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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 찌는 더위, 벼는 에어컨 없이도 잘 자랄 수 있을까?

오명규 국립식량과학원 작물재배생리과장
오명규 국립식량과학원 작물재배생리과장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한반도의 평균 온도는 20세기 초보다 1.4℃ 높아졌다. 여름 일수는 10년 마다 1.2일 정도로 증가하고 있고, 작년에는 100년 만에 최고온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반도는 지금 가파르게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여름 기록적인 무더위로 많은 국민들이 힘들어 했고, 정부는 폭염을 재난으로 규정하여 관리해 나가고 있다. 사람도 무더위에 재난을 선포 대응해 나가고 있는데 식물인 벼에는 문제가 없을까?

벼의 성장은 어린 벼가 자라고 가지를 치며 이삭이 생기기 전 단계인 영양생장기와 이삭이 생기고 나와 꽃이 피는 생식생장기를 거쳐 벼 알이 차고, 익어가는 등숙기를 거친다. 벼가 잘 자랄 수 있는 적정한 온도는 영양생장기에서 이삭이 나기 이전까지는 22∼32℃, 이삭이 나는 시기에는 37℃를 넘어서는 안되고, 벼 알이 익어가는 시기에는 21∼22℃가 적당하다. 하지만 무더운 여름철에 벼는 더위에 맞서 다양한 생리학적 대응을 한다. 2018년 벼 영양생장기의 평균 온도는 23℃ 정도였다. 그러나 생식생장기의 평균온도는 29℃로 5년 전보다 3℃ 높아졌다. 일부 남부지역에서는 37℃에 가까운 온도가 기록돼 벼꽃이 더위에 죽게 되는 백화현상도 발생했다. 또한 등숙기의 최적 평균 기온은 22℃인데 이보다 1℃가 높아지면 현미 정상립 비율은 약 5%씩 낮아지고, 싸라기 비율은 5%씩 증가하게 된다. 벼도 낮에 동화작용을 하여 물질을 만들고 밤에 벼 알에 축적을 시키는데 무더운 낮과 밤은 식물의 호흡량을 늘려 전분축적의 양을 적게 만든다. 그로 인해 전분 축적이 완전하지 못해 유백립 비율이 증가되고, 쌀알의 무게도 가벼워져 고품질의 쌀 생산이 어렵다.

여름철 무더위 속에서도 벼가 잘 자라고 쌀 수량과 밥맛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우리도 무더위에 에어컨을 틀거나, 시원한 지역으로 피서를 가서 여름을 이겨내는 것처럼 식물인 벼에게도 이런 방법을 적용할 수는 없을까?

식물체인 벼는 이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처럼 더위를 피해 피서를 갈 수는 없지만 무더위에 가장 민감할 수 있는 생식생장기나 등숙기에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벼는 보통 5월 상순에서 하순이면 이앙이 대부분 마무리되는데 이앙을 빨리 할수록 벼 이삭이 이른 시기에 나오고 벼 알이 익는 시기에 고온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이앙시기를 늦추게 되면 무더운 시기를 피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생육기간 중 너무 더운 경우에는 에어컨 역할을 할 수 있는 물을 논에 대주면 논에서 발생하는 지열과 벼에서 발생하는 호흡열 등을 완화시킬 수 있다. 더운 날씨에 잘 견디는 품종을 개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앞으로도 한반도의 기온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기상에 따른 환경 변화에 대비해 여름철 고온에도 안정적인 곡물 생산을 할 수 있도록 국내 연구원들은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시도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창고를 안전하게 지키고, 고품질의 농산물과 쌀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지속적이고 세밀한 연구가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오명규 국립식량과학원 작물재배생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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