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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여성보호쉼터] 가정폭력 당한 이주여성과 자녀, 제대로 보호 못받는다

가해 남편, 자살 기도하며 협박경찰·지자체 등 기관 대처 미흡 / 쉼터시설 관계자 신변도 위협 / 관련 법률 제정 등 대책 시급

▲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종사자들이 가정폭력 예방교육을 받고 있다.

“나 자살할거야. 내 아이 데려와”

 

결혼이주여성 A씨와 혼인한 한국인 남성 B씨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려서 죽겠다면서 외치는 말이다. 가정폭력으로 인해 이주여성 A씨는 이주여성보호쉼터에 자녀와 함께 보호 중이었는데, 남편 B씨는 아내 마리아씨와 자녀를 집으로 보내달라며 자살소동을 벌였다.

 

남편 B씨는 폭력을 행사한 가해자였지만 피해자 보호쉼터가 가족의 해체를 부추긴다며 관할 시청과 여성가족부에 민원을 제기하였다. 남편 B씨의 자살소동과 행정기관에 대한 민원제기로 문제가 시끄러워지자 관할 지자체는 남편 B씨가 자살을 시도하고 있으니 빨리 아이를 만나게 해주고 동영상을 찍어서 보내주라며 피해자보호쉼터에 요구했다. 또 남편이 보고 싶다 말하면 언제든지 볼 수 있게 해달라며 보호쉼터를 압박했다. 경찰도 이주여성을 집에 돌려보내라는 의견을 타 기관을 통해 우회적으로 얘기하는 등 가해자의 자살소동으로 인해 피해자 보호원칙을 뒤로 하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피해 이주여성은 해당 피해자보호쉼터에서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되었다.

 

“폭력 가해자가 자살을 무기로 피해자를 가정으로 복귀시켜 달라는 요구를 하면, 이에 대해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취약하다. 아무리 가해자라 하더라도 생명보호가 우선이기 때문에 자살을 시도를 하면 이에 대응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경찰과 행정기관의 고충은 이해할 만하다. 그런데 가해자의 자살을 무기로 하는 가정폭력 피해 당사자를 만나게 해달라는 것과 가정으로 복귀시켜달라는 요구의 수용은 또 다른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 그 사례로 2011년 경북 청도에서 베트남 이주여성이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살해되고 말았다. 이 여성은 한때 이주여성보호쉼터에서 한 달 반 동안 보호를 받았었다. 이후 아이출산을 위해 집으로 돌아갔지만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의해 목숨을 잃고 말았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률 체계에 따르면 가정폭력 가해자가 아내를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으면 죽겠다며 자살소동을 벌이는 것에 대해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취약하다. 폭력가해자가 자살시도를 하는 것은 자기생명권에 대한 자기위협이다.

 

타인의 생명에 위해를 가하는 경우에는 살인관련 죄로 처벌할 수 있지만, 자기의 생명을 스스로 해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제어할 수 있는 것이 취약하다. 경찰에서는 상황 발생 시에 전문경찰을 출동시키고 중재역할을 하며 경찰특공대를 보내는 등의 대처를 할 수 있다. 또 심리전문가를 보내서 자살 시도자에 대해 안정시키는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이를 대처할 수 있는 심리상담 전문가는 전북 경찰청에 1명만을 선임하고 있어서 사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신건강복지법에 의하면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자로서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위험이 큰 자’의 경우 3일간 응급입원을 시킬 수 있다. 상황이 매우 급박하여 자의 입원이나 보호자 동의 입원 등 다른 입원을 시킬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 누구든지 발견한 사람이 의사와 경찰관 동의를 받아 정신의료기관에 응급입원을 의뢰할 수 있다. 그러나 자살 시도자가 병원에 입원했다고 하더라도 3일 후에 전문의가 진단하여 퇴원과 계속 입원 여부를 결정해야하는데, 정신질환으로 판명되지 않는 한 계속 입원할 수는 없다. 자살시도를 했다고 해서 모두 정신질환으로 볼 수는 없다. 인격장애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의학전문가들은 가정폭력을 행하는 자들의 행위 요인을 폭력자의 인격특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진단한다. 회피적 인격장애, 의존적 인격장애, 수동-공격적 인격장애, 반사회적 인격장애, 경계선적 인격장애, 반사회적 인격장애, 충동조절장애, 자기애적 인격장애 등 다양한 인격장애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진단한다. 폭력가해자가 인격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정신질환자로 판단하여 입원시키는 인권침해 논란의 소지가 있다. 정신질환이 아닌 인격장애자의 자살 시도와 같은 극단적 행위에 대한 조치는 한계가 있다.

