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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일자리 '시장형' 사업] 노년 복지 해법은 질 좋은 일자리 확대

고령층 60% 취업 원하지만 민간 사업단 상당수 저임금 / 고령자친화기업 전북 10곳…각각 60세 이상 10여명 고용 / 기업 대상 인력조사 등 통해 질적 변화 맞춘 정책 설정을

노인이 되면 흔히 4고(苦)에 시달린다고 한다. 빈곤과 질병, 무위, 고독이 그것이다. 이런 4가지 고통의 해법은 무엇일까. 단연 일자리가 아닐까 한다. 일을 하게 되면 돈을 벌고, 생활에 활력이 생겨 질병과 고독도 자연스럽게 물리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곧 일자리가 노인복지의 핵심이다. 하지만 노인일자리 문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양질의 일자리 마련은 더욱 그러하다.

 

△괜찮은 일자리는 6.4%, 3만개 그쳐

 

2017년 정부가 예상한 우리나라 노인일자리는 46만7000개(추경 3만개 포함)다. 이 중 정부에서 직접 예산을 투입해 만드는 공익형(재능나눔 포함)이 38만2000개로 81.8%를 차지한다. 공익형은 65세 이상 기초연금수급자가 대상이다. 나머지 8만5000개가 시장형, 즉 민간일자리다. 이 가운데 5만5000개의 시장형사업단은 월평균 임금이 30만원 안팎에 불과해 양질의 일자리라 보기 어렵다. 결국 그나마 괜찮은(?) 일자리는 6.4%인 3만개에 불과하다.

 

2017년 8월말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725만 명으로 전체의 14%에 이른다. 통계청의 ‘2016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고령층(55∼79세) 인구 중 61.2%가 일하기를 원하며, 취업을 원하는 이유는 ‘생활비 보탬’이 58.0%에 달했다. 이를 대충 대입해 봐도 노인 400만 명 이상이 일자리를 원하고 있어, 노인일자리가 얼마나 부족한가를 알 수 있다.

 

그러면 시장형 일자리는 어떤 것이 있으며 실태는 어떠한지 살펴보자. 보건복지부가 주관하고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대행하는 노인일자리사업은 크게 취업과 창업으로 나뉜다. 취업활동에는 인력파견형과 시니어인턴십, 창업활동에는 시장형사업단(공동작업형, 제조판매형)과 고령자친화기업 등이 있다. 또 고용노동부 사업으로 중장년취업성공패키지가 지난해 11월부터 64세에서 69세로 확대됐다.

 

인력파견형은 수요처의 요구에 의해 일자리를 연계시켜 주는 사업으로 60세 이상이 구직신청서를 작성해 전국 116개(전북 9개) 일자리수행기관에 제출하면 된다. 직종은 관리사무, 공공·전문직, 서비스업, 판매, 농림어업, 기능원, 단순노무직 등 다양하다.

 

‘2016 노인일자리 통계 동향’에 따르면 2016년의 경우 1만2557명이 참여했으며 평균 참여기간은 4.7개월, 월평균 임금은 101만8000원이었다.

 

시니어인턴십은 업체에서 60세 이상을 고용하면 매달 45만원씩, 최대 6개월 270만원까지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이 사업을 통해 6730명이 취업했으며 계속고용률이 66.8%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전북은 5개 수행기관(전국 113개)에서 566명을 취업시켰다. 월평균 임금은 2015년의 경우 87만3000원이었다.

 

△고령자친화기업, 월급 93만원 평균 5개월 근무

▲ 전주효자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한옥마을 주막‘천년누리봄’.

직접 일자리를 만들어 고용하는 고령자친화기업은 3억 원까지 지원해주는 사업. 대신 60세 이상을 최소 10명(제조업)에서 20명(서비스업)까지 고용해야 한다. 2011년부터 시작해 올해까지 전국에 120개가 선정됐다. 월평균 임금은 93만8000원이며 재직기간은 5개월(155일) 가량이다.

 

전북에는 모두 11개가 선정됐으나 1개가 탈락해 현재 10개(표)가 운영되고 있다. 대다수 운영이 어려운 가운데 천년누리봄, 새참수레 등이 선전하고 있다. 도내에서 건실하게 운영되는 고령자친화기업을 소개하겠다.

