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의 가장 큰 특징과 업적은 지방분권이라고 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한지 1년도 안돼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지방분권특별법’ 등 소위 지방분권 3대 특별법을 제정했다. 노무현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 결과 오늘날의 혁신도시가 건설됐고, 특별행정기관들이 지방으로 이전했다.
그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이러한 정책이 거꾸로 갔다. 9년 동안 수도권 규제완화가 계속해서 이뤄지면서 지방으로 내려가려던 기업들이 다시 수도권으로 몰려들었다. 지방분권이나 균형발전이라는 개념 자체가 실종됐고, 지방의 살림은 갈수록 피폐해졌다. 지역간 불균형으로 국가 전체적으로도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승계자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에 각 지역이 다시금 관심을 갖는 이유다. 사실 문 대통령은 평소에도 연방제에 준하는 분권국가를 만들겠다고 약속할만큼 지방분권에 대한 소신과 철학이 있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단이 지난 1일 국정기획위원회 김진표 위원장, 장하성·김태년 부위원장 등과 간담회를 갖고 지방분권 강화 공약의 빠른 추진을 건의한 것도 이같은 상황을 반영한 시의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시도지사협의회 최문순 회장이 국정기획위원회에 제출한 건의사항은 △헌법 전문에 지방분권 국가임을 천명하는 등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 △지방정부의 국정 참여와 협력강화를 위한 제2국무회의 신설 △지방소비세 및 지방소득세를 증대와 혁신적인 지방세제 개편방안 마련(지방교부세 법정률 인상, 불합리한 국고보조사업 개편) △자치입법권 및 자치조직권 확대 등이다.
어느 하나 빠뜨릴 수 없이 중요하고 시급한 사안들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형편은 상상 이상으로 열악하다. 그런데도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에 대해 갈수록 더 많은 부담과 희생을 요구해왔다. 지방정부와 수평적으로 소통하려고 하지도 않고, 수직적으로 지시하면서 통제하려고만 해왔다.
이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으니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믿고 기대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도 임기는 있다. 5년 뒤, 10년 뒤에 어떠한 정부가 들어설지는 알 수 없다. 지방분권에 대한 소신을 갖고 정책을 일관성있게 추진하는 정부를 기대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처럼 엉뚱한 길을 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래서 헌법 전문에 지방분권 국가임을 천명하는 등의 지방분권형 헌법개정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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