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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교육감 후보 인물탐구 ② 유홍렬] 현장교육 전문가…"전북교육, 꼭 올려놓겠다"

"가난했던 집안…선생 되려고 공부 포기 못해" / 19살 교원고시 합격, 30대엔 스타강사 '명성' / "교원사기 높이고 교육도시 자존심 되찾을 것"

▲ 21일 전주 전라감영로 선거사무실에서 만난 유홍렬 후보가 교육철학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안봉주기자 bjahn@

모든 것이 ‘후보 단일화’라는 언약(言約)에서 비롯됐다. 애애초 ‘단일 후보’ 물망에 유홍렬 후보(72)는 없었다. 지난 9일 단일 후보가 발표됐을 때 적지않은 이들이 의아해했다. 스스로도 “내가 될 줄 몰랐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유명해졌더라’는 영국 시인 바이런의 말을 유 후보에게 패러디해보면 ‘교육감 후보가 되길 포기했더니 후보가 돼 유명세를 타더라’로 정리할 수 있다.

 

21일 전주 전라감영로 선거사무실에서 만난 유 후보는 달변가였다. 만남이 강의처럼 변했다. 기습 질문에도 주춤해하는 기색이 없었다. “현장교육전문가 유홍렬이 전북교육을 꼭 올려놓겠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학창 시절

 

3남2녀의 장남으로 태어난 유홍렬의 집안은 ‘하루에 나무를 석 짐씩 해야 밥을 얻어먹는 형편’이었고, ‘가난은 숙명이자 운명’이었다. “밥은 굶어도 책은 읽어야 한다는 물색 모르는 선비 집안이었기에 크면 꼭 선생이 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것도 이런 인연에서 나왔다.

 

공부 잘하는 그를 위해 동네 어른들이 중학교 수업료를 모아줬다. 수업시간에 읽은 ‘상록수’(심훈)의 주인공 심재영이 역할 모델이 됐다. 가까스로 김제농업고에 진학한 뒤 김제향교에서 ‘농민학원’이라는 간판을 걸고 야학을 꾸렸다. 3년 남짓 1000여 명의 중·고생들이 이곳을 거쳐갔다. 입소문이 나자 벽성중 설립자 곽용훈씨가 찾아왔다. “이 아이들을 데리고 우리 학교에서 수업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야학 학생들의 수업료 면제를 조건으로 교사가 됐다.

 

하지만 최종 고교 졸업장은 정읍 태인고에서 받았다. 동급생들의 시기와 질투로 농업고를 박차고 나와야 했기 때문이다. 장갑공장에서 일하던 그에게 고교 진학을 권한 김진영 태인고 교장은 또 다른 은사(恩師)였다.

 

△교직 생활

 

유 후보는 불과 열아홉살에 문교부가 실시하는 교원자격고시를 합격했다. 똑똑한 그를 눈독 들이는 학교는 많았다. 패기 넘치는 그는 서울로 향했다.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만, 그 당시에는 선생하면서 학원 수업·고액 족집게 과외도 했습니다. 그렇게 열성을 다해 아이들을 가르치면 성적이 확 올랐으니까요. 독일어만 빼고 안 가르친 게 없었죠.”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그는 스타 강사가 됐다. “내게 배운 이들 중에는 정계·재계에서 대단한 인물이 여럿 된다”고 했다. 그러던 중 임실의 재력가 엄병서씨로부터 고액학원 판권을 넘겨받았다.

 

“서울 광화문에 있던 구세군 빌딩에서 학원을 차렸습니다. 그 시절 자동 냉난방이 되는 최고급 시설을 자랑했습니다. 구체적 액수는 밝힐 순 없지만 상당한 재력을 모았습니다.”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1971년 설인수 전(前) 전북 교육감이 찾아왔다. 고사 직전에 놓인 벽성중·상업고 교장을 맡아달라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벽성중·상업고를 전신으로 덕암중·고, 덕암정보고 재설립이 이뤄졌다.

 

“우리 학교의 학급 수를 다 합치면 66개나 됩니다. 전북지역 사학 쪽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입니다. 돈이 없어서 제대로 못 배운 한을 (나는) 이렇게 풀었습니다.” 그의 고백은 담담했다.

