 색다르다. 주민들이 음식을 준비하고 농산물을 판매한다. 필봉굿 자체가 마을굿이며, 마을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온 농악이다. 문화재 보유자인 양진성씨가 아버지의 대를 잇고 있지만, 필봉마을은 여전히 문화재의 보금자리다. 다만 70~80년대 60여 가구에 이르던 마을이 지금은 20여호로 줄면서 주민들끼리 굿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보존회 단원 70여명중 마을 주민이 2명밖에 안된다. 마을굿을 이어갈 수 있는 '마을'을 꿈꾸는 게 보존회장의 바람이며 꿈이다.△방학이면 대학생 연수로 들썩마을굿 축제는 필봉농악의 결실이다. 그 결실이 튼실한 것은 필봉농악보존회의 활발한 활동이 바탕이 됐다. 필봉농악보존회는 연중 상설 교육에다 동계·하계 전수교육, 전통문화체험학교, 지역 주민들에 대한 농악·풍물교육을 벌이면서 대중속으로 들어갔다. 여름·겨울방학 동안 1주일씩 8주에 걸쳐 이루어지는 교육 연수생만 연간 2000명 정도. 70년대까지 거슬러 합산할 경우 필봉농악을 거쳐간 연수생이 10만명이 넘을 것으로 보존회는 추산한다. 임실군 12개 읍면에 농악단이 만들어진 것도 필봉농악의 힘. 보존회는 90년대 중반부터 주민들에 대한 무료 강좌를 통해 농악에 대한 관심을 끌어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읍면 농악단은 각종 행사에 앞장서면서 지역의 문화를 살찌우고 있다. 필봉 농악은 임실을 넘어 전국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미 서울·경기·대구·여수·순천·전주·군산·순창 등 전국 9곳에 필봉농악 지부가 결성됐다. "대학내에서 풍물연습을 할 수 있는 여건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습니다. 취업 등에 얽매이면서 학업분위기를 헤친다는 이유로 연습공간마저 폐쇄되는 상황입니다." 도시에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농악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지부 결성에 나섰다는 게 양진환 보존회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지부장들은 필봉농악에서 교육을 받았던 수강생 출신들이다. 각 지부에 연습실을 두고 있으며, 지부장들이 필봉문화촌에서 정기적으로 교육을 받고 있다.△"사물놀이 인식은 곤란"외형상으로 화려한 필봉농악이지만, 내면에는 아픔도 많다.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돼 문화재 보유자와 전수조교 등이 지원을 받고 있고, 전수관에 대한 지원도 받고 있어 그렇지 못한 다른 문화예술단체에 비해 대우를 받고 있는 셈이지만, 농악단이라는 특수성 때문이다."50~60명의 단원이 공연을 위해 한 번 움직이려면 최소 200만원 이상 경비가 소요됩니다. 그러나 사물놀이 정도로 여기는 게 사회적 분위기입니다." 양 국장은 8~9시간에 걸치는 전체 공연을 재현하는 자리가 결국 정월대보름 굿축제 뿐일 정도라고 말했다.보존회가 운영하는 전통문화체험학교도 생존을 위한 절실함에서 시작됐다. 풍물과 민요, 대동놀이, 천연염색, 난타, 국악공연, 탈춤 등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은 연간 3만명이 찾을 정도로 각광을 받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심어주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필봉 농악의 생존과는 거리가 있다. "대학의 음악 전공자들이 농악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사회적 대우가 있는 것도, 경력을 챙겨주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마을굿이 유지되려면 최소한 20명의 주민들이 있어야 하는 데, 그게 어디 쉽겠습니까"전통문화체험학교 운영이나, 한옥자원을 활용한 야간상설 공연을 진행하는 이면에 단원들의 일자리를 만들어보자는 취지가 담겼단다.결국 보존회가 희망하는 것은 바로 마을에서 농악을 할 수 있는 여건의 마을을 만들어 내는 일. 마을에 사람이 들어와 먹고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필봉굿 자체가 공동체의 마음이며, 사람이 사는 맛이 여기에 담겼다고 보는 것이다. 마을 자체에서 희로애락을 풀어내는 마을굿이 끊기지 않고 계속될 때 필봉굿도 살고 그 정신도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08.23 23:02

8. 농촌에 피는 문화예술 - 완주 삼례 비비정마을 사례

