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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 국외연수 이대로 괜찮나 (상) 실태] 관광 일정 빼곡·보고서 짜깁기도

2014년 당선 지역의원 국외연수보고서 살펴보니
609명 99회 해외, 절반이 일본 미국 중국 캐나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의원들은 임기 동안 어떤 국외연수를 다녀왔을까. 상당수는 주민들이 낸 세금으로 관광을 즐기는 등 예산을 낭비하고 있었다. 관광 산업의 안목을 키운다며 미국 그랜드캐니언과 파인애플 농장을 찾는 등 관광지 일정만 빼곡했다. 전북일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2014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의원들의 국외연수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그 실태가 드러났다. 선진지 견학이라는 취지로 도입된 국외연수가 불신의 대상이 된 문제를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제7대 정읍시의회 의원 8명과 사무처 직원 4명은 지난 2015년 3월 20일부터 10박 12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창의적인 인문·관광도시 정읍을 구축하기 위한 공무 국외 연수’ 명목이었다. 이들은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LA 시내와 할리우드 거리를 거닐다가 이튿날 샌프란시스코에서 산타바르바라해변을 구경했다. 이밖에 라스베이거스 야경과 브라이스캐니언, 자이언캐니언, 그랜드캐니언, LA다저스 스타디움, 유니버셜 스튜디오, 파인애플 농장 등을 둘러봤다.

기관 방문은 하와이주 정부청사 정도에 불과했다. 여행 11일 차엔 신혼여행의 마침표라고 불리는 하와이 빅아일랜드를 찾았으며 나바텍 디너크루즈에서 만찬을 즐기며 일정을 마쳤다. 연수비용에 총 5203만3800원이 들어갔다.

이들이 낸 보고서 18쪽 중 실제 방문 성과라고 볼 수 있는 내용은 3쪽 정도였다. 대부분 “장시간 버스 여행으로 인한 누적된 피로로 인해 집중력이 반감됐다. 수많은 세월 동안 참 잘 보존했다는 생각과 마케팅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었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표현이 담겼다.

인터넷 백과사전에 정리된 역사와 현황 등 현지 시찰과 무관한 설명이 8쪽에 달했는데, 이 와중에 ‘LA 공공도서관’을 소개하는 대목은 지난 2000년 국립중앙도서관 임귀숙 사서의 연수참관기를 고스란히 짜깁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유성 국외연수는 정읍시의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제7대 익산시의회에서는 시의원 8명과 수행직원 3명이 지난해 9월 12~21일 미국과 캐나다로 국외연수를 떠났다. 연수의 목적은 ‘미국과 캐나다의 청년실업 해소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보유지역의 운영 현황을 시정에 접목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들은 하버드와 토론토, 맥길 등 외국의 유명 대학교를 시찰한 뒤 보고서에 “이들 대학은 창업 과목 개설과 연구소를 개소했다. 하지만 대학의 자율권에 속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우리 시는 지역대학에 요구할 수는 없다”는 소감을 남겼다.

나이아가라 폭포와 자유의 여신상을 둘러보면서는 “대규모 숙박시설과 체험거리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제7대 장수군의회에선 군의원 5명과 의회 사무과 직원 5명이 관광산업 벤치마킹을 위해 지방선거를 앞둔 올해 1월 4~9일 중국으로 국외연수를 떠났다.

중국 계림시 관광국을 비롯해 용호공원과 관암동굴, 세외도원, 진시황 병마용갱, 서안성벽을 둘러봤는데 정작 “장수군의 관광자원 개발에 계림과 서안의 관광자원 개발정책이 얼마만큼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무성의하다고 보일 정도의 보고서를 썼다.

체계적인 국외연수를 다녀온 도·시·군의회도 더러 있다. 하지만 상당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도시의 현황을 우리 지역에 접목해 보겠다”며 야심찬 국외 연수를 계획해놓고 외유성(外遊性)이 짙은 결과를 남겼다.

전북일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도내 14개 시·군의회 및 전북도의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의원 609명이 총 99차례 외국을 방문했다. 국가별로는 일본이 16회로 가장 많았고, 미국과 중국 각 14회, 동유럽 10회, 캐나다 8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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