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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 출간한 월주 스님 "수행으로 얻은 깨달음 세간에서 실천해야"

▲ 월주 스님이 지난 5일 금산사 만월당에서 최근 펴낸 회고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안봉주 기자
故 김수환 추기경, 강원용 목사와 함께 ‘종교지도자 삼총사’로 불렸던 월주 스님. 1990년대 말부터 사회와 호흡하는 종교의 모습을 보여준 이들은 ‘실천하는 수행자’의 모델이었다.

 

김제 금산사와 서울 영화사 조실(祖室, 사찰의 큰 어른)인 송월주(81) 스님이 최근 80여년 인생과 60여년 수행자의 길을 정리하는 회고록과 법문집 등을 잇따라 펴냈다. 회고록과 법문집의 제목은 <토끼뿔 거북털> (조계종출판사)과 <세간과 출세간이 둘이 아니다> (민족사). 스님의 철학이자 화두인 ‘귀일심원 요익중생(歸一心源 饒益衆生, 마음의 근본을 깨닫고 일체중생을 이롭게 하라)’과 맥을 같이한다.

 

“수행으로 얻은 깨달음의 실천”을 강조하는 스님은 조계종 총무원장을 두 차례 지내면서 종단정화와 통합·개혁을 이끌었고, 나눔활동에도 적극 참여하며 종교가 나아갈 길을 몸소 보여줬다.

 

- 회고록과 함께 법문집, 사진집을 출간하셨습니다.

 

“부처님은 기록을 직접 남기지 않으셨지만 우리가 가르침을 아는 것은 기록이 있기 때문입니다. 주위의 강권으로 책을 내게 됐는데, 여러이 함께 일궈낸 일입니다. 부모님과 함께 지낸 학업기로부터 1954년 출가이후 60여년 수행기까지 모두 기록했어요.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내용도 있습니다. 대학에 입학했다가 그만둔 이야기도 처음 털어놓았습니다. 여러해 준비했지만 내놓고 보니 미진한 부분도 있습니다.”

 

- 회고록 제목 〈토끼뿔 거북털〉이 눈길을 끕니다. 어떤 의미입니까.

 

“오래전 한 스님의 서화전시회에서 만난 구절입니다. ‘불법재세간 불리세간각 이세멱보리 흡여구토각(佛法在世間 不離世間覺 離世覓菩提 恰如求兎角)’. 혜능대사의 가르침인데, 불법은 세간에 있는데 세상을 떠나 깨달음을 찾는 것은 토끼에게서 뿔을 구하는 것처럼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세간 속에서 불법을 구하고, 깨닫고, 진리를 전하고, 바르게 생활하고, 고통을 덜며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실천없는 수행은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과 같습니다.”

 

- 스님의 행적을 보여주는 말씀 같습니다.

 

“총무원장으로 취임했던 1980년, 신군부에 의한 10·27 법란이후 미국에서 지내다 유럽과 동남아지역을 돌아봤습니다. 충격을 받았지요. 당시 한국불교는 기도와 수행, 가람수호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는 교육과 복지분야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자. 심지어 수행을 중시하는 동남아지역도 복지사업이 활발했습니다. 돌아와 사찰밖으로 눈을 돌렸죠. 다른 종교와 연대한 사회운동과 공동체 나눔활동을 벌였습니다. 1990년대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나눔의 집을 세웠고, 2000년대 들어서는 지구촌공생회를 만들어 빈곤국가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종단개혁에서 사회운동, 지구촌운동으로 관심사가 확장해간 셈입니다. 특히 종단 차원에서의 사회복지사업은 현재 활성화됐는데, 불교계가 설립한 복지법인과 시설이 300여개 1000여곳을 웃돕니다. 교육시설도 400여곳에 달해요. 저는 주춧돌만 놓은 셈입니다.”

 

- 스님은 책에서 오도송(悟道頌, 깨달은 뒤 내놓는 게송)과 임종게(臨終偈, 입적 전 내놓는 게송) 남발을 비판하셨는데요.

