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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파울로 코엘료] 무언가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준다

신은 우리에게 운명이 바뀌는 순간을 선물한다 / 그 순간에 내린 결정으로 당신의 운명이 바뀔 것이다

영화 <파울로 코엘료> 는 브라질이 나은 불세출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삶을 그렸다. 영화보다 더 영화처럼 살았다는 그의 이야기는《순례자》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는《연금술사》가 나온 1980년대 후반에 이미 우리에게 알려졌다. 1947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중산층 가톨릭 집안 출신이다. 어린 시절부터 작가를 꿈꿨으나 부모의 반대로 불우한 청소년기를 보냈고, 아버지와의 불화로 편집증과 정신분열증을 보여 정신병원 신세를 졌다. 히피 문화에 심취하여 록 밴드로 활동하다가 잡지사를 창간하기도 했다. 극작가, 연극 연출가, 기자로 전업하기도 했지만 오래가지 못했고, 그런 중에도 작가의 꿈은 계속 키워나갔다. 이런 등등. 유독 우리나라에 애독자가 많다는데 영화를 통해 그 이유를 찾아보자.

 

영화는 그의 삶을 현장감 있게 조명하기 위해 네러티브의 시간과 공간의 재구성에 심혈을 기울인다. 현재 시점에 과거(청소년기와 40대 초반)를 불러들여 한 자리에 배치하는 기법을 쓴다. 그러니까 대표작 연금술사 출간 25주년(2013년 기준 그의 나이 66세)이 되는 시점에 그의 생에서 중요한 세 단계 삶을 한곳에 모아놓는 것이다. “성공이란 그것으로 무엇을 할지 아는 것이다.” 라고 말하는 그의 진짜 모습을 살피는 것과 상처투성이인 내면에서 어쩌면 그렇게 주옥같은 글이 펑펑 솟아나올 수 있는지. 근원을 찾는 것 또한 관심사다.

 

포스터에 노란색 화살표가 횡으로 그어져 있다. 영화가 시작되면 노란 화살표는 굵기가 작아지면서 종·횡으로 모였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현란한 음악과 함께 17세 반항아가 연극을 하고 노래를 한다. 40대 작가 지망생은 영적체험이나 신비주의에 몰입한 결과 환상 속에서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남자의 조언에 따라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순례를 떠난다. 이는 우리도 잘 아는 순례길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말함이다. 화살표의 의미가 길라잡이란 사실을 알게 되는 대목이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작가 지망생 코엘류만 이 길을 가는 게 아니고 이미 세계적인 작가가 된 장년의 코엘료도 다시금 이 길을 걷는다는 사실이다.

 

“여행도 못 가고, 영화도 못 보고, 부탁한 타자기도 안 사주고….” 17세 반항아는 아버지를 향해 이렇게 원망한다. “꿈에는 대가가 따르지. 외교관, 기자, 공무원 좋은 직업이 얼마나 많은데 평생 글만 쓰는 사람은 없어.” 라며 아버지는 통금을 명령한다. 23:00 시 이전에는 반드시 귀가하라고. 아버지가 평생소원인 집을 건사하게 짓고 행복해하는 때 반항아는 통금시간을 어긴다. 대문이 굳게 잠겨있자 그는 현관 유리를 박살을 내고 유유히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근다. 아버지를 향해 ‘자본주의자’, ‘돈벌레’ 라며 손가락질을 한다.

 

음악가로 활동하던 시절에 말한 꿈이 평생의 목표가 된다. “지루함을 없앨 거예요. 세상의 모든 지루함을요.” 40대 초반에 길을 떠난 순례자는 예상치 못한 시련 앞에서 갈등했으리라. “나쁜 생각이 머리를 스치면 엄지손톱 위 살을 세게 눌러라. 사무치게 아플 때까지. 통증을 느껴라. 그러면 정신적 고통이 육체적 고통으로 바뀔 것이다. 나쁜 생각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 눌러라…….” 연금술사에 나오는 “결국 이 세상은 하나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나서서 원하는 것을 얻도록 도와줄 것이다.”라는 명구는 이렇게 짓이겨 물러터진 상처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려니.

 

아버지가 타자기를 사준다. 어깨춤을 추며 타자를 하는 코엘료. 엄마는 옆방에서 피아노를 친다. 아버지는 집 짓는 현장에서 삽질과 못질을 한다. 한 집안에서 울려 퍼지는 이 소리가 동시에 화음을 이룬다. 집안의 조화는 이렇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중년이 된 아들 앞에서 아버지는 담담하게 말한다. “미안했다. 네가 자랑스럽다. 네가 집을 짓다니.” 그러자 아들은 “내 방식대로요.”라고 받아 넘긴다.

 

연금술사는 처음 찾아간 출판사에서 거절당한다. 집으로 돌아온 코엘료는 원고를 방바닥에 뿌려놓고 절규한다. 이때 계시처럼 들리는 소리가 있다. “번민하고 있을 때 가만히 주변을 둘러보라. 순간을 포착하라. 신은 우리에게 운명이 바뀌는 순간을 선물한다. 그 순간에 내린 결정으로 당신의 운명이 바뀔 것이다.” 코엘료가 한 장 한 장 원고를 줍는다. 연금술사는 1988년 5월에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되고 지금까지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쓴 소설 30권은 80개국 언어로 번역되었고 25년간 1억 6500권이 판매되었다. 번역 출간 건수로는 셰익스피어를 능가한다.

 

지금 그에게 묻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의 성공으로 무엇을 했습니까? 많은 사람의 지루함을 없앴다고 생각하십니까?” 답변 대신 그는 이 말을 또 할 것 같다. “저기 사람들 보이지? 그들은 그저 숨만 쉴 뿐이야. 난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

 

오기(傲氣)와 근기(根器)가 그리고 영적신비와 순례에의 몰입이 그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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