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가족 정책 '무늬만 다문화'…'정당성 빈약'등 비판 외면·다문화·건강가정지원센터 강제 통합추진도 남은 의혹 / 문재인 정부, 지원센터 일률적 통합 지양…지역별 맞춤 지원책 논의중·잘못된 관행들은 바로잡고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대통령이 바뀌어서 기대를 많이 하고 있어요. 그런데 아직 변화된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지난 4월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레티흐엉 씨(가명)는 새 정부가 들어선 지금, 아직까지 큰 변화는 없지만 이후 다문화가족 정책 변화에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다문화정책 비판적 수용 미흡
새 정부는 인수위원회 없이 급박하게 정권을 교체했다. 청와대는 국가기획위원회를 출범시켜 정부 부처의 다양한 정책을 점검하고 새로운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도록 했지만, 2개월 동안 이전 정부의 정책을 분석하고 새 정부의 철학과 가치에 맞는 정책방향을 잡는데는 한계가 있다.
다문화가족 정책은 여성가족부가 소관부처이기에 국가기획위원회가 업무보고를 받고 밑그림을 제시했지만, 새 정부의 다문화가족정책은 박근혜 정부와 큰 차별성 없이 승계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전 정부에서는 ‘다양한 가족’이라는 큰 주제 아래 다문화가족을 여러 가족 중 한 형태로 보고 가족정책의 관점 속에서 다문화정책을 추진했다. 다문화 정책적 관점에서 결혼이민자와 그 가족에 대한 정책을 추진한 것이 아닌, 가족적 관점으로 추진하다보니 무늬만 다문화가족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정책의 대상만 다문화가족이었지 사실상 가족정책만 남게 되었다는 비판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전 정부에서 추진되었던 다문화가족지원센터 통합 등 다문화가족정책은 정당성과 합리적 근거가 빈약하다며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데도 이전 정부는 현장의 소리를 외면하고 일방적 정책을 추진해왔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강압적인 모습을 보이고 반대기관에 보복을 하는 일도 있었다고 현장 관계자들은 주장했다.
△외국인·다문화가족 정책 기본계획
노무현 정부시절인 2007년 7월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이 만들어졌다.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은 사실상 이민기본법의 역할을 할 정도로 다문화 이민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기초로 작용해왔다. 다문화가족지원법은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만들어졌는데, 이 법 역시 다문화가족정책을 추진하는 주요한 기초를 제공했다.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에 따라 5년마다 외국인정책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다문화가족지원법에 따라서 5년마다 한 번씩 다문화가족정책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되어 있다. 국가의 주요한 다문화 외국인정책이 이 두개의 기본계획에 의해 세부화돼 집행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외국인정책기본계획과 다문화가족정책기본계획은 다문화가족 등 이민자들에게 무척 중요한 국가계획이 되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건강가정지원센터의 통합 부당성에 대한 지적도 국가가 외국인정책기본계획과 다문화가족정책기본계획을 제대로 준수하지 못한 것에서 출발하고 있다. 외국인정책기본계획과 다문화가족정책기본계획에서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건강가정지원센터의 통합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는데, 강제적이고 일방적으로 추진되었다는 것이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 통합 추진 논란
정책은 하드웨어적 정책과 소프트웨어적 정책으로 나눠 볼 수도 있다. 소프트웨어적 정책도 중요하지만 물리적 시스템과 구조를 변화시키는 하드웨어적 정책은 더욱더 중요하다. 하드웨어가 부실하면 아무리 좋은 소프트웨어가 있다고 하더라고 가동될 수 없다. 이전 정부에서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건강가정지원센터의 물리적 통합을 강행해왔는데, 하드웨어의 구조적 큰 변화를 가져왔다.
외국인정책기본계획과 다문화가족정책기본계획에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없애는 시스템의 변화 문제를 담고 있지 않다.
박근혜 정부는 국가의 중요한 정책 기본계획도 준수하지 않은 것이다. 두 센터의 통합문제는 건강가정기본계획에만 명시돼 있다. 따라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 현장 관계자 모르게 통합을 추진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 지역 특성 맞는 정책 변화 기대
다문화가족을 지원하는 현장관계자들은 새 정부의 다문화가족 정책과 사업을 주관하는 여성가족부와 청와대 등 여러 기관과 대화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일률적 통합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역 상황에 맞는 다양한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여성가족부도 이러한 기조에 수긍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지역상황과 특성에 맞는 다문화가족지원 정책 개발 등에 대해서는 논의 중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표명했다.
다문화가족들과 이주민들은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감이 높다. 다문화가족과 이주민들이 차별 없는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다문화가족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민주적 절차와 공정함이 요구된다.
이전 정부의 잘못된 관행들이 새 정부에서도 여전히 시정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새 정부는 거시적인 다문화 이민 정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세밀한 부분까지도 체크해야 한다. 또 다문화가족과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수고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진정성 있게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
△새 정부, 다문화 공약 미흡하지만 기대감 커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민 다문화정책은 이전 정부와 어떤 차별성을 가지고 추진돼 왔는지 다문화가족 등 이민자들은 궁금해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을 보면, 사회적 차별 해소 및 약자 지원이라는 큰 주제 아래 다양한 가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다문화가족지원강화를 소주제로 해 4개의 공약을 내놓았다.
첫째 결혼이민자 정착 및 인권보호를 위한 종합 지원체계 확립, 둘째 다문화가족자녀 학습 및 정서지원을 위한 생활학습 돌봄 멘토링 사업 실시, 셋째 다문화가족 자녀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특별학급과 대안학교 지원·다문화교육에 대한 교과 개발 및 교사연수 실시, 넷째 국민 대상 다문화수용성 교육 내실화 및 확대 등이다.
문 대통령 공약에는 이주노동자들의 체류와 강제 단속에 따른 인권침해와 노동현장에서의 폭압적인 인권 차별과 열악한 주거의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공약은 찾아볼 수 없다. 국제이주배경을 지닌 이주민 중 한국인과 혼인한 다문화가족 중심에 공약이 그쳤다는 것은 인권변호사 출신의 사람의 가치를 중시하는 대통령에게 기대를 품었던 이주민들에게는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다문화가족 등 이민자들은 이전 정부에서 바랐던 기대감과는 달리 새 정부의 다문화 이민정책이 변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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