"먹고 살기도 빠듯한 데 문화예술이 가당키나 혀"농촌에서 문화예술은 여전히 사치스러운 대상이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공연장도서관박물관 등 문화시설들에 대한 투자가 많이 이루어졌어도 실제 활용도는 높지 못한 게 현실이다. 문화바우처 사업 등 소외 계층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나오고 있으나 아직 온기가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의 삶과 괴리가 있는 정책에다 주민 스스로 수용할 수 있는 태세가 갖춰지지 못한 탓이 크다. 그런 점에서 완주군 삼례읍 비비정 마을의 사례는 농촌에서 문화예술이 어떻게 씨를 뿌리고 성장할 수 있는지 여러 가지를 시사해준다.△예술가가 따로 있나요비비정 마을은 전주에서 삼례로 들어가는 초입에 위치해 있다. 삼례대교를 사이에 두고 전주에 인접해 있지만 마을 주민 대부분이 고령이며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마을 앞으로 만경강이 흐르고, 완산 8경으로 일컬어질 만큼 낙조의 풍경으로 유명한 곳이다.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100년 역사의 삼례 양수장이 있고, 호산서원 등의 문화자원이 있다.그러나 이곳 역시 3년 전까지만 해도 다른 농촌 마을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마을 공동체 의식조차 엷어 '문화예술의 꽃'을 피우기에 아주 척박한 마을이었다. 이런 여건 속에 문화예술의 씨를 뿌린 게 '신문화공간 조성사업'이었다. '비비힐 프로젝트'가 전국 6개 지역과 함께 농식품부 공모사업에 선정된 후 비비정 마을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녹색체험마을 등 정부의 각종 마을사업들이 소비자 중심으로 이루어져 생산자들이 향유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도시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마을을 가꾸고, 도시 사람들에게 식자재를 공급하는 생산기지의 역할에 그쳤습니다."프로젝트 기본계획에 참여했던 희망제작소 '심심'에서 활동하다가 지금은 이 마을로 귀농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사)비비정 소영식 사무국장(37). "농촌의 근본은 토지를 기반으로 한 생산에 있지 않습니까. 과거에는 생산 자체가 '즐기는 것'이었습니다. 더 많은 생산을 위해 생산의 흐름에 맞춰 농악도 하고 기원도 했습니다. 도시처럼 돈 버는 것 따로, 노는 것 따로가 아니라는 말이죠."소국장은 그런 농촌의 공동체가 무너지면서 과거의 문화들을 거의 잃게 됐다고 진단하고, 새로운 문화를 입히는 것이 아닌, 농촌과 주민들의 옛 문화를 되살리는 데서 실마리를 찾았다.마을 주민은 70여명으로, 그중 90% 이상이 여성 노인들. 이들의 이야기가 곧 만경강의 역사요, 이들의 삶이 우리의 문화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주민들의 재능과 끼는 2010년 6월에 열린 '예술 농활'에 발휘됐다.'별천지'라는 이름을 건 예술농활에 서울특별시립 청소년미디어센터에서 활동하는 예술인과 청소년 등 50여명을 포함해 100여명이 참여했다. 주민들이 내놓은 빈 방과 12동의 천막에서 지내며 5박6일간 이루어진 이들의 예술농활은 주민들에게 '사건'이었다.어머니들이 말하는 강과 텃밭 이야기가 생태문화였으며, 어머니들이 만든 음식은 그 자체 문화적 재능이었다. 평생을 농작물과 함께 해온 어머니들이 그린 고추와 호박 그림은 예술가가 따로 없었다.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고 관심을 갖지 않았던 이야기와 재능에 청소년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마을 어머니들도 신명이 났다.농활을 마친 후 그 결실이 마을축제로 이어졌다. 어머니들의 이야기가 다큐로 제작되고, 연극무대에 올려졌다. 어머니가 그린 그림과 어머니들의 일상의 활동들을 담은 사진들로 전시장이 꾸며졌다. 평생 지긋지긋하게 여겼던 일상의 삶들이 예술로 승화되면서 어머니들 스스로 새삼 예뻐 보이고 애정이 갔다.△요리 재능 살려 마을 레스토랑 준비마을축제를 계기로 주민들이 예술활동의 대상이 아닌, 주인공이 되면서 작물이 자라듯 공동체 의식도 부쩍 성장했다. 부수적으로 500만원의 마을 기금이 생기면서 공동체 사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마을 공동체를 더 단단하게 한 것이 여성 합창단과 남성 밴드의 결성이다. 평소 노래에 끼가 있는 10명 안팎의 마을 할머니들이 뭉쳐 만든'건달시스터즈'는 지난해 완주와일드푸드축제 '끼'한마당대회 대상을 거머쥐었다. 농촌마을에 밴드가 있다는 것도 이색적이다. 박삼문 마을 이장 등 5명으로 구성된'화백밴드'(화려한 백수의 준말이라고)는 기타와 드럼, 아코디언 연주자들로 구성됐다. 매주 1~2차례 마을회관 등에서 주민들과 어울리는 이들 합창단과 밴드가 주민들의 화합과 친목에 윤활유 역할을 한단다.마을에 건설중인 공연장이 완성되면 좀 더 체계적인 연습과 공연이 가능할 것으로 박사문 이장은 기대했다. 현재 마을 주민들이 무엇보다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게 '마을 레스토랑'과 카페테리아 개장이다. 오는 10월 하순 개장 예정인 마을 레스토랑은 도시의 음식점과 달리'어머니의 손맛'을 맛볼 수 있는 메뉴로 꾸려진다. 카페테리아 역시 식혜와 전통 음료 등으로 차별화 할 계획이다. 