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맴돌다 사망 환자 속출하자 법률 개정 / 의료계 강력반발에 임시방편 3개월 유예기간
지난 2010년 대구에서 복통을 호소하던 4세 여아가 대구시내의 응급실을 전전하다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는 등 이후에도 응급의료와 관련해 유사한 사건이 반복되자 정부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일명 '응급실 당직법(이하 응당법)'을 마련해 지난 5일부터 본격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을 고려치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의료계의 반발이 끊이지 않자 보건복지부는 3개월의 유예기간을 두는 임시방편책을 내놓았다. 본보는 응당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발생한 논란과 도내 응급의료 현실, 대안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봤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당직의사 자격을 전문의 또는 3년차 이상의 레지던트에서 전문의로 강화하고 당직의사를 둬야 하는 진료과목을 내과, 외과 등 일부 진료과목에서 해당 응급의료기관에 개설된 모든 진료과목으로 확대했다.
또 당직전문의의 의무이행을 담보할 수 있도록 당직전문의 명단을 응급실에 게시하도록 하는 한편 당직전문의에 의한 응급환자 진료의무를 위반한 응급의료기관에 대해서는 200만원의 벌금을, 해당의사는 면허정지토록 했다.
이번 개정안으로 복지부는 의료서비스의 질이 한층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인력난 등을 들어 응당법 전면 재개정을 요구하고 나섰고 급기야 응급의료기관 지정 반납 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복지부는 3개월간의 유예기간을 뒀지만 '응급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만큼 제도를 보완해 계속 시행해야 한다'는 환자와 시민사회단체들의 요구와 의료계의 반발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쟁점이 되고 있는 전문의 인력부족 문제에 대해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0년 8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실시한 전국 452개 응급의료기관에 대한 평가 결과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된 병원 313곳 중 시설 장비 인력 기준을 모두 채운 곳은 144곳에 불과했다. 의료계는 이같은 현실에 대한 고려 없이 새로운 당직제도를 시행할 경우 전문의들의 과도한 업무부담으로 전반적인 의료서비스의 질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환자들과 의료시민단체들은 '응급환자의 생명이 달린 일이 수입논리에 따라 결정되면 안 된다'며 맞서고 있다.
건강사무네트워크 박용덕 국장은 "지난 2010년부터 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받은 곳에 시설비로 모두 1600억원이 지원됐고 매해 수백억원의 예산이 지원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환자의 생명을 다투는 병원이 시설, 인력 등 수입논리를 내세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엄격한 심사를 통해 기준에 미달되는 응급의료기관 감축을 유도하고 응급의료기관에 오기 전 과정(신고·이송·호출 등)에 대한 투자 강화와 응급의료처치 전 과정을 일원화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명확한 온콜제도(당직의가 응급의료기관 밖에서 대기하다 전화를 받고 병원에 오는 제도) 운영기준도 도마 위에 올랐다.
보건복지부가 응급의료기관의 전문의 인력 실태를 감안해 온콜제도 당직근무를 허용하면서 △당직전문의가 응급의료기관에 도착하는 시간 △성실당직 근무 불이행시 행정처분 등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당직전문의가 응급의료기관 내에 상주하고 있는 경우에 비해 도착지연 등으로 진료 지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당직전문의가 늦게 도착해 응급환자가 사망하기라도 한다면 민사적 분쟁으로 번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또 응급실 근무의사의 상당수가 전공의로 운영되는 현실에서 이들의 수련과정을 지도·감독하는 당직전문의를 자유롭게 호출할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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