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북인이다. 내 고장 우리 전북이 잘 됐으면 좋겠다. 잠깐 뒤를 돌아보면 화가 난다. 우리는 모처럼 대통령까지 바라볼 수 있는 거목인 이철승을 낙마시켜 싹을 잘랐다. 그 뒤로 전북은 중앙 정치권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전북 기업이었던 기아자동차는 타도로 넘어갔고, 새만금에 투자할 돈은 광양으로 갔다. 전북에 들어온다던 LH는 진주로 갔고, GM 공장중 군산공장만 폐쇄됐다.
하지만 다행히 아직 남아 있는 자산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자사고 상산고이다. 모든 분야에서 전북을 빠져 나갈 때, 유독 전북으로 들어오게 만드는 특별자산이다. 자사고 상산고에는 유학 온 학생들이 매년 400명 가까이 배출된다. 미국 유학출신들이 항상 미국을 동경하듯이 이들은 항상 전주 전북을 동경한다. 제2의 고향으로서 전북인 역할도 할 것이다. 이것이 쇠락박제화 되어가고 있는 전북을 그나마 지탱해 주고 있는 몇 안 되는 전북의 힘이고 귀중한 자산이다.
이번 자사고 평가에서 상산고는 79.61점을 받았다. 이 평점은 대한민국 어느 도에서도 합격(합격선 70점)이다. 헌데 유독 전북에서만 불합격(합격선 80점)이다. 왜 그래야만 되나? 상산고와 같은 교육자산이 가장 필요한 곳은 다른 도가 아닌 바로 우리 전북일 텐데...
베니스 상인에서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은 의도대로, 빚 대신 굳이 안토니오의 심장 옆에 붙은 살 1파운드를 베어가기를 고집한다. 재판관은 허락한다. 하지만 선언한다. “살은 가져가되 피는 흘려서는 안 된다.” 도민들은 의아해 하고 있다. 첫째, 전북의 사정으로 봐서는 지역사회에 도움이 된다면 지푸라기 하나라도 지켜야하는 마당에, (상산고를)오히려 빼서 없애려고 하는 김승환 교육감의 의도가 무엇인지? (타도 합격선 70점, 전북 합격선 80점) 혹 쇠락박제화 되어가고 있는 전북을 아예 폭삭 무너뜨리려고 하는 것은 아닐 테지만, 김승환 전북교육감에게 전북사회는 안중에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둘째, 김승환 교육감이 굳이 샤일록이 되겠다면, 좋다. 살을 베어 가라. 하지만 살 보다 더 귀중한 피는 한 방울도 흘려선 안 된다. 자사고 상산고라는 전북의 귀중한 자산을 없앰으로써 전북 지역사회에 주게 될 눈에 보이지 않는, 그렇지만 복구될 수 없는 어마어마한 피해에 대해선 어떻게 보상 배상을 할 것인지 확실한 답을 도민들에게 제시하기 전에는 전북의 귀중한 자산인 자사고 상산고를 탈락시켜선 안 될 것이다.
전북 도민들은 전북교육감에 대해 유독 안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예전에는 그 자리가 매관매직의 온상이었다. 여느 기관장 보다 비리로 법정에 서는 모습들을 자주 보였다. 그 중 한사람은 지금도 감옥에 있다. 도대체 왜 우리는 이런 교육감을 가져야만 되는지. 도민이 복이 없는 것인지, 도가 저주받은 땅이어서 그런 것인지. 이번 상산고 사태를 보면서 이 같은 기시감이 느껴진다. 도민 한 사람으로서 자괴감이 강하게 든다.
우리 도민은 언제까지 이렇게 소극적 피동적으로 피해만 보면서 있는 것도 못 지키는 유약한 모습으로 무기력하게 살 것인가? 지금 부터라도 정신 바짝 차리고 똘똘 뭉쳐 남아있는 자산이라도 꼭 지켜야겠다. 그래서 안으로는 실속을 챙겨 힘을 기르고, 밖으로는 멸시받지 않는 우리 전북인이 되어야겠다.
/문성규 농업회사 홍삼특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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