식자재 생산과 마을의 문화, 비즈니스가 합쳐진 공간이 되는 셈이다. 주민들은 자신의 재능이 수익이 될 수 있는 점에서 자부심 또한 크다.그러나 비비정 마을에 뿌려지고 있는 '문화예술의 꽃'이 어떻게 만개할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신문화공간 조성사업이라는 프로젝트가 있고, 정부와 자치단체의 재정이 투입되는 곳이어서 농촌마을로 일반화 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중요한 점은 마을과 주민들이 갖고 있는 문화적 자원을 얼마만큼 잘 활용하고, 주민들 스스로 만족스럽게 향유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 같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08.09 23:02

문화인력 현주소- 취지 좋지만 官 주도 성급한 진행…'성과주의'우려

시민들이 문화 향유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문화코디네이터 개념이 없었을 무렵, 그 역할을 자처했던 게 '문화공간 싹'이다. 문화공간 싹은 문화활동을 통해 주민들이 문화를 즐기고 공동체 문화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왔다.김영삼 정부 때부터 시작된 '문화복지'는 김대중 정부를 거쳐 노무현 정부에서 구체화됐다. 그간의 논란을 정리하면 '문화복지'는 문화예술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북도는 올해 '삶의 질'을 내건 '보편적 문화복지'에 정책 드라이브를 걸면서 시민들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돕는 매개인력인 '문화코디네이터'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문화코디네이터 도입에 적극적인 문화체육관광부가 관련 예산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와의 힘 겨루기에 실패하면서 문화바우처 지원을 위한 '문화복지매개인력' 사업으로 변질됐다. 결국 성과주의에 연연한 정부와 지자체가 문화복지매개인력 사업은 물론 문화코디네이터 사업을 성급하게 진행하다 보니 진통을 겪고 있다. △ 문화복지매개인력·문화코디네이터 추진 허술정부의 '보편적 문화복지'와 정책적 방향을 함께한 전북도는 생활문화예술동호회 활성화를 역점사업으로 제시했다. 시민들이 문화향유의 주체가 되도록 동호회 활성화를 구체적인 목표를 잡았던 것. 여기에 전북 방문의 해를 맞아 새로운 이벤트로 '생활문화예술동호회 페스티벌'까지 제안되면서 문화코디네이터 사업과 문화복지매개인력 사업이 동시에 추진됐다. 지역 문화계는 본래 문화코디네이터를 14개 시·군 주민들이 문화 생산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중개하는 전문인력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문화복지매개인력이 추가되면서 개념의 혼선이 생겼다. 도는 지난 2월 생활문화예술동호회 활성화를 위한 TFT를 통해 문화복지매개인력은 문화바우처와 연계해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사업 인력으로 개념정리를 했다. 문화코디네이터는 중산층을 대상으로 생활문화예술동호회를 활성화하는 매개인력으로 삼았다. 하지만 문화코디네이터가 생활문화공간에서 다양한 문화활동을 기획하고 중개해야 할 본연의 역할이 지극히 제한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도가 2개월 만에 730개 단체(1만3000여 명)를 가입시켜 생활문화예술동호회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나 그것마저도 허술해 문화코디네이터들이 관련 DB를 재구축하는 경우도 있다. 그 결과 주민들이 주도하는 문화예술활동에 주안점을 뒀던 이 사업이 관 주도의 성과내기 사업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 열악한 처우로 전문인력 확보 어렵고 재교육 필요성 높아 현재 도가 지원하는 문화복지매개인력 20명, 문화코디네이터는 14명이다. 하지만 이들의 역할이 시민들에게 문화활동을 매개해주는 중요한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처우는 열악하다. 특히 문화복지매개인력의 경우 월급이 120만원에 불과해 선발된 20명 중 9명이 중도 포기했다. 도는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서 신청한 이들이 많아 무주·장수 등과 같이 농어촌 지역에 배치하다 보니 포기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역으로 열악한 처우를 감내할 전문인력이 많지 않다는 현실을 확인한 셈이다. 더구나 문화복지매개인력의 경우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을 발굴하기 위한 출장비조차 제대로 지원되지 않아 일부 인력의 경우 발이 묶인 데다, 군청에 파견되다 보니 각종 잡무만을 담당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코디네이터 역시 마찬가지.