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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의 계절에 되돌아보는 5·18 민주화 운동

민주화 가치 위에
한반도 평화·번영
푸른 꿈 실현돼야

▲ 심덕섭 국가보훈처 차장
▲ 심덕섭 국가보훈처 차장

바야흐로 신록의 계절 5월이 성큼 우리 곁에 다가왔다. 주위의 나무에서는 연한 초록색 잎들이 돋아나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약동을 느낀다. 더구나 며칠 전에는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으로 온 국민들은 정말 오랜만에 평화와 번영이라는 푸른 꿈에 부풀어 있다. 이처럼 항상 우리에게 생명과 희망을 주는 5월이지만, 언제부턴가 우리 마음 한켠에는 5월의 가슴시린 아픔도 함께 하고 있다. 5·18 민주화 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1980년 5월 18일, 이 땅에 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해 광주시민들은 신군부 세력의 불법적인 집권 기도에 대대적인 저항 운동을 전개하였다. 당시 신군부는 이를 진압하고자 장갑차와 헬기까지 동원하여 시민들에 대한 무차별 사격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하였으며, 결국 ‘폭동’이라는 오명을 씌워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짓밟아 버렸다. 그러나 5·18 민주화 운동이 꼭 실패로만 끝난 것은 아니었다.

이는 1980년대 전국적으로 확산되어간 민주화 운동의 밑거름이 되었으며, 종국에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낸 19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졌다. 마침내 1995년 국회에서는 5·18항쟁을 민주화운동으로 정식 규정하였고, ‘5·18특별법’도 제정하였으며, 1997년에는 5월 18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였다. 2002년에는 5·18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5·18 사망자·부상자·희생자 등을 국가보훈 대상으로 편입되게 되었다.

그럼에도, 5·18 민주화운동의 수난은 계속 되었으니,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5·18을 폄훼하고 왜곡하는 주장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하였다. 그러던 것이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점차 정상을 되찾아 간다. 북한을 찬양하는 노래라며 외면 받아 왔던 ‘임을 위한 행진곡’은 지난해 5·18 기념식에서 8년 만에 제창되었고,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 규명을 위한 진상조사위원회도 금년 중 출범할 예정이다.

우리는 작년 5·18 기념식 생중계를 보면서 주체할 수 없이 흐르던 눈물과 말로 형언할 수 없었던 먹먹함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동안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홀대만 받아 왔던 5·18 민주화 운동이 대통령의 따스한 한마디 위로와 올바른 평가로 그동안의 억울함과 한(恨)이 봄눈처럼 녹아버리는 순간이었다. “광주의 아픔이 아픔으로 머무르지 않고 국민 모두의 상처와 갈등을 품어”안으라는 대통령의 당부는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감동이었다.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2016년의 ‘촛불 혁명’은 이런 5·18 민주화 운동이라는 거름을 먹고 자라난 우리 민주의식의 결정체이다. 국민들의 민주의식은 결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1960년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와 故김주열 열사의 사망 소식에 분연히 일어난 시민들의 4·19 민주혁명을 시작으로, 5·18 민주화 운동 그리고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져 온 우리나라 민주화 역사는 위대한 시민이 만들어 낸 위대한 업적이었다.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분들에게 정당한 보상과 합당한 예우를 하는 것이 국가보훈이다. 우리나라 국가보훈은 6·25 전쟁에서 상이를 입으신 분들과 전몰유족에 대한 국가의 지원에서 시작되었다. 그 후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독립하는 데 기여하신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에 대한 보훈으로 영역이 확대되었다. 마지막으로 4·19와 5·18 민주화를 거치면서 자유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희생하거나 공헌하신 분들이 보훈대상자에 포함되었다. 비록 시기적으로는 가장 늦게 국가보훈 영역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발전시킨 분들을 결코 소홀히 모셔서는 안될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푸른 꿈도 민주화라는 소중한 가치 위에서 실현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신록의 계절 5월에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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