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대표자회의서 결의문 채택…정부 직접 대화 촉구 / "정부가 부채문제 일으키고 근로자에 책임 떠넘긴다"
정부가 '방만 경영'을 근절하겠다며 추진 중인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해당 기관 노조가 집단 반발하고 있다.
17일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과 공공기관 노조 등에 따르면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조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23일 대표자 회의를 열고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과 관련한 결의문을 채택할 예정이다.
공대위에는 정부가 중점 관리대상으로 선정한 38개 공기업, 공공기관 노조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대표자회의에서 정부가 구성한 '공공기관 정상화 추진단'에 불참하고 경영평가도 전면 거부한다는 뜻을 밝힐 계획이다.
또 사측이 아닌 정부가 직접 노조와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진병우 공공연맹 교육선전실장은 "양대 노총에 소속된 공공부문 노조가 참여하고 있다"며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어떻게 대응할지 23일 전에 구체적인행동 계획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노조 내부에서는 그동안 정부 정책을 믿고 따르며 사업을 추진하다가 부채문제가 불거진 것을 놓고 해당 기관과 근로자에게 해결하라는 것은 책임 전가라며 거세게 반발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공기업 노조의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심각한 부채 문제를 일으킨 건 정부인데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하지 않은 사용자나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는 건 잘못"이라며 "원천적 책임이 있는 정부가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부의 단체협약 개입 움직임에는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코레일 노조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기업이 우리 사회를 좀먹는 집단인 것처럼 몰아붙이는 건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면서 "정부가 공기업 단체협약에 직접 개입할 거라면 사측과 단위노조가 교섭할 게 아니라 정부와 공공부문 전체가 교섭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정부가 요구하는 정상화 대책에 반기를 드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철도시설공단 노조 관계자는 "직원 복지를 없애거나 장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알짜 부문을 당장 부채를 줄이려고 민간에 파는 것은 거부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공공부문 노조 관계자는 "경영평가는 노조가 직접 대상은 아니지만 부채비율, 방만경영에 대한 배점을 높이면 노조원의 임금이나 복리후생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경영평가를 거부하면서 노정 단일교섭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달 중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곧바로 실행계획을 내놓는 등 공공기관을 압박하고 있다.
토지주택공사(LH), 수자원공사, 철도공사 등 부채 상위 12개 공공기관은 모든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 구조조정에 착수하고 자산 매각까지 검토해야 한다.
마사회, 인천국제공항공사, 대한주택보증 등 1인당 복리후생 상위 기관은 복리후생 수준을 공무원 수준에 맞춰 하향 조정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자산매각을 강제하면 경영악화와 사회적 손실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정부는 강경한 상황이어서 노동계와 갈등도 우려된다.
해당 공공기관들은 정부의 압박과 노조의 반발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에너지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방만 경영의 대표사례 중 하나로 꼽은 자사고·특목고 자녀 수업료 전액 지원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한다"면서도 "이를 포함해 방만경영 개선 계획을 정부에 제출한 뒤 직원 복리후생 축소문제는 노조와 단체협상을 해야 하는데 노조가 수용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평가는 해마다 3∼5월에 진행되며, 평가 등급에 따라 직원 성과급 등이 결정된다.
일부 부처에서는 올해 공공기관 평가에 정상화 대책 성과를 반영해 미진한 기관의 기관장은 임기와 관계없이 해임 건의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공공연맹은 16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개별 기업의 노사 관계에 직접 개입해 단체협약 운운하는 것은 독재국가에서나 될법한 일이다"라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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