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원씨, 최경성 ‘명태’전 대표 8년전 성추행 폭로
“사과 요구 무시…‘남자관계 복잡’ 악의적 소문까지 내”
여(女)배우가 8년 전 극단 대표의 성추행을 폭로했다. 이번 ‘미투(metoo, 나도 당했다)’는 전북지역 문화·예술계에서는 처음이다.
26일 오후 1시 30분 전북지방경찰청 기자실을 찾은 연극배우 송원 씨(31)의 눈에서는 연기가 아닌 진짜 눈물이 연신 흘러내렸다.
올해로 연기 생활 12년 차인 그의 ‘미투’눈물은 비난과 수모로 얼룩진 지난 시간을 짐작하게 했다.
지난 2010년 1월 극단 ‘명태’ 소속이었던 연극배우 송 씨는 당시 대표 최경성 씨(50)를 폭로했다.
송 씨는 “당시 극단에서는 단원 모집을 위해 대천으로 모 대학 뮤지컬 동아리 MT에 참석했다”며 “당시 대표는 나를 따로 불러 모텔로 가자고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최 씨는 샤워를 권했고, 이후 머리를 말려주겠다며 신체 부위를 수차례 만졌다고 주장했다. 그자리에서 최 씨는 “대학에 출강하던 시절, 옷을 벗고 제자가 달려들었다”는 이야기까지 했다고 폭로했다. 송 씨는 얼굴을 마주한 최 대표의 “예쁘다”는 목소리가 아직도 송 씨의 귓가를 징그러운 환청처럼 맴돈다고 했다.
송 씨가 폭로하기까지 8년이나 걸렸다. 당시 동료들에게 도움을 구했지만, “강간을 당하지 않았으니 다행이다”며 위로 같지 않은 위로를 하거나“증거가 없지 않으냐”고 침묵을 종용했다고 한다.
그런일이 있은 후 23살의 젊은 배우는 극단을 나와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떠난 극단에선 송 씨를 향한 악의적인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당시 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했지만, 철저히 무시당했다. 도리어 남자관계가 복잡해 극단에서 쫓아냈다는 거짓말이 대표의 입에서 나온 것으로 안다”고 송 씨는 말했다.
지역에서 저명한 극단의 대표를 거침없이 폭로한 여배우의 용기는 ‘미투’를 통해 나왔다.
송 씨는 기자회견 직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를 성추행했던 대표에겐 반성은 없었다. 또다시 배우를 구하고 있더라’는 심정을 공개했다. 송 씨의 글엔 함께하겠다는 ‘#with_you’댓글이 달렸다.
그는 “나는 당당하다.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고 이 자리에 섰다. 공개적인 사과와 이에 상응한 처벌을 받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최 전 대표는 8년 넘게 지난 뒤에야 사죄 입장을 밝혔다.
최 전 대표는 “저로 인해 상처받은 분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변명하지 않겠다”면서 “그 일을 가볍게 생각했던 저의 무지를 후회하고 반성하겠다. 꼭 당사자(송원)에게 직접 사과를 구하겠다”며 자숙의 시간을 예고했다.
전북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는 송 씨의 폭로와 관련, 추가 피해자 여부 등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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