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 활기를 잃고 헤매고 있다. 왜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됐을까. 상당 부분은 우리 잘못도 있다. 그간 전북이 낙후된 것을 보수정권 탓으로만 돌렸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지역주의 덫에 갇혀 전북을 정치적 섬으로 만들어 고립시켜 놓은 게 잘못이었다. 그간 정치인들은 정치를 쉽게 하기 위해 지역주의를 조장했다. 그 결과 25년간이나 민주당이 전북을 안방차지했다. 개인이나 조직이나 경쟁관계 없이는 발전할 수 없다. 정치도 똑같다. 선거 때마다 여야 후보가 치열하게 경쟁해야 지역이 발전해 갈 수 있다.
민주당 25년 독식 지역 낙후 초래
돌이켜 보면 김대중 선생을 대통령 만든 것으로 지역주의는 끝냈어야 옳았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지역감정을 이용해서 정치를 하면 쉽게 경쟁 없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 방법을 써왔던 것. 그렇다면 그간 민주당한테 지역을 통째로 맡긴 결과가 뭣인가. 실상 다른 지역에 비해 전북은 뒷걸음질 쳤다. 광주 전남은 DJ가 집권할 때부터 국회의원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지역발전을 견인해 냈다. 새만금을 발목 잡은 것도 민주당 광주 전남의원들이었다. 자신들이 만든 J프로젝트를 원활하게 추진하려고 새만금사업을 발목 잡았다.
사실 대중이 이성적인 것 같지만 우매할 때는 끝이 없다. 도민들은 국회의원 배지를 쉽게 단 정치인들의 손에 많이 놀아났다. 그 만큼 일방통행식이었다. 선거 때마다 인물과 정책을 판단기준으로 삼지 않고 오직 색깔 하나로 당락을 갈랐다. 결국 지역으로 돌아 온 건 낙후라는 허울 밖에 없다. 민주화 이후 도내서 국회의원 배지를 단 면면을 살피면 지역발전 보다는 본인들 입신양명만을 취해왔다. 그래도 그 같은 정치인을 계속해서 지지해야 옳을까.
지난 4·11 총선 때 7명을 한꺼번에 물갈이 시킨 건 뭔가 지역판을 바꿔 보겠다는 도민들의 강한 의지 표현이었다. 하지만 그 후 결과가 어땠는가. 너무 기대에 못 미쳤다. 야당의원으로서 존재감이 없다는 것. 대정부 질의나 상임위 활동을 놓고 봐도 소신 없이 눈치나 살핀 것으로 비춰졌다. 본인들은 나만큼 지역을 열심히 오가며 의정 활동 한 사람이 없다고 뽐내고 싶겠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모두가 그렇지 않다.
국회의원들이 가장 끗발 부리려고 할 때는 지방선거 때다. 무소불위의 공천권을 갖고 있어 지방의원이나 단체장 되려는 입지자들은 이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과거에는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거의 떼어 놓은 당상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국회의원들한테 잘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것. 유권자로서는 불쾌한 일이지만 그렇게 안할 수 없었다. 당락을 유권자들이 결정해야 하는데도 순진무구하게 민주당만 달고 나오면 ‘묻지마라 갑자생’처럼 찍어준 게 잘못이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그 같은 짓을 계속해야 할까. 그런 방식으로 가면 지역발전은 없다. 민주당과 안철수신당이 치열하게 경쟁하도록 경쟁구도를 만들어 줘야 한다. 새정치를 표방하고 나온 안 신당이 그간 두 차례에 걸쳐 발표한 도내 실행위원 면면을 보면 실망을 금할 수 없지만 그래도 추가 발표에 대한 기대값이 남아 있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어찌됐든 지방선거를 경쟁구도로 치를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스럽다. 안 신당의 지지율 고공행진이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써온 공천권을 상당부분 제어해 놓아 긍정적으로 보인다.
내년 지선에선 경쟁의 장 만들어야
이제는 유권자가 변해야 할 때다. 유권자의 힘이 정치문화를 바꿔 놓을 수 있다. 과거처럼 민주당이 공천자를 내세우면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투표한 행위는 잘못이므로 바로 잡아야 한다. 유권자가 똑똑해야 지역을 바로 세울 수 있다. 선거를 경쟁구도로 몰고 가는 건 유권자 몫이다. 유권자는 안중에 없고 공천권자인 국회의원만 쳐다 보는 입지자는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한다. 정당공천제가 있는 현행 제도하에서는 돈공천이 얼마든지 이뤄질 수 있다. 결국 당선돼서 본전 뽑으려다 비리를 저지를 수 있다.
내년 지선 때 유권자가 주인으로 대접 받기 위해서는 경쟁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안녕하고 낙후된 전북을 새롭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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