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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책 읽기] 글쓰기와 토론은 실험 중 - (하) 전북의 토론 교육

"공정한 규칙·상대방 존중하는 열린 태도 중요" / 전주 교육지원청 '디베이트 수업·캠프' 정착 / 다양한 과목서 활용…사교육비 절감 기대도

▲ 전주교육지원청이 지난해 11월 개최한‘2013 디베이트 대회’.

서술형 평가 확대, 중학교 성취평가제 적용, 고교 입시 면접 비중 강화, 문·이과 통합형 대학수학능력시험·교과서 도입 구체화….

 

최근 교육계에서 드러난 변화다. 주입식 암기 교육보다 종합적 사고력과 의사소통능력이 요구되는 가운데 ‘디베이트 교육’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렇듯 디베이트 교육은 다양한 교과목과 접목 돼 교육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수학 과목의 경우 지난해부터 개정된 수학교육과정에 따라 실생활 융합형, 개방형, 창의서술형 문항이 등장하면서 이를 평가하는 방법으로 토론식 수업이 관심을 끌고 있다.

 

△ 전북에도 디베이트 바람

 

전북을 비롯한 전국의 학교 현장에서 디베이트 바람이 불고 있다. ‘디베이트’(debate)의 사전적 의미는 토론이지만, 정해진 일정한 형식과 절차가 적용되는 토론이다. 디베이트는 △찬반이 명확히 갈리는 주제 선정 △비판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논거 수집 △상대편 의견에 대한 논리적 대응·평가 △자신의 주장을 정리한 에세이 작성으로 구성된다.

 

‘디베이트 중심 도시 대구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대구시 교육청을 비롯해 서울시 교육청도 독서·토론·논술 수업의 비중을 2013년 25%, 2014년 30% 이상으로 확대했으며, 광주광역시와 경기도 화성시 역시 디베이트 수업을 지향하고 있다.

 

전주교육지원청이 2011년부터 역점으로 초·중·고를 대상으로 한 디베이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전주교육지원청의 디베이트 수업을 지원받는 학교는 43개교. 전주교육지원청은 디베이트 코치를 파견해 현장의 토론수업을 독려하는 한편 디베이트 대회·방학 캠프로 디베이트에 대한 관심을 확산시키고 있다.

 

디베이트 강사로 활동 중인 최덕만 용흥중 교사는 “디베이트는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했다. 그는 디베이트의 효과에 대해 “모범 답안이 정해져 있는 논술과 비교하면 디베이트는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비판적 사고와 논리적 사고를 기를 수 있는 종합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 발표력·사고력 강화

 

디베이트 코치들이 전하는 디베이트의 ‘비법’은 무엇일까. 디베이트 강사로 활동 중인 이두현씨는 참가자들의 ‘열린 태도’를 강조했다.

 

“사안마다 자신이나 팀의 입장이 다를 수 있고, 이를 존중하는 태도가 우선돼야 합니다. 논리적 사고는 그 다음이죠. 학생들이 디베이트를 하면서 발표력, 의사소통능력, 리더십 등이 눈에 띄게 향상됩니다.”

 

디베이트 강사들은 “디베이트가 자기주도적 학습, 비판적 사고력, 말과 글의 핵심파악 능력, 순발력과 논리적 사고력, 팀워크와 리더십 등을 길러준다”고 했다.

 

“디베이트는 웅변과 다르고, 일반 토론과도 다릅니다. 순서와 시간을 지키도록 해서 공정한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알려주고, 찬반이 명확한 주제를 잡아 서로의 논리를 비교하며 합리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니까요.”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디베이트 교육 확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디베이트 준비 과정이기도 한 폭넓은 독서와 ‘비판적 읽기’가 소홀히 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와 출처가 불분명한 자료 찾기도 디베이트 교육의 과제다. 이두현 강사는 이를 위해 지역신문 읽기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뜻을 모르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중앙지에 비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루는 지역신문이 피부에 더 와 닿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방과후학교 디베이트 관심

▲ 디베이트 수업은 순서·시간을 지키도록 해 공정한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가르친다.

이처럼 토의·토론의 교육적 효과가 드러나면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으로 디베이트 수업을 채택하는 전북지역 초·중학교가 늘고 있다. 송원초, 송천초, 여울초 등 초교를 중심으로 호성중 등 중학교까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디베이트에 참여했던 학생들도 기대 이상의 호응을 보였다고 디베이트 코치들은 전했다. 호성중 최수진 양(3년)은 “수업 시간에 발표할 기회가 생긴다”면서 “평소 디베이트를 하면서 익힌 ‘주장한 뒤 근거를 대는 말하기’를 연습한 덕분에 발표할 때에도 논리적으로 사고한 뒤 말하게 됐다”고 답했다.

 

같은 학교 소재미 양(1년)도 “비판적 사고가 길러져 국어나 사회 과목을 공부할 때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면서 “특히 국어 과목을 공부하면서 논설문과 설명문을 읽을 때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면서 읽게 됐다”고 밝혔다.

 

신소정 전주교육지원청 방과후학교 담당자는 “디베이트는 기존 학교 현장에서 시도하지 못했던 참신한 학습 방식”이라며 “방과후학교에서 제대로 안착된다면 사교육비를 절감할 수 있는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덕만 용흥중 교사도 “토론이 입시를 좌우하지 않는 경우라도 토론을 바탕으로 한 논술이나 논리적으로 자신을 설명하는 심층면접을 대비하는 방법으로도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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