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 - "문화복지, 중장기 사업계획 먼저 마련해야"
'복지'와 '경제 민주화'가 2012년 대선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면서 정부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지자체도 소외계층뿐만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향수권을 확대하는 '문화 복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지난 19일 본보 편집국에서 열린 좌담회에서는 도가 추진 중인 생활문화예술동호회, 문화예술의거리 조성사업, 예술인 복지법 등 관련 현안이 집중 논의됐다. 이날 좌담회에선 최영만 전북도청 문화예술과 과장, 장세길 전북발전연구원 부연구위원, 문동환 전북도의회 정책연구원, 문화코디네이터 이수영씨가 참석했다.-도가 올해 3억6700만원으로 시민들의 동아리 활동을 진작시키고자 '생활문화예술동호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여기엔 5인 이상 최소 3개월 이상 활동한 순수 아마추어 동호회 대상으로 684곳 1만2351명이 접수됐다. 그러나 도가 생활문화예술동호회 활성화를 위해 기획한 페스티벌(11월3~4일)을 두고 '전시 행정'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장세길 = 도가 구축한 생활문화예술동호회 네트워크를 들여다 보면, 시군 동호회, 장르별 분과 위원회가 모여 자발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160개팀 1890명의 시민들이 페스티벌을 준비하면서 더 적극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최영만 = 생활문화예술동호회 네트워크를 관의 성과주의 사업으로 보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페스티벌 관련 예산이 2억4000만원 밖에 안된다. 자기 가족이 페스티벌에 참여한다고 오겠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말릴 정도다. 초반에 관이 네트워크를 안정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판을 깔고 나머지는 민간이 알아서 하도록 할 것이다.△문동환 = 첫 시작치고는 연착륙하고 있다고 본다. 지자체가 이와 같은 사업을 진행할 때 민관 거버넌스를 운운하지만, 이것이 제대로 작동한 적은 없었다. 결국 성패는 사람에 달렸다.△이수영 = 그런 점에서 민간의 자발성을 키울 수 있게 하는 매개 인력인 문화코디네이터 역할이 중요하다. 실제로 잘 운영되는 문화의집을 보면 민간위탁 제도 때문이 아니라 헌신하는 관장이나 기획자 덕분이다. △장 = 그러나 현재의 문화코디네이터가 시군 전반을 아우르는 사업을 진행하기는 힘들다. 코디네이터 역량도 제각각이다. 현장을 네트워킹하는 역량 강화 교육이 이뤄져야 하고, 인력을 늘리는 일도 병행돼야 한다. 이들의 처우 역시 개선돼야 능력있는 문화기획자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다. △문 = 문제는 이같은 사업을 조율할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것이다. 전북문화재단이 설립됐다면, 문화복지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중장기적으로 끌고 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화예술의거리 조성사업이나 예술인 복지법 등과 같은 현안이 나올 때마다 도는 용역을 준다거나 TFT를 꾸려 대응하는 게 전부다. 안타깝다. -문화예술의거리 조성사업의 궁극적 목표는 외부 기업유치시 주민들에 대한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넓히고, 시민들이 주체가 되는 예술공간을 조성하는 데 있다. 전북도가 전주군산익산남원시와 40억(도비 20억, 시군비 20억)을 들여 추진하는 문화예술의거리 조성사업이 본래 취지대로 운영되지 못한다는 우려의 시선이 많다. △최 = 우선 추진 상황을 이야기하겠다. 전주는 동문거리 일대 갑기원 사거리~새누리당사(260m14억), 군산은 월명동 인근 청소년문화광장~국도극장(200m8억), 익산은 황해사~구 이리극장길(320m12억), 남원은 구 군청사거리~하늘중학교(250m6억)에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역별 거리구역을 설정하고,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데 시일이 걸렸다. 전주는 동문거리 내 예술창작촌(시민예술촌), 군산은 우일극장을 거점으로 한 창작공간, 익산은 빈 점포를 매입 활용해 시민예술촌, 남원은 광한루 관광사업과 연계해 창작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장 = 지역 문화계의 우려의 시선은 관이 하드웨어만 구축하고, 소프트웨어를 고민하지 않는다는 시각 때문이다. 하지만 문화예술의거리 조성의 출발은 관이 끊고, 운영 방향은 민과 관이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부분이다. △문 = 하지만 관이 문화예술거리로 규정한 뒤 시설을 만들고 예술가들을 불러들여 조성하는 방식이 최선인가 하는 부분은 있다.△이 = 비슷한 예로 부산의 원도심 창작공간'또따또가'('똘레랑스'와 '따로 또 같이'의 합성어)를 들 수 있을 것이다. 2010년 부산시가 지역 예술가들이 거주하고 있던 중구 중앙동 40계단 주변과 동광동 일대의 빈 상가 18곳을 임대리모델링해 그들을 위한 공간을 조성했다. 전북의 문화예술거리가 관의 지원으로 외부 지역 예술인들을 불러모으는 방식과는 달랐다. -이른바 '최고은 법'이라 불리는 예술인 복지법 시행령(안)과 시행규칙(안)이 최근 입법예고됐고, 11월 18일부터 법이 시행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예산이 그대로 확정되면 내년에 예술인 4만여 명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예술계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4대 보험 혜택이 대부분 무산된 점, 느슨한 '예술인 기준'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이와 관련해 별다른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최 = '예술인 복지법' 논란은 복잡하다. 문화체육관광부도 '누구까지가 예술인인가'라는 개념 정의 논란에 이러다할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시행령에 따르면 예술 활동 실적, 예술 활동 소득(연간 120만원 이상), 저작권 등록 실적 등 4개 기준 가운데 하나만 충족돼도 예술인으로 등재된다. 길거리 무료공연을 3년간 3회 이상만 해도 누구나 예술인이 될 수 있는 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전북도 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도 실태조사를 못하는 상황이다.△이 = 이 기준대로라면 문화의집 관장을 했고, 문화코디네이터로 활동하는 나도 예술인에 속한다. 더욱 안타까운 대목은 외롭게 예술하는 작가들이 아니라 아마추어 동호인까지 포함될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문 = 정부가 '예술인 복지재단' 논의를 구체화하고 있다. 개인이 예술인 등록을 하게 돼 있지만 도가 지역 예술인들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사전준비가 필요하다.△장 = 도가 별도 TFT를 통해 지역의 예술인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기초조사를 시행할 계획이다. 적어도 기초자료가 나온다면 예술인 복지법 관련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끝)※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