 

“수행과 행적이 훌륭하지 못한데도 오도송과 임종게를 내놓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치열하게 수행해야 하고, 훌륭하게 살아야 합니다. 평가는 행적대로 받아야 하고요. 오래전 청담스님이 입적했을 때 주위에서 임종게를 내자고 했어요. 내가 청담 스님 살아오신 것 자체가 임종게인데 별도의 임종게가 왜 필요하냐며 내지 않았습니다. 나도 내 모습 이대로 평가받고 싶습니다. 제 인생은 지금도 진행중입니다. 종교계가 개혁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입니다.”

 

- 종교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모든 종교는 치열하게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합니다. 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신뢰를 잃고 국민으로부터 비판받습니다. 김수환 추기경과 강원용 목사님과 20여년 교류했습니다. 국가와 사회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협력했지요. 일본책에서 본 내용인데, 배고픈 이에게는 밥을 주고 병든 이에게는 약을 줘야 합니다. 근원부터 해결하고 난 후 법을 이야기해야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한국불교는 수행과 함께 세상을 이끌어가는 역할이 부족합니다. 더 노력해야합니다.”

 

- 스님의 인생을 되돌아보신다면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사람은 주어진 역할이 모두 다릅니다. 재능에 맞춰 처신해야 합니다. 제 인생은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입니다. 지구촌공생회 활동을 계속 이끌어갈 계획입니다. 산중에 머물기보다는 대중과 함께 살고 싶습니다. 더불어 함께 돕고 울타리가 되고 싶은 것이지요. 지구촌에 식수난을 겪는 이들이 16억명입니다. 지구촌공생회에서 2003개의 우물을 팠는데, 턱없이 부족합니다. 예전에는 여든까지 활동하겠다고 했는데, 지금 건강상태로 보면 미수(米壽)까지는 이대로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때도 건강이 허락한다면 계속 다듬고 가꿔가야 하겠죠.”

 

● 월주 스님이 펴낸 책은 60여년 수행 발자취·가르침 오롯이 담아

 

월주 스님이 펴낸 책은 회고록 〈토끼뿔 거북털〉과 법문집 〈세간과 출세간이 둘이 아니다〉, 사진집 〈太空〉(조계종판사) 등 3권. 금산사 주지 성우스님은 “월주스님의 사상과 행적을 정리, 후학들이 따르기 위해 회고록 출간을 권했다”고 밝혔다. 월주 스님의 60여년 수행 행적과 가르침이 3권의 책에 정리된 것이다.

 

회고록은 스님의 어린 시절부터 출가 이후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내고, 국제개발협력 NGO인 지구촌공생회 이사장을 맡아 나눔 활동을 벌이는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활동을 담고 있다.

 

현대불교 종단사를 살필때 월주 스님 이전과 이후로 나눠야 한다고 할 만큼 스님은 종단개혁에 앞장섰다. 1980년과 1994년 두차례 총무원장을 맡아 정법 종단 구현과 운영 민주화 등을 목표로 추진한 개혁활동이 세세하게 정리됐다. 종단내에 사회복지재단을 만들고, 나눔의 집 활동과 지구촌공생회로 이어내기까지의 깨달음의 사회화 활동도 담고 있다. 법정스님과 청담스님 등 스님이 종단에서 맺은 인연과 역대 대통령과 종교인 등 사회 지도자에 대한 평가도 남겼다.

 

법문집은 법회와 행사 등에서 스님이 전한 법문과, 축사·언론 인터뷰 등에서 스님의 사상과 가르침이 드러난 내용만 가려 정리한 것이다. “밥이 필요한 사람에겐 밥을, 약이 필요한 사람에겐 약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 스님이 강조하는 자비행·실천행의 방법. 50여편의 법문과 인터뷰에서 스님은 깨달음의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집은 스님의 학창시절부터 출가와 수행, 총무원장으로서 종단을 이끈 과정을 거쳐 지구촌 곳곳을 누비는 현재에 이르기까지를 기록하고 있다.

 

한편 스님은 현재 금산사와 영화사 조실, (사)지구촌공생회 이사장, (재)함께 일하는 재단 이사장,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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