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임시 휴교에 들어간 단원고가 24일 3학년 수업을 재개했다.
학교 주변은 참사의 아픔을 품은 듯 화사한 봄날이었지만 쓸쓸한 분위기였고 1주여 만에 학교에 오는 학생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어두웠고 어깨는 축 늘어져 있었다.
오전 7시 안산시 단원고 고잔동 단원고 앞. 1교시가 아직 1시간 20분여 남았지만 벌써부터 서둘러 오는 학생들이 하나둘씩 눈에 띄었다.
평소같았으면 친한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걸으며 주먹으로 어깨를 툭툭 치는 등 여유가 있었을 풍경이었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웃는 얼굴은 결국 찾아볼 수 없었다.
귀에 이어폰을 낀 채 그저 묵묵히 앞만 보며 걷던 학생들은 교문 주위에 있는 사고의 흔적들에 잠시 눈을 맞췄다가 곧 발걸음을 재촉하곤 했다.
교문엔 실종 학생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쪽지글이 형형색색 붙어있고 그 앞에 마련된 테이블 위에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국화꽃다발이 수북이 쌓여 있다.
학교에서 100여m 떨어진 안산올림픽기념관에는 사망한 단원고 학생과 교사들을 추모하기 위한 임시 합동분향소가 꾸려져 있다.
김모 군은 "지난 1주 넘게 그냥 담담하게 있었던 것 같다"며 "학교 오는 길이 너무 우울하고 힘들었다"고 말했다.
전국의 모든 고3 학생들이 대학입시 준비로 여념이 없을 때지만 이들은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슬픔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한 듯했다.
이모 양은 "학교가 쉬는 동안 공부가 손에 잡히질 않아 TV만 봤다"며 "사고 이 후 하루종일 멍하게 시간만 보냈다"는 말만 남긴 뒤 서둘러 자리를 떴다.
잠시 뒤 희생자 김모 양의 시신을 태운 운구차가 마지막 등교를 위해 교문 앞에 도착했다.
학생들은 옆으로 비켜서서 길을 터줬다.
검정색 장의차량을 따라 교실로 향하는 아이들의 축 쳐진 어깨에선 슬픔이 묻어나는 듯했다.
단원고 옆 단원중 학생들의 등굣길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모두 말없이 정면만 응시한 채 걷는 아이들만 눈에 들어왔다.
단원중 3학년 김모 군은 "희생자 가운데 우리 중학교출신 선배가 있어 조문을 다녀왔다"며 "지난 며칠간 텅빈 단원고 앞을 지날때마다 형들이 생각이 나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오전 8시 20분 1교시 종이 울림과 동시에 희생자 조모양을 실은 운구차가 교문을 통과했다.
운구차는 5분여 동안 학교를 둘러본 뒤 바로 나와 용인 평온의 숲으로 향했다.
학교 앞에는 일찍부터 미국 NBC, 일본 후지TV 등 외신을 포함 취재진 수십명이 모여 단원고 학생들의 '슬픈 등굣길' 취재에 열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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