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협의 마무리 안 됐는데 돌연 보도…'아베 총리 지시 여러 번' 부각 / '일본, 위안부문제에 적극적' 인상심기…재론 차단·소녀상 설치중단 노릴 듯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법을 논의할 외교장관 회담을 앞두고 기선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우선 외교장관 회담 개최가 양국 사이에 완전히 조율되기 전에 일본 측에서 먼저 공개된 배경이 주목된다.
통상 외교장관 회담을 하는 경우 양측이 일정과 의제 등을 협의하고 나서 거의 동시에 발표하는 것이 관례인데 이번 회담은 이런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에 일본 언론을 통해 추진 사실이 알려졌다.
간혹 일부 언론사가 외교장관 회담이 추진되는 사실을 먼저 포착하는 경우 '외교장관 회담을 열려고 양국 정부가 조율 중'이라는 취지로 앞서 보도를 하기도 한다. 24일 일본 언론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목표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에게 한국 방문을 지시했다'는 내용으로 한일 외교장관 회담 추진 사실을 보도했다.
양국 정부의 협의에 따라 열리는 외교장관 회담임에도 아베 총리의 의지를 강조하는 극히 이례적인 시각에서 보도한 것이다.
당시 상황을 돌이켜보면 여기에는 일본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언론이 공개한 아베총리의 하루 일과와 대조해보면 아베 총리는 24일 오후 4시57분부터 5시47분까지 기시다 외무상을 총리관저에서 면담하며 이런 방한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이 끝난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NHK가 오후 5시51분 '방한 지시'를 보도했다. 이후 다른 일본 언론도 비슷한 내용을 유사한 시각에서 줄줄이 보도했고 이는 한국 언론에도 인용됐다.
특히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아베 총리가 기시다 외무상과 만나 "내가 책임을 진다"는 발언을 했다고까지 보도했다.
결과적으로 아베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식의 프레임이 형성됐다.
적극적인 취재의 결과인지 의도적인 흘리기인지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일본 정부로서도 나쁠 것이 없는 상황이 펼쳐진 셈이다.
기시다 외무상은 25일 기자들과 만나 "올해 11월 정상회담 이후 여러 번 지시를 받아왔다.
그것을 토대로 외교 당국으로서 여러 수준에서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에게 어떤 지시를 받았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지시가 여러 번 있었다고 질문 취지와 조금 다른 답변을 한 것이다.
이 역시 아베 총리가 이 문제를 매우 신경을 쓴다는 점을 강조하는 방편으로 해석된다.
일련의 움직임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일본이 일본군 위안부 등 역사 문제의 해결을 위해 성의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구체적인 해결책을 놓고 양국이 줄다리기하는 상황 등을 고려해 한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포석으로도 볼 수 있다.
일본 언론의 보도에 비춰보면 한국이 다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지 않도록 하고, 각지의 위안부 소녀상 설치를 중단시키는 것이 일본 측의 주요 목표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정부 내에서는 구체적인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외교장관 회담 구상이 일본 언론을 통해 먼저 흘러나온 것에 당혹스럽다는 반응과 상대를 배려하지 않은 '언론 플레이'이므로 강력하게 항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 정부 측은 보도 직후 일본 외무성에 이에 관한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중요성 등을 고려해 외교장관 회담을 예정대로 추진하는 등 정공법을 택하겠다는 방침이다.
윤병세 한국 외교부 장관은 28일 서울에서 예정된 회담에서 피해자가 수용할 수있는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기시다 외무상과 담판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피해자가 납득할 만한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교장관 회담을 하는 것에 관해 "그간 협의를 해온 일이다.
대단히 좋은 일이며 피할 이유가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만약 일본 정부 측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구도를 조성하려고 고의로 정보를 흘렸다면 이는 신사적이지 못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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