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부터 전 문화의집 관장에 이르기까지 경험이 천차만별인 인력들이 선발 돼 단 두 번의 교육을 받는 데 그쳤다. 도는 총괄 조직으로 생활문화예술동호회 네트워크를 발족시켰다고 했으나, 이는 각 시·군 동호회 네트워크를 총괄하는 조직일 뿐이고 이들이 정작 필요로 하는 재교육 등을 지원하는 조직은 아니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정부와 지자체가 문화복지매개인력·문화코디네이터 사업을 내실있게 추진하려면 역할 분담과 재교육을 위한 전담 조직을 마련하고 이들의 처우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8.02 23:02

6. 주민들 문화사랑방 '문화의 집' - 공연장 못지않은 감성 충전 문화 에너지 맘껏 뿜어낸다

대규모 문화시설들 속에서 '문화의집'은 변방처럼 보인다. 그러나 대형 공연장이나 대형 박물관 못지않은 역할을 하는 문화의집이 적지 않다. 문화의집을 통해 지역 주민들이 일상에서 문화적 에너지를 품어내고, 문화적 에너지 충전의 발전기지로 삼으면서다. 단일 장르의 문화시설과 달리 복합문화공간으로서 문화예술의 대중화로 가는 중요한 길목을 지키며 문화사랑방 역할을 하는 문화의집을 주목하는 이유다.문화의집이 등장한 것은 1996년부터. 소외된 지역민들의 문화향유의 기회를 넓히기 위해 농산어촌을 중심으로 시작돼 지금은 도심으로까지 확대됐다. 전북도가 내용과 형태를 감안해 분류한 도내 문화의집은 총 17곳. 대부분 관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으며, 민간에서 위탁 운영하는 곳은 6개소 뿐(전주 5개소)이다. 진안문화의집은 군단위에서 유일하게 민간(진안문화원)이 운영하는 점에서 문화의집의 현재와 미래를 보는 기준이 될 것 같다.△대형 스크린 영화관람까지'농촌에서 몇 명이나 문화예술을 향유한다고 문화의집을 만들어 예산을 지원하려고 한다야?'이런 의문을 떨치게 만드는 곳이 진안 문화의집이다. 전북지역 군 단위중 장수무주군 다음으로 인구가 적고, 용담댐 건설로 인한 군세의 위축에다, 변변한 산업시설도 없는 곳이지만, 지역 주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갈증이 얼마만큼 인지를 문화의집이 가늠케 한다."문화의집에서 프로그램을 개설한 후 수강생이 없어 폐강한 적이 없었습니다."2007년부터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김춘희씨는 강좌를 개설하기 전 수요조사를 선행한 이유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주민들의 욕구가 커 강좌마다 적정 규모의 수요가 있다고 설명했다.회원 수 3000명에 연간 이용객 3만명. 진안 인구의 10% 이상이 문화의 집 회원인 셈이다. 문화의집이 자리잡은 곳은 과거 사회단체 사무실로 쓰던 자리로, 인근에 도서관과 평생교육센터 등의 지역 문화시설들이 위치해 있다. 시설 입구에 들어서면 문화의집 프로그램과 함께 진안 관내 각종 문화행사 소식을 담은 팸플릿들이 전시돼 지역 문화의 중심임을 보여준다. 사무실 공간에는 자료검색에서 게임까지 자유롭게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는 인터넷부스, 비디오CD부스, 각종 행사와 모임을 할 수 있는 문화관람실, 소규모 모임이나 동호회 활동을 할 수 있는 문화창작실문화사랑방, 대형 스크린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A/V감상실 등으로 구성됐다.△"안 되는 것 없어요"문턱 낮추기진안문화의집이 주민들의 문화사랑방이 되기까지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 대표적인 게 문턱이 낮은 점. "어디 기관에 오는 것처럼 처음에는 주민들이 꺼려했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와도 괜찮고, 아이들이 헤집고 다녀도 개의치 않도록 배려했어요. 즐기는 곳이고, 모든 게 가능한 곳으로 주민들이 여기게 되면서 문턱을 낮출 수 있었습니다."김 처장이 말하는 이같은 주민 속으로 다가서기는 지금도 유효하다. 시설에 보관하는 책 이용만 해도 그렇다. 소장된 책을 구기거나 찢더라도 나무라지 않는다. 대여한 책이 분실됐다면 다른 책을 가져와 친구들과 돌려볼 수 있게 유도한다. 별도의 도서관리 목록이 없다. 도서관이라면 직무유기로 비판받을 수도 있지만, 여기서는 책을 소모품으로 본다. 아이들이 책과 더 친해줄 수 있게 해주는 데 더 의미를 부여한단다.문화의집에 개설된 프로그램이야 거기서 거기지만, 운영방식 면에서 좀 독특하다. 노래교실민요교실요가마이숲사랑향토해설사댄스스포츠서예사군자수묵화기타난타팝팝잉글리쉬성인문해반압화공예난타 등이 진안문화의집에서 운영하는 주요 프로그램. 현재 운영중인 10여개 프로그램 마다 적게는 10명에서 많게는 3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관에서 운영하는 문화의집이 오후 6시면 문을 닫지만, 여기서는 저녁 9시까지 운영된다. 그래서 저녁시간 직장인들의 참여가 많다.이들 프로그램 강사는 대부분 주민이다. 