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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때리기

▲ 정성록 남원 서진여고 교사
“멍때리다” 는 아무 생각 없이 멍한 상태를 의미하는 속어다. 요즘 이 ‘멍때리다’ 라는 단어를 가끔씩 듣는다. 얼마 전 퇴직한 친구한테 문자가 왔다. “집에서 멍때리면서 지낸다” 는 메시지였다.

 

그 말을 곰곰이 생각해 봤다. 퇴직하여 시간적 여유가 많이 유유자적하면서 아주 편안하게 지낸다 는 의미라고 생각했지만 다른 이면은 퇴직 하니 수입은 줄고 지출은 더 많아져 가족과의 갈등이 생기며 아들 딸들 장가, 시집 보낼 나이가 되니 이를 생각하면 힘들고, 사회에 나와 보니 복잡한 것들이 너무 많아 그저 아무 생각과 대책 없이 지낸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작년에 서울에서 멍때리기 대회가 열려 초등학교 다니는 여자 어린이가 우승했다는 신문기사를 접했다. 3시간 동안 아무 생각 없는 가운데 낮은 심박수를 유지하면서 가장 평정한 마음의 상태를 보인 사람을 우승자로 뽑았다 한다. 우승한 아이는 학원에서 늘 멍한 상태에서 지내는 것을 본 선생님의 추천으로 참가했다고 한다. 중국 상해에서도 이 대회가 열렸는데 여기선 유치원 교사가 우승했다고 한다. 평소 유치원 아동이 멍때리는 것을 많이 봐 왔기 때문에 거기서 영감을 얻어 참가하여 우승했다고 한다. 이런 대회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것 같다.

 

현대인의 뇌를 쉬게 해 주자는 의도로 시작된 이 대회의 취지는 자못 수긍이 간다. 얼마나 복잡한 현대 생활이기에 이런 대회가 생겨났을까?

 

평소에 뇌를 쉬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적고 또 뇌를 쉬게 하면 도태되는 사회에서 살기에 대회에 참가하는 동안이라도 뇌를 쉬게 해 주려는 의도는 처량하기까지 하다.

 

학교에서 생활하다 보면 이런 멍때리기 하고 있는 학생들을 자주 대한다. 학습에 대한 부담감과 진로의 불투명성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회의라고 생각된다. 가정과 학교에서 요구하는 사항은 많고 행동과 맘은 따라 가지 못하니 그저 멍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이런 멍때리를 하고 있는 학생들은 과연 심장 박동수가 안정되어 있을까? 자신을 성찰하면서 미래를 설계하는 희망의 기회를 갖기 위해 멍때리기하면 얼마나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학교에서 늦게 까지 수업하고 또한 학원에 가서 보충학습하면서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거의 늦은 시간이니 언제나 자신을 돌볼 기회는 없는 것이다. 학습할 진도양은 계속해서 늘고 비교과영역활동에도 다양한 모습으로 적극 참여해서 자신만의 독특한 내세울 거리를 만들어야 생활기록부에 겨우 몇 줄 올릴 수 있으니 도저히 자신을 성찰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이다.

 

요즘 대학입시에서는 학교성적은 물론 다른 다양한 활동 사항을 요구하는 실정이니 대학진학을 위해선 어려서부터 준비해야 한다.

 

그러니 자신의 한계에 과부화가 걸려 집중해야 할 시간이나 기회에 멍때리기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 차라리 가정이나 학교에서 멍때리기 시간을 만들어 보면 어떻까? 하루 중 잠깐 이라도 모든 것을 멈추고 오직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그야말로 멍때리기 아닌 성찰의 시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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