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원인 해답 찾고파 책 내…14개 지자체 특화전략 담아
새만금, 공간개발 집중 벗고 매립공간 활용 방안 모색을
입지자들 관념적 공약 남발…지역 정책관련 지식인 없어
“전북이 낙후를 면치 못하는 이유는?”
전북에 대해 좋지 않은 통계가 나올 때마다 ‘중앙정부의 홀대’, ‘전북 출신 중앙관료 부재’등의 이유가 고개를 든다. 지역 정치인들조차 자신들이 힘이 없는 이유를 남탓으로 돌린다. 물론 국가경제발전과정을 볼 때 전북이 다른 지역에 비해 소외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낙후의 원인을 찾아보려는 노력조차 부족했다. 황태규 우석대 교수는 지난달 이같은 문제의식을 토대로 『지역의 시간』이란 책을 냈다. 청와대균형발전비서관을 지냈던 경험을 토대로 전북의 낙후원인을 분석하고, ‘지역균형발전 실행 모델’을 제시했다. 황 교수로부터 저서의 내용과 1년여 사이에 터진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중단과 한국지엠 군산조선소 문제, 지방선거 등에 대해 폭넓게 들어봤다.
-책 소개 부탁드립니다.
“전북이라는 자치단체를 사례로 해서 낙후 원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쓴 책입니다. 지역이 회생하기위한 조건을 제시했으며, 지역 회생전략을 지역문화·관광·산업·교통·글로벌·교육으로 나눠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14개 자치단체의 특화성장전략도 있습니다.” ·
-저서를 보면 1부에 ‘지역회생 골든타임’이라는 제목을 달고, ‘좋은 시간인데 밑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로 글을 쓰셨습니다.
“인재를 등용하거나 예산에 대한 배려를 볼 때, 전북을 이렇게 생각하는 대통령을 만나기는 어렵습니다. 새만금특별법·국가균형발전특별법·혁신도시특별법이 개정되고 교통SOC관련 정책의 틀도 마련되면서 지역균형발전정책의 틀이 마련됐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밑그림을 어떻게 현장에 접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기라는 것입니다. 정권의 시간은 유한합니다.”
-그렇다면 청와대에서 바라보고 있는 전북의 위상은 어떻습니까.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비해 많이 높아졌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정부도 전북에 호의적입니다. 하지만 전북이 청와대에 건의하는 현안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있습니다. 중앙정부 공무원들은 새만금과 같은 공간개발사업에 대한 비중을 줄이길 원합니다. 국토개발사업이 지역발전을 선도하던 시대는 지났고 성과가 언제 날지 불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새만금에 대한 집중도를 줄이고 지역이 당장 할 수 있는 사업안을 제시하길 원합니다. 개인적으로도 동의합니다. 새만금 간척사업 벤치마킹 대상인 네덜란드의 주다치도 한꺼번에 개발하지 않습니다. 필요한 만큼 개발하고 즉각적으로 공간을 활용합니다. 새만금도 공간개발에 집중하는 형태를 벗어나 매립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즉 공간정책을 ‘산업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 동안 전북이 낙후한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산업자원개발에 집중하지 않고 공간개발에 청사진만을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새만금 사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전북은 지난 30년 동안 새만금사업에 얽매여 많은 정책을 포기했습니다. 둘째, 실용학문과 실용적인 문화가 정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소리축제’와 같이 상당히 관념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모든 음악을 다 아우르겠다는 뜻이겠지만, 정체성도 불분명해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지도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전북의 고질병, 패배의식과 중앙의존도가 심하다는 것입니다. 해방 이후 단 하나의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만들지 못한 유일한 지역이 바로 전북입니다.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해결하려는 방법을 찾지 않고 오로지 중앙정부에 요구만 합니다. 지역의 조선소를 정부에서 책임지고 살려달라는 공약은 전국 어디에도 없습니다. 산업구조조정기에 있는 조선업은 어느 지역이나 다 어렵습니다. 스스로 만들어내는 산업군도 없이 기존의 산업만을 붙들고 있는 것입니다.”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얘기해주신다면.