이곳에서는'강사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자체 프로그램 운영뿐 아니라 관내 다른 시설에서 필요로 하는 강사들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현재 80~100여명 정도 강사로 등록돼 있다.△운영자 처우 과제로단순히 교육기능과 문화사랑방 역할에 머물지 않고 있다는 점이 또하나 진안문화의집 특징이다. 정부 공모사업에 적극 참여해 지역 특성을 살린 문화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향기풀풀 우리동네'프로젝트가 그 대표적 예. 청소년들에게 자신이 살아가는 마을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4년째 운영중이다. 또 75세 이상 주민들을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지역의 문화와 삶에 대해 구술채록을 진행하고 있다. 귀농인들 중심으로 꾸려진 예비사회적기업 '공정여행 풍덩'도 문화의집이 운영하는 마을유래민속문화 등 향토해설사 양성 프로그램에서 출발했다.지난 2002년 개설돼 10년의 노하우를 쌓으며 지역 문화예술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진안 문화의집도 여전히 과제가 있다. 지역의 문화예술을 살찌우면서도 막상 운영자에 대한 처우가 미흡한 점이다. 이는 진안 문화의집뿐 아니라 문화예술 매개자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다. 진안 문화의집의 경우도 4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100만원 안팎의 보수 때문에 이직이 잦다. 자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안 된 상황에서 자치단체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대목이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07.26 23:02

"문화의집 주인은 바로 시민" 강현정 전주효자문화의집 관장

지난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창의적 체험사업을 시범운영한 결과 전주문화의집협의회(회장 강현정)가 전국 우수 사례로 꼽혔다. 관장들이 젊은 사람들로 바뀌면서 효자·삼천·인후·진북·우아문화의집이 공동사업을 추진하면서 활기를 더한 결과다. 김현갑 인후문화의집 관장에 이어 바통을 넘겨 받은 강현정 효자문화의집 관장은 "결국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문화를 향유하는 '보편적 복지'로 가기 위해서는 시민이 주인되는 문화의집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협의회를 통해 그간 쌓아온 문화의집 운영 노하우를 교류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내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강 관장은 "도내 문화의집이 활성화된 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단, 인구 규모에 맞게 작은 문화의집이 적정한 규모로 존재한다는 점, 주민들의 문화적 욕구가 높고 또한 친화력이 남다르다는 점을 꼽았다. 앞서 협의회가 정원대보름을 맞아 문화의집의 풍물패들이 참여하는 행사로 기획하는 등 결속력을 다지면서 공동 프로그램 운영으로 성과가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문화의집의 네트워크가 중요해지게 된 것은 문화인력들의 처우가 열악해 이직률이 높아지면서 노하우가 쌓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화의집도 제각각 특성화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아문화의집은 연극, 진북문화의집은 노송천 복원, 삼천문화의집은 세내축제, 효자문화의집은 문화자원봉사단, 인후문화의집은 작은 도서관 운영과 동아리 활성화 등입니다. 하지만 각각의 공간이 각개약진할 뿐 문화정책 안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데 한계를 보이고 있어요. 앞으로 전북 지역의 문화 대중화를 위해 어떤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인가 고민을 나누면서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전략을 내놓을 겁니다." ·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7.26 23:02

5. 박물관·미술관 - 기획력+체험 프로그램, 시민 접근 쉽게