 

△교육 현장

 

그가 거친 학교 간판은 여럿이다. 단국대(사학과), 고려대 석사(교육행정), 중앙대 석사(사회교육전공), 전북대 석사(인사관리)와 박사(교육학) 등으로 교육 이력이 꽉 메워진다. 그래서 “평생동안 공부하고 가르쳐온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전주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교육행정학), 전북교육위 위원(3~4대)·의장(3대), 전국교육의정회장, 전주지법 청소년보호자회장, 지역아동센터 전북운영위원장까지 교육현장을 누빈 이력 역시 화려하다.

 

일각에서는 이런 그를 두고 ‘사교육으로 번 돈으로 공교육에 헌신하는 게 아니라 명예를 사겠다는 얄팍한 계산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그는 이렇게 반박했다.

 

“건전한 사학이 많이 생긴다고 해서 공교육이 무너지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선의의 경쟁이 서로를 발전하는 계기가 되지요. 오히려 우리 재단이 교육계의 지역 불평등을 해결하는 단초를 마련했다고 봅니다.”

 

정부의 사학 규제 방침에 대해서도 반기를 들었다. 그는 “정부의 제재는 간섭 정도가 아니라 사학 인사회를 장악하겠다는 것으로 비춰질 때가 많다”면서 “인사권, 재정운영권에 관해 자율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 철학

 

유 후보는 “우리 교육이 미국 교육에서 따온 것이 많다”면서 “존 듀이의 ‘민주주의와 교육’을 다섯 번 읽었고, 우리 교육의 고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을 포함한 북유럽 교육에서 강조된 지역사회 교육론을 강조했다.

 

지난 2월 전북대 박사과정에서 ‘농산어촌학교의 평생학습 개선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논문을 쓰기도 한 유 후보는 “전북은 도시와 농산어촌의 교육 격차가 심각하다”면서 “지역사회가 그 지역의 학교를 껴안아 인력·예산 투자를 통해 평생학습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북지역 교원들의 어깨가 축 처져 있다”면서 깊은 고민을 던졌다. “덴마크의 경우 교사들이 초등학교 5학년만 돼도 진로·적성을 판단해서 가정에 알려줍니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요. 교사들을 전문가 집단으로 인정해준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그런가요?”

 

수월성 교육 일환인 수준별 이동수업·야간자율학습 운영 등에 찬성하는 그는 “이는 서열화 교육과 상관없다”며 선을 그었다. 학생들의 실력에 맞는 맞춤형 수업을 제공하고, 밤낮없이 열성을 다해 지도하겠다는 의지라고 했다. 자신의 에세이 제목이기도 한 ‘세상이 사람을 만들고 사람이 세상을 만든다’는 좌우명을 강조한 그는 “능력 있는 인재 배출을 통해 전북 교육의 자존심을 되찾을 적임자가 되겠다”고 자신했다.

 

● 유홍렬 후보의 약속

 

- 학생생활환경 파악 참된 인성교육 실현

보수냐, 중도냐.

 

진영의 색깔을 묻는 기자들에게 유홍렬 후보는 “중도”라고 답변했다. “수월성 교육과 평준화 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유 후보의 5대 공약은 △학력 신장 △인성교육 △진로적성교육 △교육복지 실현 △지역사회학교 건설로 요약된다.

 

학력 신장을 위해 수월성 교육에도 무게를 두면서도 진보 진영이 요구하는 진로적성교육과 무상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공약은 인성교육 일환으로 제시한 ‘학생 생활환경 파악 이력제’다. 교사가 학생의 가정환경·성장과정·준거집단 파악 등을 통해 인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유 후보는 또 지역사회학교의 건설도 강조했다. ‘누구든 언제 어디서나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는 평생교육사회가 돼야 한다’는 것. 이는 농산어촌의 소규모 학교 지키기와도 연계된다고 덧붙였다. 유 후보는 “각 대학에서 운영 중인 평생교육기관과 각 시·군에 있는 평생학습지원센터가 놀이 중심 운영에 치우쳐 있다”면서 “인적·물적 지원을 통한 지역사회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이 급선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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