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과 아쉬움' 교차…안전복귀 프로그램' 후 업무에 투입
22일간 최장기 파업을 끝낸 철도노조원들이 31일 오전 지역별로 파업을 종료하는 마무리 집회를 열고 오전 11시를 전후로 속속 일터로 복귀했다.
장기간 파업에 지친 노조원들의 표정에는 비로소 일터로 돌아가게 됐다는 설렘과 함께 파업 종료 이후 사측의 징계 등 후유증을 걱정하는 착잡함이 묻어났다.
철도노조 서울지역본부는 이날 오전 9시 서울역 광장에서 마지막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지난 23일간의 파업을 '승리'로 선언하고 파업을 하면서 얻은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철도 민영화 저지' 투쟁을 이어갈 것을 결의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우리는 승리했고 이제 철도 경쟁체제 도입이 민영화가 아니라는 정부의 거짓말을 믿는 국민은 없다"며 "수서발 KTX 법인의 쟁점을 공론화했고 사회적 논의 공간을 여는 성과도 얻었다"고 자평했다.
이어 "투쟁은 이제 또 시작이며 징계·손해배상·고소·고발 등 정부와 사측의 탄압에 맞서 현장에서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철도노조 경북 영주지방본부는 오전 10시께 영주시 휴천동 철도운동장에서 기관사 등 노조원 366명이 참석한 가운데 파업투쟁 보고 및 현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결의대회를 마친 노조원들은 '대통령 공약 이행 요구, 철도 민영화 반대'라고 쓴 어깨띠를 두르고 사업장으로 향했다.
김만호 영주지방본부 쟁의대책위원장은 "현장에 복귀하고 나서도 언제든지 다시파업할 수 있는 체제를 유지하고 사측이 부당한 노동을 시키면 노조에 신고해 달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대구와 경북 포항·경주 등 8개역 소속 460명의 노조원도 현장으로 돌아왔다.
오후에는 지난 22일 업무방해 혐의로 검거된 윤모(47) 지부장을 면회하기 위해 안동교도소에 단체 방문할 계획이다.
부산본부 노조원도 총파업투쟁이 현장투쟁으로 전환됨에 따라 이날 오전 11시를 기해 전원 사업장으로 복귀했다.
이에 앞서 부산본부 산하 11개 지부 조합원 400여명은 오전 9시 부산진구 가야 동 부산차량사업소정비단 앞에서 1시간 동안 '현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코레일 부산본부 측은 파업조합원의 복귀에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파업으로 인한 징계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노조원들의 현장투쟁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부산본부의 한 관계자는 "조합원에 대한 징계가 들어가면 현장투쟁이 시간 외 근로 거부, 잔업 거부 등 준법투쟁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 투쟁도 열차 운영에는 얼마든지 차질을 줄 수 있다"고 걱정했다.
대전기관차승무사업소 소속 300여명의 기관사 등도 이날 오전 9시 30분께부터 30여분간 대전역 서광장에서 결의대회를 하고 각 사업소로 복귀했다.
이들은 "우리는 국회 국토교통위 소위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철도산업 발전방향에 의견을 개진하고 민영화 저지를 위한 투쟁을 펼칠 것"이라며 "대오를 재정비해서 다음 싸움을 준비하자"고 말했다.
강원도 내 철도 노조원도 속속 사업장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경춘선 ITX 열차와 수도권 전철 등 열차 운행은 아직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
평소 왕복 44회 운행하는 ITX-청춘 열차와 평일 왕복 117회(상봉-평내호평 구간13회 포함) 운행하는 경춘선 전철은 각각 28회와 95회로 여전히 감축 운행되고 있다. 태백선과 영동선 무궁화호 여객 열차도 평일 하루 18회에서 12회로 감축 운행 중이고, 태백·영동선 화물 열차도 27%의 저조한 운송률을 보이고 있다.
영주지방본부 제천기관차 승무지부도 이날 오전 10시부터 제천사업소에서 현장투쟁 결의대회를 마친 뒤 11시께 노조원 1천337명 전원이 복귀하는 등 전국 철도사업소마다 노조원들의 복귀가 속속 이뤄졌다.
그러나 철도안전을 위해 복귀자들은 2일간의 심리적 안정 회복기간 후 업무에 투입되기 때문에 정상화까지는 다소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소속장으로부터 개별면담과 직무·안전교육 등을 받게 되며 업무 적합성 판단 후 3일째 되는 날부터 업무에 참여하게 된다고 코레일은 밝혔다.
(이은중 민경락 김선형 이재현 양영석 차근호 노승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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