지난 5월 탄생 300년을 맞아 국립전주박물관(관장 곽동석)이 연 '호생관 최북(崔北)'(1712~1786)은 안팎의 가장 많은 호평을 받은 전시다. 최북이 남긴 유작 100여 점(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에서 최대 180여 점(이원복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실장)까지 1/3 이상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던 국내 최초의 전시라는 점에서 값진 성과였다. 관람객은 앞서 열린 '최석환과 포도 그림전' 보다 1만여 명이 늘어난 3만2000여 명이 다녀갔다. 그림을 그려 달라 강요 받자 제 눈을 찌른 '조선의 고흐'라는 '입소문'도 한 몫 했다.전북도립미술관(관장 이흥재) 역시 주말마다 가족 단위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상반기 관람객은 총 11만 3146명. 전국 시도립미술관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뿐더러 상반기에만 10만 명 이상 방문한 국립현대미술관서울시립미술관부산시립미술관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특히 '채용신과 한국의 초상미술'의 호평은 내부가 아닌 외부 기획력의 결과라는 점에서 다소 빛이 바랬지만, 질투날 만큼 좋은 전시였다는 점에선 안팎의 이견이 없었다. '아무리 좋은 전시를 해도, 홍보를 해도 관람객이 좀처럼 늘지 않는다'던 국립전주박물관전북도립미술관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비결이 뭘까. 접근성이 떨어지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승부수로 전북의 문화유산을 재조명하는 뛰어난 기획력과 복합문화공간으로 전환하기 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내건 결과다. 전시와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은 정부의 문화 관람자에서 주최자로 거듭나게 하는 '문화복지'의 지향점과도 통한다. 하지만 모든 박물관미술관이 '체질 개선'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도내 국공립박물관(14곳), 대학 박물관(6곳), 사립박물관(6곳) 등 박물관미술관이 각각 27곳5곳으로 눈에 띄게 늘어났으나, 운영 면에선 신통치 않은 곳이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는 '문화 불모지'에 가까웠던 지역에서 특성화된 박물관들을 건립해 시민들의 문화 욕구를 채워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는 문화 소외 지역인 시군 주민들의 문화 향수권을 확보하는 '보편적 복지'에 가깝고, 주민들이 문화를 직접 향유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문화복지'로 거듭나려면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이 과제로 놓여 있다. 비췻빛 청자 모양의 건물로 선보인 부안청자박물관은 부안 청자 진품 및 도편과 함께 그 역사와 제작 과정을 감상체험케 하는 곳이다. 고려 시대 제작된 강진 청자의 선점으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부안 청자는 12세기 초 태동해 왜구가 출몰하던 13세기 말까지 번성했다. 가격만 수십억 대로 추정되는 명품실 등에 있는 30여 점의 고려청자 전시와 물레로 자신만의 자기를 빚는 도자기 체험 등이 역점 사업. 하반기 관련 조례가 통과되면 창작 스튜디오가 마련 돼 작가들이 거주하면서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은 전주역사박물관(관장 이동희)이 운영하는 어진박물관 역시 올해 국보로 승격된 태조어진 봉안 600주년을 기념해 건립된 특성화된 박물관에 가깝다. 지난달부터 전주 경기전이 유료화되면서 마련된 수문장 체험, 왕실 의상 입어보기, 탁본실록 문양 제작인쇄 등 예상외의 선전과 400년 만에 재현된 조선실록의 편찬실록 복본화 전시 등이 기록문화의 가치를 일깨운다. 2009년 익산 미륵사지석탑에서 사리장엄이 발견된 뒤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는 익산 미륵사지 유물전시관의 경우 토요문화강좌, 역사문화강좌, 여름문화학교를,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역시 박물관 어린이학교, 한국사교실, 박물관 공예 체험, 한국사 연대표 특강 등을 통해 관람객 문턱을 낮추기 위한 프로그램을 서둘러 내놓고 있다. 특성화된 공간으로 건립된 무주곤충박물관이나 순창장류박물관, 고창판소리박물관은 시민들의 발길을 붙들 체험은 아예 없거나 부족한 편이다. 산수화에선 독보적 입지를 자랑했던 벽천 나상목 선생을 기리기 위해 지어진 김제 벽천미술관은 벽골제아리랑문학관사업소 관할로 기증품전이 주를 이루며, 지난달 문을 연 김환태문학관과 함께 문을 연 최북미술관 역시 주민들과 소통하는 복합문화공간이 되려면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춘 프로그램 개발이 요구된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7.19 23:02

도내 작은도서관 현황…전체 읍면동 33% 80곳 갖춰

