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록 '그저…바라보기' 이유경 '길섶에 서서'
삶에 대한 위로와 각성은, 본래 문학이 하던 역할이다. 너도 나도 힐링(healing)을 요구하는 시대에 두 권의 책이 항우울제 역할을 대신한다. 요가 철학자 이형록(49)씨의 명상집'그저…바라보기'(이룸나무)와 이유경(58·전주중앙중 교사)씨의 '길섶에 서서'(신아출판사).
△ 완전한 비움으로 가슴이 고인다
이형록씨는 한국인 최초로 인도 바나라스 흰두대 박사학위를 받은 철학가다.
'그저…바라보기'는 지난 20년간 수행자로서 깨달은 소명을 알기 쉽게 소개한 책. '놓는다는 생각도 놓아버리고, 버린다는 생각도 버려버리고, 비운다는 비워버리라'는 이 단순한 진리가 서늘한 깨달음으로 다가온다.
대구 출생으로 경북대에서 서양철학을 전공한 뒤 공부에 한계를 느낀 그는 인도로 날아갔다. 수행의 길에서 바른 스승을 만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터. 팔랑개비처럼 뛰어다니던 그를 잠재운 것은 인도에서 까믈라까르 미슈라 교수나 스와미 마우니 바바지. 그의 영혼을 살찌운 인연의 가르침으로 익힌 회전 명상, 노 마인드 명상, 가슴치유 명상 등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명상법 15가지를 소개했다.
이제는 모든 직함을 버리고 지리산 밑 마하샨띠 아슈람에서 요가와 명상을 전하는 안내자로 활동 중이다. 인간을 평안하게 바라보고 싶다면,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통찰력과 직관력과 마주하고 싶다면 찬찬히 들여다볼 것. 완전한 비움으로 오히려 벅차오르는 기쁨이 가득 고일 것이다.
△ 맑은 그림과 글로 건네는 작은 위로
늦게 도착한 편지의 반가움이 이럴까. 기세등등하던 무더위가 물러가고 서늘한 바람이 찾아올 무렵, 이유경씨는 '길섶에 서서'는 아름다운 삽화와 함께 단상을 짧게 적어낸 책을 보내왔다.
서양화를 전공했으나 평소 차분한 자신의 성격과 맞는 동양화로 눈을 돌리면서 문인화에 빠진 그다. 어느 날은 푸른 하늘이, 또 어느 날은 녹음 머금는 나무가 되는 이야기를 아름다운 삽화로 그려낸 뒤 그때 그때 떠오르는 단상을 그림에 맞게 매만졌다. 연두빛 그리움, 등 굽은 세월, 해넘이 하늘 등 그가 빚어낸 언어들이 그림 사이 사이를 가로지른다.
'이렇게 세월이 나를 지나는 동안 / 길섶에 서서 흘린 눈물 한 방울은 / 가슴 가득 맑은 영혼을 채우는 / 소중한 날들이 되어 / 오늘도 푸르디푸른 하늘가에서 / 마알간 마음 키우며 / 작은 희망을 노래하고 있네.'
저마다에게 보내는 엽서 한 장 한 장씩을 정성스레 쓴 듯한 글들은 빠른 시간의 폭력적 속도 앞에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결을 가만히 쓰다듬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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