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03 11:59 (화)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사설
일반기사

닥나무 생산기반 없이 한지 세계화는 공염불이다

전주한지가 세계적 박물관인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소장 문화재 복원에 사용된 것이 최근 화제가 됐다. 루브르박물관 1개 소장품의 한 부분에 사용된 것이기는 하지만 한지의 국제적 공신력을 갖게 했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전주시가 그간 전주한지의 세계화를 위한 노력이 일정 부분 성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가장 기본적인 한지 원료인 닥나무 생산기반이 없어 전주한지의 세계화 실현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전주시가 닥나무 생산기반을 갖추는 데 그간 공을 들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전주시는 지난 2009년과 2010년 용복동과 상림동 일대 시유지 4만1200여㎡ 부지를 닥나무 재배 특구로 지정하고 상림동에 1만2000여주의 닥나무를 심었다. 그러나 상림동 단지는 전주대 학생들의 실습장소로만 쓰였을 뿐 제품용 닥을 생산하지 못했다. 용복동 단지는 아애 닥나무 식재조차 안해 현재는 소나무와 잡목만 우거져 있다. 전주시는 2005년과 2006년에도 진안 등지에 10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닥나무 단지를 조성했으나 수확량이 전무했다.

 

전주시의 닥나무 생산정책이 이렇게 실패한 데는 전시성 행정 탓이 크다. 전문가들은 상림동 단지의 경우 저수지 인근에 조성돼 배수상태가 좋지 않아 닥나무를 키우기에 생육환경이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닥나무 재배에 적합한 환경인지 적정성 검토도 없었고, 닥나무 식재 후 사후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사실상 방치됐단다. 수입산 대신 닥나무를 직접 조달해서 고품질의 한지를 만들겠다는 의욕만 앞세운 채 허송세월을 하며 예산만 허비한 셈이다.

 

전통한지의 생산체계가 붕괴된 상황에서 한지의 세계화는 공염불일 뿐이다. 전주시가 뒤늦게 ‘전주 전통한지 원류 복원사업’프로젝트를 통해 문제점을 점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전주시는 올 초 전통한지의 명맥을 이어온 한지 장인 4명을 전주한지장으로 지정한 것도 전통기술을 보존·발전시키기 위함일 게다. 완산구 서서학동 흑석골 일대 3000㎡ 부지에 전통한지 제조시설과 체험·전시·판매·역사관 등을 갖춘 한지 테마시설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기초적인 닥나무 생산기반 확충은 여전히 숙제다. 전주시는 현재의 닥나무재배단지 특구가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특구를 해제하는 대신 개별 농가육성 쪽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이다. 이번에는 철저한 검증과 준비를 거쳐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email protected]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