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언제부터 꽃이었을까요? 우리는 왜 꽃을 꽃이라 이름 불러주는 걸까요? 장미꽃도 애초부터 꽃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장미’라 불러주기 전에는 그저 가시 달린 나무나 덩굴의 다름 아니었을 터입니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꽃이라 불러주는 순간 의미가 되는 것이지요.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우리들은 모두/무엇이 되”는 것이지요. 세상이 꽃을 향해 무한 박수를 보냅니다. 영원하여라, 연방 셔터를 누릅니다.
꽃보다 더 꽃입니다. 기럭아비를 앞세운 사모관대 신랑은 초례청에서 벌써 벙글고 있습니다. 제 안의 꽃을 감출 수 없기 때문입니다. 꽃가마에서 내린 원삼 족두리 신부는 이 세상의 꽃이 아닌 듯합니다. 아직 남아있을 배롱나무꽃이 그만 제빛을 잃었습니다. 청실홍실 엮어 늘 푸른 소나무와 대나무에 걸쳐놓은 초례청으로 사뿐 걸어가는 신부의 얼굴이 몰래 붉습니다. 한 쌍의 기러기 앞에서 표주박의 술을 나눠 마실 두 꽃송이, 갈채가 쏟아집니다. 전주 향교 대성전 뜰, 꽃 같은 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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