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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해고된다는데…말이 됩니까"

전주 대규모 아파트 관리업체 변경 과정 / 경비원 34명 실직 위기, 일부 주민 반발 / 입주민대표 "고용승계 노력했지만 안돼"

▲ 29일 전주시내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들이 말없이 플래카드만 바라보고 있다. 이들은 관리업체가 바뀌며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아 이달 31일부로 34명 전원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조현욱 수습기자

“이게 말이 됩니까. 우리는 31일이면 해고된다는데, 누구 하나 앞으로 어떻게 될 거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어요.”

 

전주 시내 1200여 세대가 거주하는 대규모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경비원 34명이 집단으로 해고될 처지에 놓였다.

 

해당 아파트 관리 업체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입주자대표회의가 이들 경비원의 고용승계를 막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다. 특히 경비원들은 경비원 계약 종료와 관련해 입주민의 의견은 듣지도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입주자대표는 “고용승계는 의무는 아니지만 노력했다”는 입장이며, 해당업체도 “현재 근무하는 경비원들에게 이력서를 제출하라고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재임한 입주자대표는 입주자대표회의를 새로 구성하고, 아파트 관리업체를 계약이 만료되는 A업체에서 B업체로 바꿨다. B업체 업무 시작일은 오는 2월 1일로, A업체 소속으로 경비 업무를 맡아온 34명의 경비원은 이달 말 계약이 만료된다. 이 과정에서 고용 승계가 이뤄지지 않아 34명이 모두 실직될 위기에 처했다.

 

이들의 평균 근무 기간은 5~6년이며, 이 아파트에서 13년간 경비를 한 이도 있다.

 

해당 아파트에서 6년여 동안 근무한 경비원 임모 씨는 “지난달(12월)에 경비원을 단계적으로 감축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공고문이 붙었지만 우리 경비원들은 그것마저도 괜찮다며 믿고 기다려왔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우리 경비원 전부를 교체하는 것이었다”며 “입주민 회장은 이에 대해서 우리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업체들끼리 해결할 문제라고만 말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다른 경비원 김모 씨도 “1200여 세대가 넘는 아파트의 대표는 입주자대표인데 가장 책임 있는 사람이 이렇게 책임을 회피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34명의 경비원이 10여일 전 부터 자신들의 거취에 대해 입주자대표에게 물었지만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한 상황에서 급기야 지난 23일 오후 인터넷 일자리 사이트에 해당 아파트 관리원 33명을 모집한다는 채용공고가 게시됐다.

 

한 경비원은 “해당 채용공고에 현직 아파트 경비원 2~3명이 응시했는데 업체관계자에게 ‘현재 해당 아파트에 근무하는 인력은 채용하지 말라’고 했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이런 방침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신규 업체에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B 업체는 이와 관련, “현재 근무하는 경비원도 다른 지원자와 동등하게 평가하기 위해 이력서를 제출하라고 안내했다”며 “배제한다는 말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아파트 입주민대표는 “입주자대표회의는 업체와 위탁계약을 맺는 것일 뿐 업체 인사에 개입할 수 없다”며 “고용 승계를 해달라고 요구도 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의혹이 제기된 부분은 전혀 사실무근이며, 경비원들도 업체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해야지 입주자 대표에게 요구할 부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해당 아파트 일부 주민은 이런 처사는 ‘갑질 중의 갑질’이라며 경비원을 두둔하고 나섰다.

 

입주민 정모 씨는 “에어컨도 없는 1평도 채 안 되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우리 입주민을 위해 애쓰는 경비원인데 다른 사람으로 다시 채용할 거면 왜 이렇게 부당해고하는지 모르겠다”며 “경비원 교체와 관련해 입주민 의사를 묻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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