1990년대 중반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펼쳐진 '작은도서관 만들기운동'이 2004년 정부의 정책과제로 채택되면서 작은도서관이 지역문화시설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게 됐다. 특히 문화시설이 부족한 농촌 마을이 많은 전북의 경우 지역의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작은도서관의 역할과 기대가 더 커지고 있다. 정부가 2023년까지 읍면동별 1개소(3560개)를 만들 계획인 가운데 전북은 2011년까지 80개를 확보했다. 이같은 확보율은 전북의 241개 읍면동중 33%에 이른다. 여기에 도의 계획 대로 매년 20여개씩 추가할 경우 정부 계획보다 훨씬 앞당겨 2020년 내에 도내 모든 읍면동에 작은도서관이 만들어질 전망이다. 중앙 사업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치단체 차원의 적극적인 의지와 관심이 반영된 것이다.실제 지금까지 설립된 작은도서관의 경우 절반 가까이(32개)가 중앙사업으로 추진됐으나, 올 추가로 계획한 23개소중 5개만 중앙사업이며, 나머지 18개는 자치단체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전북도는 도서관 설립에 필요한 리모델링비와 기본 시설비를 지원하고, 기존 도서관에 대해 연간 1340만원(도서 500만원, 인건비 600만원, 관리비 120만원, 프로그램비12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또 올해부터 운영평가를 통해 최대 300만원의 인센티브를 준다.그러나 작은도서관이 주민들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전북도가 현재 운영중인 80개 작은도서관 실태를 조사한 결과 시설규모 평균 187㎡, 장서보유 평균 7335권, 상근인력 총 8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한해 작은도서관 이용자는 총 116만명(월평균 1412명)이었으며, 그중 어린이가 60%를 차지했다.올 도서관에서 계획하거나 운영중인 프로그램 강좌 수는 평균 5.5개며, 1강좌당 1~4회 정도의였다. 강좌는 어린이 대상 45%, 성인 39%, 청소년 14%, 다문화 관련 프로그램 2% 순이었다.이를 바탕으로 △도서관 운영자의 인건비 현실화 △프로그램 활성화 △재능기부 활성화 △개방시간 확대 등이 쟁점으로 논의되고 있다. 현재 도내 작은도서관의 24개소가 시군 직영으로 운영되고 있고, 나머지 절반씩은 사회단체에서 위탁 운영하거나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상황이다. 직영의 경우 문제가 없으나 주민자치 혹은 위탁의 경우 인건비가 50~100만원 수준이어서 전업 일자리로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도서관 개방시간 역시 대부분 오후 6시까지로 한정돼 직장인 등의 이용에 한계가 있다.도서관의 문화적 기능확대와 지역사회 커뮤니티 기능강화를 위한 프로그램 활성화에 대한 고민 또한 필요한 대목이다. 단순한 독서공간이 아닌,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을 적절히 공급하고 잘 활용할 수 있을 때 작은도서관이 본연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치단체 차원의 재정지원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재능기부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으나 전체적인 사회 분위기는 미흡한 상황이어서 재능기부를 끌어낼 수 있는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전북도는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재 10명의 전문가로 TF팀을 구성, 머리를 맞대고 있다. 도 이정형 주무관은 "시설은 정부나 자치단체에서 담당하고, 운영은 주민자치로 이루어지는 게 바람직하지만 주민 운영이 그리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면서, "TF팀 연구를 통해 가장 큰 난제인 도서관 운영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07.12 23:02

4. 농촌의 모델, 기찻길 작은도서관 - 주민들 일상의 삶 '문화적 삶'으로 탈바꿈