 

전주시 경원동 한옥마을 부근에 위치한 ‘천년누리봄’은 전주효자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백반 및 막걸리 주막. 매니저를 제외한 종사자 11명이 60세 이상이다. 고풍스런 한옥 분위기에 노인들이 분홍빛 생활한복을 입고 조리와 서빙을 한다. 막걸리 한상에 2만원으로 SNS를 통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점심에는 백반과 비빔밥 도가니탕 등을 저렴하게 제공한다. 최근에는 사회적 기업 천년누리 전주제과의 ‘비빔빵’이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전주의 명물 비빔밥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비빔빵은 SK이노베이션의 사회공헌 지원사업에 선정됐으며, 지난 7월 tvN의 ‘알뜰신잡’에 소개되기도 했다.

 

완주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새참수레’는 60세 이상 13명이 근무하는 뷔페 농가 레스토랑. 2007년부터 노인공동작업장을 운영하며 농촌지역 특색을 살려,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 20여 가지 농산물을 활용해 두부와 각종 반찬 등 식품 제조·판매사업과 도시락 배달을 시작했다. 2012년 고령자친화기업에 선정돼 새참수레 1호점(봉동점)을 냈으며 2016년에 2호점(삼례점)을 열었다.

 

조리사 오미자(68) 어르신은 “집에만 있으면 게을러지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옷 입고 출근할 곳이 있다는 게 너무나 행복하다” 면서 “가족을 먹인다는 심정으로 음식을 만든다”고 미소를 지었다.

▲ 2017년 고령자친화기업으로 선정된 (유)남원부각에서 남원시니어클럽 어르신들이 김 부각을 만들고 있다.

한편 남원시니어클럽은 지난 해 (유)크린시니어 청소사업단이 선정된데 이어 올해 (유)남원부각이 선정되는 경사를 맞았다. 60세 이상 30명으로 구성된 (유)크린시니어는 학교 등 공공기관의 청소용역을 맡고 있다. 올 말에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유)남원부각은 기존의 시장형사업단을 발전시킨 형태로 김 연근 고추 감자부각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학교급식 및 백화점 등에 납품할 계획이다. 김현성 관장은 “아무래도 어르신들이 나이가 있다 보니 생산성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연륜과 성실함으로 극복해, 한번 드신 분이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맛과 가격경쟁력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고용불안정으로 근무기간 짧고 급여 낮아

 

마지막으로 시장형의 개선점을 들어보자.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60+ 민간분야 노인일자리사업 현황과 쟁점에 관한 연구’(2016)에서 65세 이상 민간일자리는 고용불안정이 높아 근로시간이 짧고 급여가 낮은 수준이라고 진단한 뒤 “노인인구의 양적 변화 뿐 아니라 질적 변화에 발맞춰 정책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성과평가연구’(2016)를 통해 “60대 이상 인력수요 발굴을 위해 정기적인 기업 대상 인력조사와 60대 적합 직종·직무를 개발해야 한다”면서 일상생활지원서비스, ICT 기술활용, 기업 사회공헌사업 활용방안 등을 제안했다.

▲ 전주효자시니어클럽 최재훈 관장

● 전주효자시니어클럽 최재훈 관장 "고령자친화기업 수익 내려면 안정 단계까지 예산지원 필요"

 

- 시장형사업단 지원금액

 

- 오히려 공익형보다 못해

 

“노인일자리사업 중 시장형은 정착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등 어려움이 많아 성공사례를 찾기가 힘듭니다. 새 정부가 내년에 민간일자리 2만개를 확대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시니어클럽협회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는 전주 효자시니어클럽 최재훈 관장은 노인일자리 분야에서만 17년간 잔뼈가 굵었다. 전주어르신일거리마련센터, 노인복지관 일자리 담당, 시니어클럽 등을 거치며 노하우를 쌓았다.

 

최 관장은 시니어클럽이 시장형 사업량의 50% 이상을 수행하고 있는데 비해 전체적으로 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지역자활센터를 활용하는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는 것.

▲ 조상진 전주시노인취업지원센터 센터장

고령자친화기업의 경우 실제 운영해 보면 초기 예산지원만 있지 그 뒤 지원이 없고, 인건비로 쓸 수 없게 되어 있어 수익구조 만들기가 어렵다고 지적한다. 안정화 단계까지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시장형사업단의 경우는 올해 1인당 지원비가 200만원이고 내년에는 10만원 오를 예정인데 이는 공익형보다 못하다고 지적한다.

 

최 관장은 “장기적으로 민관이 협업을 통해 고령친화산업과 노인복지서비스의 융합모형을 만들고 생산적 일자리 창출을 통해 노인들의 삶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상진 전주시노인취업지원센터 센터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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