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주도는 갈림길에 서 있다. 제주도는 섬 자체로 한국의 보물이다. 300개가 넘는 오름과 한라산, 성산일출봉과 자연동굴, 곶자왈과 숲, 해안을 따라 걷는 올레길 등 섬 곳곳이 관광지다. 갈림길은 이 보물과 같은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생겼다. 자연을 개발할 것인가? 보존할 것인가?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이 논쟁의 전장은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이다.
지난 2015년 국토교통부가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제2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작된 논쟁은 최근 제주의 화두라고 할 수 있는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과 맞물려 있다. 국토부와 제주도청 등 행정은 제2공항은 늘어나는 제주 관광객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반대 측은 오버투어리즘으로 이미 상당히 망가져버린 제주의 자연환경이 더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필자는 지난 6월 14일 제주 현지에서 제2공항 반대 운동을 하고 있는 주민을 만나고 왔다. 오버투어리즘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곳이 제주와 바로 전주다.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해법이 정확히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2공항 반대 주민의 이야기 속에서 전주도 고민해야 하는 지점을 찾았다. 바로 공론이다.
△“제주 제2공항, 논의는 사라지고 강행 중”
“제2공항이 생기면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지 그들은 설명해준 적이 없어요”
제주 성산읍 난산리에서 만난 주민 김경배 씨는 제2공항이 삶의 질을 높여 준다는 말에 대해 치를 떨며 말했다. 그의 집이 위치한 난산리는 제2공항이 건설되면 활주로가 예정된 부지다. 굴삭기 기사로 30여 년을 일하며 장만한 집이다. 넓게 펼쳐진 마당은 야트막한 돌탑과 작은 연못을 꾸몄다. 공사판에서 버려진 큰 돌을 이용했다. 돌탑에는 ‘작은 성산’이라는 이름도 지어줬다. 돌탑에 올라 보는 성산 일출봉의 모습은 그야말로 절경이다.
그에게 행복은 그것이면 됐다. 작은 연못을 찾아오는 철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와 작은 성산에서 바라보는 제주. “큰돈보다 나이가 들어도 살 수 있는 이 집, 터전이면 됩니다.” 하지만 제주도청은 제주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제2공항이 필요하다고 설파한다.
‘제2공항 추진은 도민의 숙원이자 제주의 미래를 위한 필수 사업입니다’
지난 2월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제2공항 추진에 대해 이와 같은 생각을 밝혔다. 국토부는 사전 타당성 조사를 통해 2030년 제주공항 이용객이 연간 4424만 명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수요 예측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논란이 있는 상황이지만, 설령 맞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 인구와 맞먹는 관광객을 섬 제주가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의문을 던져줬다.
“제주는 현재 포화 상태의 관광객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요. 연간 4000만명의 항공 수요가 발생한다는 예측이 실제 맞아도 큰일입니다.”
김경배 씨를 비롯해 반대 측이 가장 강하게 우려하고 있는 점은 바로 이 점이다. 섬 제주가 과연 얼마만큼의 관광객을 감당할 수 있는지다.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고민이다.
지난해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오버투어리즘’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제주와 전주 한옥마을은 문제 해결이 시급한 시역으로 각각 24.4%, 24.2%로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제주의 오버투어리즘 문제는 바깥의 인식도 그렇지만 실제 주민들의 생활 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가 수용 가능한 쓰레기 양은 이미 한계를 넘어서 매립장에서 처리가 힘들어 지표면에 노출된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하수종말처리장이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오폐수는 한계를 초과해 매일 상당 양의 정화되지 못한 오수가 버려지고 있다. 그래서 제주 인근 바다 오염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해녀 등 제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그래서 해마다 해녀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땅값의 상승과 물가 상승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제주도청과 국토부는 제주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비자림로 확장을 위해 비자림로 숲을 개간하고 있으며,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제주 남부권의 송악산 개발과 예래관광단지 개발을 추진 중이다. 영리병원과 영어 도시 조성, 동물테마파크 등 크고 작은 개발이 제주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제주의 오버투어리즘은 국토부의 공항 이용 수요 예측을 빗나게 만들 확률을 높게 만들고 있다. 당장 2016년 약 150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제주 관광객 수는 해마다 소폭 감소 중이다. 김경배씨는 “제주를 찾는 관광객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론화 과정은 사라진 채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제주에 와서 화려한 건물을 보고 싶은 것이 아니잖아요. 그건 서울에 가면 더 많이 볼 수 있어요. (관광객이 줄고 있다는 것은) 제주가 신음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거예요. 관광객 2000만 명을 찾게 하겠다고 카지노를 짓고, 건물을 올리고, 대형 휴양시설을 짓는 식의 자연을 죽여야 하는 개발은 제주와 맞지 않아요. 천혜의 자연, 숲과 오름, 이런 것을 느끼고 싶어서 찾는 건데….”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논의 시작되어야”
제주도 역사상 최대 규모의 토목 사업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제주 제2공항. 하지만 공론화 과정은 터무니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제2공항 건설을 사실상 확정하고 주민들이 요구하는 공론화 과정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론조사 거부와 함께 타당성 용역에 대한 재검토위원회도 최종 보고서 작성 단계에서 결렬된 상황이다. 그리고 지난 26일 국토부는 제주가 아닌 정부세종청사에서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용역 최종보고회’를 가졌다.
공론화 과정이 부족했다는 것은 민심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한때 70%가 찬성한 제2공항에 대한 주민 여론은 이제 절반 이하로 내려갔고, 공론화 과정의 필요성과 현재 진행 방식에 대해서는 80% 이상이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이후 제2공항 건설 추진은 상당한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오버투어리즘은 주민들의 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진지한 토론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국 그 과정을 제대로 밟지 않는다면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문제는 전북에도 시사점을 준다. 전주 한옥마을 내 경기전 방문객은 2014년부터 꾸준히 120~130만 명 대를 유지하다 지난해 90여만 명으로 대폭 줄었다. 큰 폭의 한옥마을 땅값 상승과 월 임대료 증가, 상업주의의 획일화된 상품 등 상당수의 전주를 찾은 관광객이 실망을 하고 부정적인 이야기로 전주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 무엇보다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그 논의는 어는 한쪽의 의견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행정이 주도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문주현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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