참여 3년 전 전주에서 완주군 상관으로 보금자리를 옮긴 강미영씨(40, 주부)는 도시보다 더 '문화적'인 삶을 산다. 전주에 살 때 주부들끼리 모일 경우 아이 키우는 이야기와 시댁 이야기로 시간을 때우는 '수다'가 고작이었지만, 지금은 시간 나는 대로 공예를 배우고 문학을 이야기 한다. 그는 이곳으로 이사 온 후 테디베어(곰인형)에 냅킨아트, 리본공예와 도자기 등을 배웠다. 특히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과 책으로 소통하는 일상은 삶의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그 중심에 바로 '작은도서관'이 있었다. 작은도서관이 생기면서 그의 삶이 크게 바뀌었다. 그는 2년 전부터 이 도서관 주부독서회 회장을 맡고 있다. 20여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주부독서회는 도서관을 매개로 매월 2차례 정기모임을 갖고 독서토론을 벌인다. 가장 최근에는 소설'우아한 거짓말'(김려령 저)을 읽고 회원들간 의견을 나눴다. 여기에 참여하는 회원들은 30~40대 주부들이 주축이지만, 회사원과 공무원논술강사공예 강사들도 있다. 이들 회원들은 책읽기에 그치지 않고 도서관 책정리도 도와주고,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각종 프로그램에도 열성적으로 참여한다. 도서관 이용자로서 뿐 아니라 도서관 운영에서도 중심적 역할을 하는 셈이다.지난 2009년 3월 완주군 상관면 신리 지큐빌신세대 아파트 내에 문을 연 '기찻길 작은도서관'은 전북도가 도내 80여 곳의 작은도서관 중에서도 손꼽을 만큼 농촌지역 작은도서관의 모델이 되고 있다. 하루 평균 도서관 이용객 수 50~60명에, 하루 평균 100~150권 정도의 책 대출이 이루어진다. 소장 도서는 9500권정도.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이 열려 있다.리본 공예 강사 겸 주부독서회 회원으로 활동하는 김경은씨(37)는 무거운 감이 드는 큰 도서관에 비해 친밀도가 높은 점을 강점으로 이야기 했다. 책 읽는 사람들에게 독서실도 되고, 쉼터와 사랑방 역할까지 가능한 게 작은도서관이란다. 또 최근 그가 맡았던 리본 공예 강습 프로그램에 20여명이 참여할 정도로 참여도가 높았다. 아파트 내 도서관에서 주민들이 원하는 여러 프로그램들을 수강할 수 있어 교통비수강료 등 경제적 부담을 덜고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 여러 지역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기찻길 작은도서관이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것과 관련, 이유미 도서관 관장은 아파트내 단지라는 입지적 요인을 먼저 꼽았다. 전주 통근 거리에 위치한 아파트에 700여 세대 주민들이 있어 문화와 여가를 누리는 데 제격이다. 또 아파트에 공예가, 논술지도사, 독서지도사, 문인, 외국어 강사, 애니메이터 등 다양한 전문직 종사자가 거주하고 있어 강사활용과 재능기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데 좋은 여건을 갖췄다. 도시 인근이면서 또한 농촌이라는 점에서 주민들간 정서적 교감도 도서관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이 관장은 덧붙였다.이 도서관은 주민 수요에 맞춘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으로 작은도서관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주5일제 수업에 따라 매주 토요일 '휴 클래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게 한 예다. 초등학교 저학년과 고학년 반으로 나눠 실시하는 논술수업에 2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개인 과외나 학원에 다니지 않고도 도서실에서 해결한다. 또 각종 공모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프로그램의 다양화를 가능하게 했다. 문학작가 파견사업에 응모해 유강희이경진 시인을 초빙해 글쓰기 지도와 시낭송회를 열었다. 올 여름방학중에는 주민이기도 한 탁영환 애니메이터를 초청해 아이들에게 애니메이션 교육을 통한 꿈을 키워주었다. 전북도문예진흥기금을 받아 도자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었고, 지난해에는 문화관광부 다문화인식개선사업에 선정돼 지역내 도서관을 모두 찾아다니며 프로그램을 운영할 정도로 외연을 넓혔다. 이같은 활발한 활동에도 아버지들의 참여가 아직 저조하다는 게 이 관장의 아쉬움이다. 도서관에서 '책읽어 주는 아빠'를 그리며 프로그램을 추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아버지들을 도서관으로 끌어내기 위해 가족단위 행사들을 많이 생각하고 있단다. 최근 마련한 도자기 체험에 가족단위로 참가 자격을 제한한 것도 그 때문이다.이 도서관은 현재 완주군내 다른 작은도서관(봉동, 이서, 구이, 소양, 화산)처럼 군 직영체제로 운영된다. 관장은 공무원이며, 주민 1명을 보조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주부독서회 등을 중심으로 주민참여가 활발해 주민자치의 운영체제로의 전환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이 관장은 말했다. 이 도서관이 주민자치 작은도서관의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07.1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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