“지역이 가진 장점을 토대로 먹거리를 고민해야 합니다. 문제는 전북은 지역이 갖고 있는 장점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역별로 자세히 살펴보면 지역 문화·산업사측면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정책이 많습니다. 21세기 문화관광지 한옥마을 관광정책, 농가 70%를 중산층으로 끌어올린 장수군의 목표소득정책, 고령농과 한계농 30%를 위한 로컬푸드정책, 불모지에서 자산을 만들어낸 임실치즈 육성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런 우리의 자산을 발전시키는 게 지역이 융성할 수 있는 조건입니다.”
-책을 보면 농생명 산업 육성 쪽에 무게를 실으셨습니다.
“전북만큼 농생명자원이 풍부한 지역은 없습니다. 농촌진흥청, 식품연구원, 생물산업진흥원 등 농생명기관이 집적돼 있으며, 연구인력도 3000여명에 이릅니다. 전북은 농생명산업연구단지를 중심으로 산업화에 집중할 수 있는 조건입니다. 종자산업과 농기계산업, 농업약품산업, 식품영양제 산업, 농자재산업 등 특화할 수 있는 분야가 많습니다. 다만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현명한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청와대 사직 후 6·13지방선거에 출마한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지난해 12월 지방선거에 직접 출마하기 위해 청와대를 사직했습니다. 청와대에서 균형발전비서관으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직 후 새만금 등 대통령공약사업지를 방문했고, 지역주민들과 도당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특정지역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을 함께 하는 후보들이 지역혁신성과를 낼 수 있도록 공약개발을 도울 계획입니다”
-공약개발을 돕는다고 하셨다. 지방선거 입지자들이 어떤 공약을 내놔야 한다고 보시는지.
“실용적인 공약을 내놔야 합니다. 하지만 전북에는 관념적인 공약이 많이 나옵니다. 주로 사업과 예산과 관련된 부분들이 그렇습니다. 범위가 두루뭉술하고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이유는 전라북도에 정책관련 지식인들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향후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 후보가 제대로 된 공약을 내기 위해서는 지역의 발전정책을 조언하고 끌어갈 수 있는 조직이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 활동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요.
“지역혁신성장포럼’을 결성하려고 합니다. 목적은 현장중심의 지역혁신성장 모델을 개발하고 개발된 모델의 성과를 공유하고 확산하는 데 있습니다. 지역 혁신성장포럼에서는 지역의 아이디어를 받아 연구하고, 그 결과를 지방정부나 중앙정부에 전할 것입니다. 필요한 경우에는 여론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지원요청도 할 계획입니다. 새로운 지역혁신성장이 흐름을 타면 대학 내 ‘혁신성장연구센터’ 개설하려는 생각도 있습니다.
● 황태규 교수는
- 국가균형발전정책 분야 현장에서 답 찾는 전문가
임실 출신인 황태규 우석대 교수는 전주고, 외국어대를 졸업한 뒤, 연세대·동국대에서 경영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또 미국 로욜라메리마운트대학교(Loyola Marymount University)에서 문화콘텐츠학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했다.
황 교수는 지역산업전략이나 문화관광, 지역마케팅 분야에서 오랜기간 활동해왔다. 관련 저서도 올해 4월에 출간한 『지역의 시간』을 비롯해 『살기좋은 지역 만들기』, 『브랜드코리아』, 『신사고로 펼치는 지방시대』 등 10여 권에 달한다.
특히 지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대통령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정책연구실에 근무하면서 혁신도시정책, 지역전략산업게획수립, 지역개발에 대한 종합적인 정책을 만들었으며, 현재는 한국콘텐츠진흥원 심사위원, 광명시 등 30개 자치단체의 마케팅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지난해 2017년 5월부터 12월까지 대통령비서실 정책실 균형발전비서관을 지냈다.
황 교수는 지역 현장에서 답을 찾는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으며, 청와대에서 두 번이나 국가균형발전정책과 관련한 일을 했을 만큼 능력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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