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당시 완주·진안 웅치전적지는 완주 이치전적지와 함께 곡창지대인 호남을 지켜낸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였다. 전주부성을 향해 침략해오는 왜군에 맞서 조선 관군과 완주 소양·진안 부귀 주민을 포함한 의병연합군 3000여 명이 사투를 벌인 전투현장이다. 1만여 명이 넘는 왜군을 상대로 이틀간의 전투에서 조선군과 의병들은 중과부적으로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지만 왜군 주력부대도 큰 타격을 입어 전주성 진입을 포기하고 철군함으로써 호남을 방어한 역사의 현장이다.
전라북도에선 지난 1979년 12월 완주 소양면에 웅치전적비를 세웠고 진안군에선 지난 2012년 웅치전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진안 부귀면에 창렬사를 건립했다. 이후 진안 웅치전적지보존회 중심으로 매년 8월에 추모제를 개최해오고 있고 완주 소양면 주민들도 8년 전부터 완주 웅치전투기념사업회 주관으로 웅치전투 희생자 추모행사를 매년 갖고 있다.
하지만 완주·진안 웅치전투 기념행사가 완주와 진안지역 주민 차원에서 제각각 진행되다 보니 순국선열들을 기리기 위한 사업과 후속대책들이 지지부진했던 게 사실이다. 다행히 지난해 완주군은 전북도와 함께 소양면 웅치전적지를 중심으로 매장문화재조사에 나선 결과, 임진왜란 당시 성벽과 진지 터 성황당 터 봉수 터 등에 대한 위치와 규모를 확인했다. 또 당시 전투가 벌어졌던 부귀면 세동리에서 소양면 신촌리로 넘어가는 고갯길인 웅치길이 임진왜란 전후까지 교통과 통신의 주요 거점지였던 사실도 밝혀냈다.
그동안 웅치전적지 재조명 작업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진안군도 올 하반기에 전북도와 함께 웅치전적지에 대한 발굴조사에 나선다. 웅치고개 정상에 위치한 성황당 타와 봉수터, 그리고 인근지역에 있는 고분군 등에 대한 시굴조사도 착수한다. 진안군은 앞서 웅치전적지 일대를 향토문화유산기념물 1호로 지정했었다.
국난의 위기에서 분연히 일어섰던 순국선열들의 희생과 애국이 430년이 다돼서야 재조명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특히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금지 조치로 한·일간 무역마찰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선열들의 항일의 정신을 일깨우는 작업은 그 의미가 크다. 유적지 발굴뿐만 아니라 웅치전투 추모제를 격상시키고 국가지정문화재 승격, 역사박물관 건립, 역사공원과 묘역조성 등 성역화 사업을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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