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화' 관련 주제로 강의 / 소설가 한강 등 사례 소개 / "한국철학의 사유 복원해야"
이날 강사로 나선 전호근 경희대 후마니타스 교수는 ‘타자의 사유에서 삶의 문법으로’라는 주제로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으로 강의를 시작한 전 교수는 “철학은 정의가 따로 없는, 정의할 수 없는 학문”이라며 “철학자마다 정의하는 것이 모두 다르고, 미지를 연구하는 과학과도 달리 불가지의 영역까지 사유하는 것이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서구의 시선에 의해 일방적으로 타자(他者)화된 ‘사유(인간의 이성작용)’를 지금 살아 움직이는 우리의 삶의 문법으로 복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문화든 타자화시키려는 의도로 바라보면 이상하게 보이고, 그렇게 되면 자신의 삶이 이상해져 버린다고 했다.
전 교수는 조성진 피아니스트와 소설가 한강의 이야기를 예로 들었다.
그는 “조성진의 경우 원래 연주를 잘 하는 피아니스트였고, 이전에도 연주회를 했고, 앞으로도 할 것인데, 쇼팽 콩쿠르 이후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며 “소설가 한강이 쓴 채식주의자도 기존에 잘 팔리지 않던 책이 맨부커상 수상 이후 하루에 1만 권이 넘게 팔리는 등 이것들 모두 타자화된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문적 권위에 사람들이 얼마나 취약한지 설명하기도 했다.
미시간대 교수인 호러스 마이너의 ‘나시레마(Nacirema)족 연구’ 논문에 대한 소개로 타자화의 역설을 소개했다.
전 교수는 “나시레마(Nacirema)를 거꾸로 하면 아메리칸(American)이다. 호러스 마이너가 의도적으로 가짜 논문을 발표한 것”이라며 “호러스 마이너가 말하고자 한 것은 학문적 권위에 사람들이 얼마나 취약한지 꼬집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예시들을 통해 그는 “오랜 기간 한국인 스스로에 의해, 또는 서구의 시선에 의해 일방적으로 타자화된 사유를 지금 살아 움직이는 삶의 문법으로 복원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고 “한국철학의 사유는 고립된 지역의 일시적 산물이 아닌, 수천 년 동안 장구한 사유를 이어온 동아시아 지식인들의 오래된 고민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우리의 삶을 우리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