 

가정폭력 가해자가 자살을 하겠다면서 소동을 벌이는 것은 실제로 자살로 이어지기보다는 아내와 자녀를 보내 달라고 하는 등의 협상을 하려는 목적이 주요하다. 폭력을 가하는 가해자들은 일반적인 방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극단적 방법을 선택한다. 이러한 극단적 방법은 피해자와 더불어 보호시설 관계자들의 신변에도 위험을 가져온다. 가정폭력 가해자의 이러한 행동은 이주여성 피해자의 불안감을 증대시키고 2차-3차의 피해를 유발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정신질환이 아닌자가 여타의 자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기생명권에 대해 위해를 가하려 하거나 실제로 위해를 가할 경우에 이를 대처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는 타인의 생명에 가해를 하는 것에 대한 처벌 규정은 있지만,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고 위해하는 것에 대한 법률적 규제 장치가 없기에 이에 대한 관련 대책을 신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자기생명권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 등이 필요하다.

 

또한 가정폭력 가해자가 자살을 극단적 협상수단으로 삼아 피해자인 아내와 자녀 등을 집으로 돌려보내달라는 요구를 한다고 하더라고 경찰과 행정기관이 피해자 보호쉼터 등에 압력을 가하는 행정적 조치도 개선될 필요성이 제기된다.

 

■ 내국인 쉼터와 차별 심각

 

- 가해자 대면 금지에도 외부서 종종 상담 요구

 

“쉼터는 상담소가 아닌 피해자를 보호하는 곳입니다.”

 

이주여성을 보호하는 쉼터 관계자들의 호소이다. 쉼터는 상담기관이 아닌 피해자보호시설이다. 그런데 외부의 여러 기관에서는 이 사실을 간과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폭력가해자와의 대면상담을 요구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내국인 여성쉼터 등에서는 가정폭력 가해자와는 원칙적으로 대면상담을 진행하지 않는다. 가정폭력보호쉼터의 주된 목적은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가정폭력 행위자들이 향후 폭력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약속 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문제 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면은 자칫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국인 여성쉼터가 가해자와의 상담을 진행하지 않는데도 이주여성보호쉼터는 외부로부터 피해자와의 상담진행을 상당부분 요구받는다. 피해자 보호에 있어서도 내국인 여성과 동등한 관점 속에서 이주여성도 보호받을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주여성이 폭력을 당하면 심각한 불안과 공포감을 나타낸다. 이러한 불안 증상은 오랜 동안 지속이 되는데, 피해 이주여성은 가해자인 남편을 만나는 것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다.

 

이주여성쉼터 관계자는 피해이주여성이 남편을 만나고 싶지 않다는 강한 의사를 표명함에도 불구하고 외부에서는 부부 대면상담 등을 통해 이주여성이 빨리 가정으로 복귀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서 어려움이 많다며 안타까움을 표명했다.

 

또 쉼터 관계자들은 폭력 가해자와의 상담을 진행할 때에 신변의 위협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 이지훈 전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지금 전북지역의 이주여성보호쉼터에서는 피해자보호의 어려움과 쉼터종사자의 신변의 위협 속에서도 다문화가정의 행복을 위해 다양한 상담 및 지원활동을 통해 평화로운 가정 만들기에 힘쓰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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